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이 판친다]임창정도 30억?…연예인·골퍼·의사 엮인 주가조작판
통정거래·다단계 방식 활용…골프아카데미 '거점'
(서울=뉴스1) 강은성 송상현 기자 =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다단계·통정거래 등이 동원된 조직적 주가조작 범행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투자자 모집과 관리, 주가조작이 철저히 분업화돼 3년 이상 장기간 이뤄진 범죄행위로 차츰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가수 임창정씨를 비롯해 의사, 프로골퍼, 유명 기업인 이름도 '피해자'로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을 중심으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과와 금융감독원 수사·조사 인력이 함께 참여하는 합동수사팀을 구성한 만큼 수사는 앞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수사 당국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주가조작 세력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을 정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통정거래'를 통해 장기간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은 영업팀, 매매팀, 선물팀으로 나눠졌다. 영업팀은 2인 1조로 움직이며 다단계 방식으로 사람들을 모집했다.
주식을 투자하겠다고 하면 명의를 받아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주식 계좌를 만들었다. 주가조작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 투자금액은 3억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만든 휴대전화로 본인들끼리 거래를 하며 통정거래를 진행했다. 유통 물량이 적고 견실한 지주사가 대상이었다. 조금의 거래만 일으켜도 주가는 쉽게 올랐다.
수익률이 30%가 넘으면 정산해 주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줬다. 또 새로운 투자자를 데려오면 투자자 수익의 50%를 떼주는 방식으로 다단계 영업을 했다.
정·재계 인사, 의사, 유명 연예인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초기에 투자자금이 많이 필요할 때는 고소득자가 대상이었지만, 나중에는 회사 청소부가 투자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 임창정도 그중의 한명이다. 임창정은 지난 25일 JTBC '뉴스룸'을 통해 "올해 초 자신과 아내의 신분증을 맡기고 30억원을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가조작을 주도한 인물은 H업체 라덕연 대표 등 최소 6명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각각 VIP회원 관리부터 스케줄, 법인 자금관리 등을 담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라 대표와 긴밀한 관계에 있던 프로골퍼 A씨는 골프레슨을 명목으로 연예인과 부동산 큰손을 투자자로 모집하는 역할을 담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A씨 외에도 라 대표 관련 법인 관리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B씨는 '의사팀'을 담당하며 수억원대 투자 여유가 있는 의사 모집을 전담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 "자녀에게 증여하기에 좋다"며 투자를 유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수수료는 계좌 이체가 아닌 골프 레슨비 등의 방식으로 받아 갔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나오고 있다.
이들은 3년에 걸쳐 거래량이 적은 주식들을 최대 1%씩 사고팔아 시세를 조정하는 수법으로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피했다.
이번 사태의 피해자 수는 약 1000명으로 추정된다. 미수금을 포함한 피해 금액은 최대 8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자 집단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대건의 한상준 변호사는 "처음에 너무 큰 돈을 넣지 말라며 2억~3억으로 시작하라고 유혹했다"며 "피해자들은 실제로 수익이 나기 시작하니 돈을 넣어둔 계좌 자체를 맡겼고 피해자 명의의 차액결제거래(CFD) 계좌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수사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경찰은 지난 27일 주가 조작 의혹을 받는 H투자컨설팅업체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발견한 휴대전화 200여대 등에 대해 사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도 같은날 업체의 서울 강남구 사무실과 관계자들 명의로 된 업체, 주거지 등 10여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도 해당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 혐의를 포착하고 사건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주가조작 일당 10명을 출국 금지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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