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하>] LG전자 14년 3개월 만에 삼성전자 실적 역전…왜?
삼성전자·LG전자 '업황'에 엇갈린 성적
HDC현대산업개발 노사 최근 임금 인상 문제 대립각
☞<상>편에 이어
[더팩트|정리=이중삼 기자]
◆ 삼성-LG전자, 뒤집힌 분기 실적…핵심사업 재정비 '속도'
-이번엔 IT업계의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이번 주 가장 큰 이슈는 아무래도 지난 27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1분기 실적발표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핵심 내용을 전해주시죠.
-네. 지난 27일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1분기 실적발표가 있었습니다. 국내 대표 전자기업으로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는 두 회사는 통상 같은 날 오전과 오후로 나눠 실적을 내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지요. 특히 올해 1분기에는 LG전자가 무려 14년 3개월 만에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추월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LG전자는 1조4974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반면, 삼성전자는 64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두 기업의 실적이 크게 차이가 나는군요. 격차가 이렇게 벌어진 이유는 뭔가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을 가른 것은 주력 사업의 업황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계속된 메모리 반도체 시장 업황 악화에 시달리며 주력 사업인 반도체 사업(DS) 부문에서만 4조5800억 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삼성전자가 DS부문이 분기 적자를 낸 것은 14년 만의 일입니다. 매출도 전년 동기에 비해 반토막 난 13조7300억 원에 그쳤습니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경기둔화 심려로 전반적인 구매심리가 둔화해 감소했다"면서 "DS부문은 수요 감소 영향을 크게 받으며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LG전자는 지난해와 견줘 개선된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 부담에서 벗어나 생활가전(H&A) 사업본부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그동안 미래 먹을거리로 키워 온 전장 사업도 수익성을 키우며 실적 개선에 기여했습니다.
LG전자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도 사업 구조와 오퍼레이션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워룸 태스크 등의 전사적 노력이 실적을 견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수익성을 든든히 지켜온 반도체 사업부의 부진에 걱정이 큽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철회하고, 메모리 반도체 생산 조정 등에 나서고 있다고 발표했는데요. 2분기와 남은 하반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방향성을 공유해 주시죠.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와 같은 서비스를 앞다퉈 준비하는 만큼, 컴퓨팅 인프라 수요가 되살아날 것이란 예상에서죠.
삼성전자는 감산과 투자를 병행하며 불확실성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27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부터 메모리반도체 재고가 줄기 시작해 상반기 고객사 재고가 조정되면 하반기에는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반도체에 지난해(47조8717억 원)와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유지한다는 방침도 밝혔습니다. 최악의 분기로 꼽히는 1분기에도 무려 9조8000억 원에 이르는 투자를 했습니다. 서병훈 삼성전자 IR 담당 부사장은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평택 공장 3기와 4기에 투자해 필수 클린룸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대응하겠다"면서 "반도체 공장을 짓고 양산하기까지 오래 걸리는 만큼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계속해서 기반 시설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주력 사업의 최대 성과와 성장 동력의 본궤도로 호실적을 달성한 LG전자 역시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LG전자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상고하저'의 패턴을 깨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상고하저는 상반기에는 실적이 좋고, 하반기에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으로 LG전자의 연간 실적 그래프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입니다.
LG전자의 무기는 지난해 1696억 원의 영업이익을 안기며 연간 흑자전환에 성공한 전장(VS)사업본부입니다. 1분기 말 VS사업본부의 수주 잔고는 80조 원을 넘겼는데요. 지난해 흑자전환을 시작으로 VS사업본부의 본격 매출 기여가 예상되는 지점입니다.
김주용 VS경영관리담당 상무는 27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3년에도 지속적인 신규 수출 확대를 통해 전년 대비 성장세를 이어나갈 계획이다"면서 "제품별 비중의 경우 전기차 시장의 높은 성장세와 LG 마그나 합작법인(JV) 효과에 힘입어 전기차 부품의 수주 잔고 비중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주력사업인 H&A사업본부는 프리미엄 수요와 보급형 수요에 동시에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판매량과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지난해 TV 수요 감소로 분기 적자를 기록한 TV(HE)사업본부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올레드) TV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수요에 대응하며 수익성을 대폭 늘릴 예정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분기를 잘 넘겼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세계 속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인 만큼, 남은 2023년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길 응원해 봅니다.
◆ HDC현산, 노사 화합 중대기로…사상 첫 총파업 가나
-건설업계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지난해 광주 화정 아아파크 붕괴 사고 후 회사 안정화에 매진해 온 HDC현대산업개발 노사가 최근 임금 인상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구요?
-네. HDC현산 노사가 지난해 11월부터 이달까지 이어진 임금 교섭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체결이 불발되면서 결국 지난 19일에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까지 신청한 상태입니다.
-회사 내부 임금 문제가 정식 조정 기관으로 넘어갔군요. 노사 간 입장차가 그만큼 크다는 반증일텐데요. 양측이 내세우는 구체적인 임금 인상률은 어느 정도인가요?
-우선 노조는 임금을 전년에 비해 20%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조 일각에서는 대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두 자릿수인 10%대 인상안이 나와도 과반 이상이 찬성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반면 사측은 2% 인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는 2018년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회사 측은 내부 규정에 맞춰 기본 인상률 2%에 인사고과에 따른 1%포인트를 가감하는 임금 안을 내놓은 상황입니다.
-노사가 꺼내든 인상률 카드의 차이가 상당하네요. 그렇다면 양측이 주장의 근거로 내세우는 부분도 궁금해집니다.
-노측에선 크게 세 가지를 임금 인상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선 매출 규모나 도급순위(시공능력)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HDC현산이 국내 10대 메이저 건설사로 분류되고 있지만 평균 연봉은 그 수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초 광주 사고 이후 사기가 저하된 직원들의 줄퇴사가 이어지면서 회사 임원들은 비상안전위원회 등 비공식 자리에서 두 자릿수 급여 인상을 약속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입니다. 그때 상당수 직원들이 회사에 남기로 결심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또 회사가 올해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워서 보통주 1주당 600원(총 395억 원)에 전년과 동일한 현금배당과 자사주 191만2045주도 취득했지만 정작 내부 직원들의 급여 인상 문제는 뒷전이라는 서운함도 표출하고 있습니다.
반면 사측은 지난해에 일반 수준의 임금 변동이 있었고 임금과 별개로 직원 복지 향상을 위해서 최대 1억 원의 주택자금 저리 대출과 입원 치료비 확대, 복지시설 제공 등의 복리 후생제도를 병행하고 있고 올해 임금 조정 부분도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상당한 견해 차이가 읽히는데요. 중재기관인 중노위에서 조차 임금 문제가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다음 과정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우선 오는 5월 11일까지 세 차례 조정이 있을 예정입니다. 통상 조정기간 동안 노사가 자율로 합의해서 조정 요청을 취하하거나 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을 노사가 모두 수락할 경우에 '조정 성립'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러나 조정회의에서도 이렇다 할 절충점을 찾지 못해 '조정중지'가 선언되면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서 합법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HDC 현산 노조 입장은 어떤가요. 총파업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인가요.
-그렇습니다. 노조 측은 5월 11일까지 사측 입장을 기다려보고 이후 조정이 결렬되면 900여 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투표를 실시할 방침입니다. 만일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전국 주택·토목 공사 현장과 플랜트 현장 등에서 공기(공사기일) 지연 등 직간접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장석 HDC현산 노조위원장은 <더팩트>에 "현재 분위기로 미뤄볼 때 노조원 과반 이상이 총파업에 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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