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물결 속 주목받는 '알타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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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 물결이 거세지면서 아시아 지역 공급망 '알타시아'가 주목받는다.
중국에 투자했던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탈중국을 추진하는 이유는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이 과거에 비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중국 제조업 임금은 약 두 배가량 높아졌다.
정부의 규제와 정책도 탈중국의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 등 많은 기업의 공장들이 멈춰야 했다. 당시 상하이 봉쇄령으로 애플의 부품·조립 업체 120여 곳이 생산 차질을 빚어 출하량이 30~40% 급감하며 추정 피해액이 80억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특히 미중 갈등에 의한 지정학적 리스크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 수출규제 등을 통해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업체들은 미국의 정책에 따르지 않을 경우 공급망에서 퇴출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 도입을 1년간 유예 받았지만 단계적인 생산 축소 또는 철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영국의 경제 전문 매체 이코노미스트지는 이 같은 개념의 아시아 공급망을 '대안(Alternative)'과 '아시아(Asia)'를 합쳐 '알타시아'(Altasia)로 명명했다. 알타시아 지역 노동 인구는 14억 명에 달하며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의 시간당 평균 제조인력 임금은 2~3달러에 불과해 8.3달러인 중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알타시아 국가 대부분은 아세안(ASEAN) 국가들로서 자유무역협정을 오랫동안 맺어왔다. 또한 이들은 중국이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가입한 동시에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도 참여한다. 일본과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도 가입해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접근성이 높고 회원국 간 교역 장벽이 낮아 지역 공급망 구축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알타시아 경제모델은 이미 작동 중이다.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은 전자 제품, 태국은 자동차 및 포장 식품, 인도네시아는 기계와 석유 화학, 필리핀은 포장 식품과 의류, 싱가포르는 반도체, 바이오 의약품, 항공 우주 부품 등 다양한 생산 시설들이 지역 내 글로벌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지난 수십 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자체적인 제조업 공급망을 구축했다. 예를 들어 일본 전기 제조업체 요코가와는 인도네시아 바탐 섬에서 부품과 서브어셈블리를 제조한다. 제조된 부품은 최종 조립 및 테스트를 위해 지역 물류 허브를 보유한 싱가포르로 배송된 후 수출된다. 반도체 제조업체 인피니언도 유사한 전략을 사용한다. 인피니언은 바탐에서 매년 4억 개 이상의 반도체 장치를 조립 및 패키징하고 테스트를 위해 인피니언의 연구개발 센터가 있는 싱가포르로 배송한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의 80%가량을 중국에서 위탁 생산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애플은 생산기지를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알타시아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한국, 일본, 대만 등에서 약 200개 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데 이들 대부분은 베트남과 인도에 제조 시설을 갖추거나 확장하고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2025년까지 베트남 내 애플 협력업체들이 아이패드와 애플워치 전체 생산량의 20%, 맥북은 5%, 에어팟은 65%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알타시아가 새로운 공급망을 토대로 탈중국 기업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중국을 완전히 대체하기엔 아직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중국의 경쟁력이 약화됐어도 여전히 질 높은 풍부한 노동력과 잘 갖춰진 산업 인프라를 단시간에 대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알타시아 지역들은 임금이 저렴해도 나라마다 노동력의 질적 수준 차이가 크다. 공급망도 한 나라에서 움직이는 것과 여러 나라를 거치는 것의 차이가 크다.
또 중국은 생산기지로서만이 아니라 소비시장으로서의 중요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점도 완전한 탈중국이 어려운 이유다. 부유해진 14억 명의 중국은 전 세계 의류의 4분의 1, 보석과 핸드백의 3분의 1, 자동차는 5분의 2를 소비한다.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이러한 중국의 막강한 소비력과 구매력을 외면하고 중국을 떠나는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이코노미스트지도 알타시아가 단시간에 중국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주요 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유지하면서 알타시아에 점진적으로 투자와 생산시설을 늘리며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추진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의 매력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미국과의 갈등까지 심화하면서 알타시아의 비중과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성근 전문위원 ,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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