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승리” vs “新사대주의…尹 방미 중 민생 없이 막말 공방만 한 與野

최지영 기자 2023. 4. 3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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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尹 방미 성과에 “정신승리” vs 국민의힘 “中 비판 안 하는 민주당은 新사대주의”
한미정상회담 워싱턴 선언 등 비방·입법독주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공백 기간 쟁점 법안 협상력·대응 부재한 국민의힘
오는 5월 전세사기 특별법 등 민생 법안 통과 주목
국회 김민기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30일 5박 7일 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가운데,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사이 국내에서는 정치권이 외교, 안보 문제를 둘러싸고 소모적인 공방만 지나치게 이어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 등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국민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음에도 핵 억제 대응 전략이 담긴 ‘워싱턴 선언’ 등을 두고 구체적인 대안 없이 한미정상회담의 성과 등을 깎아내리는 민주당에는 “무책임하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또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사이 야당인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집권 여당으로서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워싱턴 선언’을 둘러싸고 불거진 ‘핵 공유’ 논란 등을 비롯해 윤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을 연일 비판해 왔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실은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데 대해 사죄하라”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사실상 핵 공유’ 주장을 미국으로부터 대번에 반박당하고도 아전인수식 정신승리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대체 어디까지 정신승리를 하는 것이냐”고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에는 퍼주고 미국에는 알아서 한 수 접는 ‘호갱외교’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박홍근 전 원내대표도 “안보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2021년 한미정상회담에서 진전된 것이 없으며 기존 미국의 핵우산 정책과 크게 달라진 게 무엇인지 되묻고 있다”고 연일 공세를 펼쳐 왔다.

하지만 이번 워싱턴 선언은 핵 전략 논의에 특화된 최초의 상설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을 신설해 한·미 간 핵 확장 억제 전략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공유한다는 점 등을 문서화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분명 진일보했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지난 23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자체 핵무기 보유에 찬성하는 비율이 전체 응답자의 56.5%, 윤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위협과 남한의 핵무기 보유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 응답자가 55.5%였던 만큼 국민의 안보 불안감 해소의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정의당 등 야당들과 함께 4월 임시회 마지막 날 쟁점 법안들을 무더기로 강행 처리했다.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 쌍특검(50억 클럽 특검, 김건희 여사 특검) 패스트트랙 지정 동의안을 통과시켰고, 공영방송의 지배 구조를 바꾸기 위한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도 본회의에 부의했다.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당 정례회의, 논평 등으로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홍보하는 등 지원 사격에 나섰지만, 정작 민주당 등 거야(巨野)의 ‘입법 독주’를 막지 못했다. 소수 여당이라는 물리적 한계는 있지만, 본회의 당일 의원총회 이후 진행된 본회의 반대 토론에 이어 항의의 뜻으로 본회의장에서 퇴장, 표결에 불참한 것 외에 마땅히 대응할 전략도 찾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이 미국에서 돌아오면 간호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김 대표는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을 향해 “일본 문제와 관련해서는 연일 죽창가를 부르며 반일감정을 고조시켜온 민주당이 터무니없는 중국 외교부의 논평에 입도 벙긋하지 않는 민주당의 신(新)사대주의에 안타까움을 넘어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간호법 통과 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거대야당 입법폭거 규탄대회’를 열고 “간호법 통과 후 사회 갈등과 국민 피해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법을 강행 처리한 민주당에 있다”며 “이 모든 혼란을 막으려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로 복귀하는 대통령 앞에 양곡관리법에 이어 ‘제 2호 거부권 행사’라는 ‘짐’을 떠 넘긴 것 아니냐는 책임론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 순방이 마무리되는 만큼 5월 여야가 민생 법안 심사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야는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해 정부·여당이 내놓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을 비롯해 민주당, 정의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도 5월 임시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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