한미 '워싱턴 선언'…획기적 북핵 대응일까, 나토보다 못한 허울일까

정지형 기자 2023. 4.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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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국빈방미로 '확장억제 강화' 손에 쥐어…"독자 핵개발 없다"
핵 공유 논란에 尹 "나토보다 더 실효성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4.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워싱턴=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5박 7일간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29일(현지시간) 귀국길에 오르는 가운데 주요한 성과 중 하나로 '확장억제 강화'를 손에 쥐게 됐다. 올해 초부터 윤 대통령이 언급한 미 핵 자산에 관한 '공동 기획(joint planning), 공동 실행(joint execution)'이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통해 뼈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독자 핵개발이나 한반도내 핵무기 재배치가 불발되면서 확보한 확장억제 강화의 수준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핵 공유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북한의 핵 도발을 막는 수단이 독자 핵개발, 미국 핵전력의 한반도 재배치, 확장억제 등 3가지 방법이 있는데, 독자 핵개발과 한반도 전술핵 배치를 배제한 채 현재로선 막연한 확장억제 강화만으로 북핵 위협을 실제로 막을 수 있겠느냐는 반론이 제기된 것이다.

대통령실은 워싱턴 선언이 '사실상 핵 공유'라는 입장을 밝혔다가 미 정부 측에서 이를 부인하는 발언이 나오자 나토식 핵 공유 수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나토식 보다는 더 실효적"이라고 밝혔다.

이제부터는 워싱턴 선언으로 만들어진 한미 핵협의그룹(NCG)에서 확장억제 강화를 어떻게 이행할지가 남은 과제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보스턴 인근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3.4.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尹 "1년 내 핵무장 기술·기반 있지만 독자 핵 개발하지 않고 NPT 존중"

여권 일각에서는 '자체 핵무장론'까지 등장했지만, 윤 대통령은 현실적으로는 미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방향이 최적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이 핵무장에 나설 경우 국제사회 제재에 직면할 수 있고 일본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지역 일대가 연쇄적인 핵무장을 할 빌미가 될 수도 있어서다.

윤 대통령은 28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연설한 후 조지프 나이 석좌교수와의 대담에서 "우리나라에도 독자적 핵무장에 대한 여론이 있다. 북한이 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할 때마다 그런 주장이 힘을 얻기도 한다"며 "대한민국은 핵무장을 마음만 먹으면 이른 시일 내에, 심지어는 1년 이내에 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핵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고, 핵무기와 관련된 복잡한 정치경제학과 방정식이 있다"며 "핵을 보유할 때 또 포기해야 하는 다양한 가치와 이해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에는 미 행정부의 의무만 들어간 게 아니라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의 의무가 있다. 독자적으로 핵 개발을 하지 않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존중해야 한다"며 "이것은 정부 담당자가 바뀐다고 해서 효력이 바뀔 문제가 아니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4.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美 핵 공유 논란에 尹 "나토식보다 더 실효적"…핵 협의그룹 결과 주목

대통령실은 워싱턴 선언으로 한국이 미국과 핵을 공유하는 수준으로 나아가게 됐다고 자평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26일 한미 정상회담 뒤 브리핑에서 "우리 국민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특히 NCG 신설과 함께 시뮬레이션 훈련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차관보급을 대표로 꾸려지는 NCG는 한미 간 핵 관련 논의가 이뤄지는 상설협의체로 한반도 상황에 맞는 핵 기획을 진행한다. 아울러 양국 정부가 참여하는 시뮬레이션 훈련을 처음으로 도입해 핵 운영 기획과 함께 실행력도 심화한다는 것이 한미 양국이 내놓은 구상이다.

나토식 핵 공유는 미국이 독일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해 운영 중이다. 미국에서 작전을 짜고 최종적으로 핵 사용 여부를 결정하지만, 동맹국들도 핵 투발 임무를 담당하는 등 핵무기 운용에 개입도가 높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공동 기자회견에서 "핵무기를 한반도에 주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명확하게 짚었다. 대신 바이든 대통령은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주기적으로 배치할 의지를 내비쳤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도 정상회담 이후 고위 당국자가 "워싱턴 선언은 핵 공유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한미 간에 미묘한 입장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미국 측은 핵 공유라고 명명하기 위해서는 핵무기 통제권 등이 명확하게 정의돼야 하지만 워싱턴 선언에서는 핵 공유라고 할 수 있는 전제 조건들이 누락돼 있다고 짚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보스턴 인근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와 대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3.4.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대통령실은 나토식 핵 공유가 미국과 나토 간 협의나 논의 수준이 이전과 다르게 위축됐다는 점을 들며 워싱턴 선언이 뒤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워싱턴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확장억제 보완 방안은 미국이 특정한 하나의 동맹국에 핵 억제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플랜을 담아 선언하고 (미국) 대통령이 직접 약속한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8일 "(워싱턴 선언이) 나토식 핵 공유와 조금 다르다"면서도 "일대일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나토의 다자와의 약조보다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향후 NCG에서 한미 양국이 워싱턴 선언을 어떤 행동으로 채워갈지에 이번 확장억제 강화 방안에 대한 평가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NCG는 1년에 4차례씩 정기적으로 열리며 올해도 최소 2~3회가 예정돼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핵 공유) 용어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며 "나토는 핵을 가지고 30여 개국이 합의로 시스템이고, 워싱턴 선언은 양자 간 시스템으로 어떻게 보면 더 실효적, 실용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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