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박서준의 '드림', 멈추지 않을 도전과 성장
'드림'으로 4년 만에 스크린 복귀
"3년이라는 시간이 함축된 작품, 관객들에게도 가치 있게 쓰이길"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드림'(감독 이병헌)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 분)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 분)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드림'은 2019년 크랭크인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촬영이 여러 차례 중단되면서 2022년 4월 초 크랭크업했고, 약 1년 만에 개봉하게 됐다. '사자'(2019)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박서준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날 생각에 설렘을 드러낸 박서준은 "'관객분들을 만나는 느낌이 뭐였더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익숙했는데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잖아요. '드림'뿐만 아니라 묵혀있는 영화들이 많은데 관객들과 만나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라고 웃어 보였다.
박서준은 선수 생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계획도 의지도 없던 홈리스 풋볼 월드컵 감독으로 나서게 된 홍대로 분했다. 이번 작품을 위해 웨이트를 하면서 체력을 길렀고, 주말에는 조기 축구에 나가서 공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축구선수들을 관찰하면서 체격과 외적인 스타일링을 완성해 현실감을 살렸다.
"축구 기술은 정해져 있어서 그것만 연습하면 됐어요. 시간이 충분해서 다 소화할 수 있었죠. 액션보다 축구가 더 힘들어요. 공이 들어오니까 NG가 많이 나더라고요. 홍대는 대본에 잘 표현돼 있어서 이외의 것을 만들기보다 '왜 이런 행동을 할까'에 집중했죠. 엄마에게 사랑을 못 받고 자랐다 보니까 표현이 서툴고, 감정을 못 숨기는 거 같더라고요. 반대로 말하면 순수한 거고요. 인물이 느끼는 열등감, 그로부터 오는 감정은 뭘까를 생각해 보는 지점이 있었어요."
아이유에 관해서는 "진중하고 감정 연기를 잘하고 힘이 있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소민이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느낌이잖아요. 그런데 이것도 잘하더라고요. 역시 하나를 잘하면 다 잘하는구나 생각했어요"라고 덧붙였다.
박서준은 4년 동안 대중들에게 작품으로 인사하지 못했지만, 쉬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영화 '드림'을 비롯해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넷플릭스 '경성크리처'를 찍었고 '더 마블스'로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하며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하지만 어떠한 피드백을 받지 못하고 촬영만 계속하면서 이유 모를 무기력을 느꼈다고. 그는 "좀 쉬어야되나 싶을 정도로 에너지가 없었어요. 작품이 공개되고 피드백을 받아야 다음 작품에 참고할 수 있는데 그런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이게 4년 정도 지속되니까 촬영할 때는 살아있는 느낌을 받다가도 어딘가 모르게 쳐지더라고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작품이 공개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오랜만이라 걱정이 됐는데, 오랜만에 찾아온 순간을 걱정으로 채우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고스란히 에너지를 느끼고 싶어요."
"콤플렉스와 열등감은 성장시켜 주는 무기에요. 이게 있어야지 발전할 수 있거든요. 또 완전히 해방될 수도 없죠.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인정하는 편이에요. 1년 가까이 오디션에서 떨어진 적이 있어요.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또래 친구들이 활동하는 거 보면서 열등감을 느꼈죠. 저에게서 이유를 찾으려고 했고 포기하려는 순간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그때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했어요. 제가 마음을 편하게 먹으니까 보는 이들도 편해졌나 봐요. 그전에는 늘 힘이 들어가고 독기가 있었고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 해냈을 때 칭찬해 주려고 하죠. 저는 도전할 때 주어진 상황을 직접 만들어요. 이에 도달하기 위해서 뛰는 사람이란 걸 알거든요. 도전할 때 처음에는 열등감으로 다가오지만 이를 해냈을 때의 성취감은 배로 와요. 그리고 저는 다름을 인정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부러워하면 끝이 없거든요. '나만의 것이 분명히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죠."
이러한 과정을 거듭했기에 자신만이 갖고 있는 무기를 확실히 알고 있는 박서준이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타율이 나쁘지 않아요"라고 말했고, 그동안 쌓아온 필모그래피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면서 고개를 저절로 끄덕였다.
"저는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과정을 좋게 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죠. 현장에서 스태프들이랑 빠르게 친해지려고 먼저 다가가고요. 진입장벽이 있지만, 이게 깨지는 순간부터 현장이 늘 즐거워요. 그런 노력이 모여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좋은 에너지가 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건 저의 철칙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다행스럽게도 타율이 좋지 않았나 생각해요."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게 가장 중요해요. 데뷔 초 때 '제가 그릇이 얼마인 사람인지 궁금해요'라고 했더라고요. 그때는 시작할 때라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몰랐는데, 그게 아직 진행형인 거 같아요. 도전적인 선택을 하고 스스로를 절벽으로 밀었을 때 그 이상의 것이 나온다고 믿으면서 선택하려고 해요. 안주하지 않는 게 저의 목표이자 '드림'이죠."
박서준의 3년이라는 시간이 담긴 '드림'이다. 현재 한국 영화의 위기라는 말이 계속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천만 감독 이병헌과 박서준, 아이유가 만난 '드림'을 향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부담보다 즐기는 걸 택한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건 한 분이라도 더 극장에 오실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흥행 부담은 전혀 없어요. 제가 부담을 느낀다고 달라질 건 없어요. 영화가 잘 되려면 기본적으로 작품이 좋아야 되고, 시기나 계절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다 도와줘야 되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했고, 한 분이라도 더 극장에 오실 수 있게 또 최선을 다할 거에요. 저에게 '드림'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준 작품이거든요. 선배님들이 많았고, 이병헌 감독님을 처음 만나기도 했죠. 제 3년이라는 시간이 함축돼 있는데, 저에게 가치 있었던 시간들이 관객분들에게도 가치 있게 쓰였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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