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尹 방미 성과 띄우기…'순방 외교' 효과 볼까
국힘 "한미동맹 진일보" vs 민주 "퍼주기 굴욕 외교"
한미 '워싱턴선언' 핵공유 시각차…순방 효과 부정적 관측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이 12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을 긍정 평가하며 성과 띄우기에 총력을 쏟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퍼주기 외교' 비판에 '정치 공세'라고 반박하는 등 후방에서 대통령실을 엄호하고 있다. 정국 주도권과 지지율 반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여당이 기대하는 효과를 누릴지 관심이 쏠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방미 핵심 성과로 '워싱턴 선언'을 꼽으면서 "기존의 확장억제에 비해 훨씬 더 진일보한 것으로 한미군사동맹이 핵 동맹으로 발전하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번 워싱턴 선언으로 인해 핵이 우리나라에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사실상으로 존재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윤 대통령이) 방미 이틀 만에 넷플릭스 25억 달러, 코닝 15억 달러 등 모두 59억 달러를 유치했으며 MOU(양해각서)도 50건 체결했다"면서 "이번 워싱턴 선언문의 핵심은 핵협의그룹(NCG) 설립과 핵문서 공개, 핵잠수함 한반도 전개 강화, 가시성 증대다. 특히 핵 문서는 사실상 최초의 핵 공유 선언문"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한국이 자체 핵무기 개발을 공개적으로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과 핵 협의를 더욱 강화하는 것을 중요한 내용으로 하는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또한 한미 양국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공급망 협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조율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평가 절하했다. 핵심 의제였던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나 반도체법 등과 관련해 양국이 협의해 나가기로 했지만, 기밀 정보 제출, 초과 이익 공유, 중국 투자 제한 등 독소조항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이 나오지 않았다며 '빈손 외교'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낌없이 퍼주는 '글로벌 호갱(호구와 고객 합성어) 외교'라는 참으로 굴욕적인 상황을 맞고 말았다"고 비난했다.
박홍근 당시 원내대표도 전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넷플릭스 투자에 관해 "이미 예정됐던 사안으로 순수한 순방의 성과라 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또한 "대통령실은 미 기업의 투자 규모가 59억 달러에 이른다고 홍보했지만, 삼성·현대차·SK 등 한국 기업들이 바이든 정부 들어 1000억 달러(한화 133조5000억 원)를 투자했다며 대대적으로 미국 정부가 선전해 온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초라하기 그지없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이 순방에 나선 사이 민주당은 한발 더 나아가 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권과 함께 이른바 '쌍특검'(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법)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송영길 전 대표의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대한 시선을 돌리기 위한 정략적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볼모로 의회민주주의를 파괴시키고, 전·현직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관심을 돌려보려 하고 있음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고 말했다.
여야가 팽팽하게 힘겨루기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외교'를 지렛대 삼아 지지율 반등에 성공할지가 관심사다. 김기현 대표가 민생 행보에 집중하고 있으나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의 설화 논란 영향 등으로 여당 지지율은 저조한 수준이다. 심지어 '2021년 전대 돈 봉투' 의혹은 민주당의 악재로 작용 가능성이 있는데도, 최근 발표된 국민의힘 지지율은 정체 현상을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은 지난주와 변동 없이 32%를 기록했다. 민주당 전주보다 5%포인트 오른 37%로 나타났다. 지난 3월 4주째 때 두 정당의 지지율이 역전된 이후 가장 큰 격차로 벌어졌다. 정의당은 4%, 무당층은 27%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같은 현상을 보였다. 긍정 평가는 전주대비 1%포인트 떨어진 30%, 부정 평가는 3%포인트 상승한 63%로 집계됐다. 미 외신과 인터뷰에서 '일본 무릎' 발언 등이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의 이유 중 '외교'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직무 긍·부정 평가 이유 양쪽에서 외교 사안이 두 달째 최상위다.
대통령의 순방이 여당 지지율에 큰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미 정상이 발표한 '워싱턴 선언'을 두고 '핵 공유 선언'이라는 한국 정부와 '사실상 핵 공유로 보지 않는다'는 미 정부 간 시각차를 걸림돌로 봤다. 그는 통화에서 "이 논란이 지속한다면 여당의 지지율 반등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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