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환상적 홈스틸 어떻게 탄생했나, 주인공이 직접 말했다 "아무도 몰랐다며..." [현장 인터뷰]

잠실=김우종 기자 2023. 4. 30.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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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잠실=김우종 기자]
김규성이 29일 잠실 LG전에서 9회 극적인 홈 스틸 성공 후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정말 아무도 모르게 뛰었다고 하더라."

29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맞대결. 6회까지 5-0으로 앞서고 있던 KIA. 그러나 7회 LG에 3점을 내주며 어느새 2점 차까지 쫓겼다. KIA가 8회를 잘 넘긴 가운데, 9회초 KIA의 마지막 공격.

LG 마운드에 여전히 함덕주가 있는 가운데, 선두타자 김선빈이 우중간 안타로 출루했다. 여기서 김선빈이 대주자 김규성(26)으로 교체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규성은 홈스틸이 아닌, 그저 주루 플레이에 최선을 다하려고만 했다.

다음 타자는 최형우. 우전 안타를 치며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후속 황대인의 깊숙한 중견수 뜬공 때 리터치에 성공하며 3루까지 간 김규성. KIA는 1루 주자 최형우 대신 대주자 이우성을 투입하며 LG의 내야진과 투수 함덕주를 압박했다. 함덕주는 다음 타자 소크라테스 상대로 헛스윙을 유도한 뒤 볼 4개를 연속으로 던지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 타석을 밟은 이창진은 삼진 아웃. 2아웃이 됐다. 그리고 포수 한승택이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 파울. 2구째 볼. 3구째 헛스윙. 모두 체인지업이었다.

그리고 4구째. 갑자기 잠실벌에 함성이 커지기 시작했다. 함덕주가 투구를 위해 세트 포지션에 들어가는 순간, 갑자기 3루 주자 김규성이 홈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홈 스틸이었다. 뒤늦게 이를 알아챈 함덕주가 급하게 투구를 실시했으나 공은 김규성의 몸을 맞은 뒤 뒤로 빠졌다. 그사이 이미 홈을 쓴 김규성. 득점 후 마음껏 포효하며 3루 쪽에 자리한 KIA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트렸다.

공식 기록은 '트리플 도루' 삼중 도루였다. 이는 KBO 리그 통산 7번째이자, KIA 구단 역사상 첫 번째 기록이었다. 또 종류 구분 없는 홈스틸로는 KBO 리그 358번째 기록이었다. 결국 KIA는 김규성이 따낸 귀중한 득점을 더해 6-3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9회 김규성의 환상 홈스틸에 기뻐하는 KIA 더그아웃 선수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규성. 그는 홈 스틸을 시도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상대(LG) 3루수(문보경)의 위치가 좀 많이 뒤쪽으로 가 있었다. 이에 제가 리드를 많이 할 수 있었다. 여기에 상대 투수가 (3루 쪽에 등을 지고 있는) 좌완 투수(함덕주)였다. 또 함성이 컸다. 그래서 아무래도 LG 쪽에서 하는 콜 플레이 같은 게 잘 안 들려서 (홈 스틸을 하면) 홈에서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을 거라고 조재영 3루 주루 코치님이 이야기를 해주셨다. 코치님께서 마지막에 뛰라고 사인을 주셔서 과감하게 뛸 수 있었다."

그럼 홈 스틸은 언제부터 생각했던 것일까.

"일단 3루 갔을 때 생각하지는 않았다. 3루에 도착한 뒤 투구 동작을 보면서 투수의 습관 같은 부분에 대해 코치님이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그 습관을 계속해서 보고 있다가 타이밍을 맞춰서 뛰었다. 볼 카운트에는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투구 습관을 찾으려다 보니 투 스트라이크가 됐다. 포수와 사인을 교환하는 것을 보고 1루 방향을 딱 보길래, 그때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함덕주가) 1루로 시선을 두는 것을 보자마자 그때 뛰었다. 오로지 1점을 내기 위해 뛰었다. 마침 함성이 컸다. 홈에 거의 다 와서 슬라이딩을 하려고 하는데, 공이 아직도 안 오더라. 그래서 슬라이딩 후 세이프라는 것을 알았다. (공에 맞았지만) 아프지 않았다. 1점을 뽑아낸 게 더 기뻐서 고통을 느낄 틈조차 없었다."

이날 잠실구장에는 2만 3750명이 입장해 만원 관중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함덕주의 투구 습관을 잘 파악한 뒤 투구 준비 시간이 길어지는 틈을 타 과감하게 파고들었다. 팬들의 큰 함성도 홈 스틸을 도왔다. 김규성이 야구를 하면서 홈 스틸을 성공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야구하면서 처음 홈스틸을 해봤다.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짜릿했던 것 같다. 홈런도 쳐봤지만 이게 더 짜릿했다. 저희가 한 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래야 여유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짜릿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홈스틸 이후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많은 축하를 받았다.

그는 "다들 정말 많이 기쁨을 표현했다. (김)선빈이 형이 정말 아무도 모르게 뛰었다고 했다. LG 쪽도 그렇고, 우리들(선수들)도 뛸 줄은 아무도 몰랐다고 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규성은 "아무래도 사인이 나면 적극적으로 (홈스틸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사인이 나면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한다. 과거에 KBO 리그 홈 스틸 장면을 보기는 봤다. 홈 스틸을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했다. 한 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어서 영광이었던 것 같다"며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KIA 김규성이 29일 잠실 LG전에서 9회 홈스틸을 성공시키는 순간.
사령탑도 선수들을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종국 KIA 감독은 경기 후 "2점 차로 추격당한 상황에서 조재영 코치와 3루 주자인 김규성 이 서로 사인을 주고받으면서 결정적인 홈스틸을 성공시켰다. 과감한 작전이 잘 들어맞았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오늘 선발투수였던 앤더슨이 6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주면서 본인 몫을 다 해줬다. 무사 만루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 최지민이 최소 실점으로 위기를 넘기면서 결국 승리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세이브를 거둔 장현식도 좋은 투구를 해줬다. 공격에서는 초반부터 필요할 때마다 점수를 올리면서 우리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다. 황대인의 투런 홈런도 중요한 타이밍에 나와줬다"며 골고루 칭찬했다.

끝으로 그는 "최근 투타 모든 부분에서 집중력 있게 경기를 잘해주고 있다. 30일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분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한편 KBO 리그에서 삼중 도루는 앞서 1983년 6월 24일 롯데(구덕 해태전 5회), 1988년 6월 26일 빙그레(대전 MBC전 2회), 1990년 8월 14일 빙그레(사직 롯데 DH 2차전 3회), 1994년 4월 10일 쌍방울(잠실 OB전 5회), 2013년 7월 5일 넥센(목동 LG전 8회), 2014년 7월 16일 LG(잠실 삼성전 6회)까지 단 6차례 있었다. 김규성은 KBO 리그 역사에서 7번째 진기록을 만들어낸 주인공이 됐다.

김종국(왼쪽에서 두 번째) KIA 감독이 9회 홈스틸을 성공시킨 김규성을 맞이하고 있다.
29일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KIA 김규성. /사진=김우종 기자

잠실=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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