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수출 첨병’ FA-50 생산현장을 가다 [S 스토리]

박수찬 2023. 4. 2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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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장비로 동체 정렬
레이저 조준해 ‘무결점 조립’
축구장 3배 공간에 생산라인 ‘빼곡’
폴란드 수출 앞두고 조립·점검 한창
KAI 자체 설계 ‘자동결합체계’ 적용
오차 방지·생산 소요시간 단축 효과
美 해·공군 훈련기 사업에도 도전장
“수주 땐 세계 시장서 유리한 교두보”

“지금 앞에 보이는 항공기들이 폴란드로 수출되는 것입니다.”

지난 14일 찾은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 축구장 3배 면적인 2만1600㎡(약 6500평) 규모의 공간에는 폴란드 등에 수출될 예정인 FA-50 경공격기들이 생산라인을 가득 메웠다. 라인 오른쪽에 있던 기체들은 조립 초기 단계로 항공기 뼈대 정도만 볼 수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비행기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반면 왼쪽의 기체들은 날개와 조종석 장비들이 대부분 조립된 상태로 T-50 계열 항공기의 외형적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가 지난 14일 경남 사천 KAI 격납고에서 기자에게 폴란드로 수출될 FA-50GF 2호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KAI 제공
생산라인에서 조립 중인 항공기는 FA-50GF(Gap Filler·갭필러) 형상이었다. KAI는 지난해 9월 폴란드와 FA-50 48대 수출 계약을 맺었다. 공군 TA-50 전술입문훈련기 블록2를 수출 사양에 맞춰 변경한 FA-50GF 12대, 폴란드 요구에 맞춰 제작하는 FA-50PL 36대가 제작돼 폴란드에 인도된다. 갭필러는 구형 장비와 차기 신형 무기 도입 시기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무기를 뜻한다.

FA-50GF보다 큰 폭의 개량이 이뤄지는 FA-50PL은 기존 T-50 계열 항공기 중에서 가장 강력한 성능을 지닌다. 공중급유 기능과 더불어 300갤런(약 1136L) 상당의 연료탱크가 추가된다. 최신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탑재해 탐지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산 AIM-9X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장착, 타격 범위도 한층 넓어졌다. 타기팅 포드(TGP)와 레이저 유도폭탄을 비롯한 지상공격 능력도 추가된다. FA-50GF는 오는 8월 납품을 시작해 올해 안에 완료할 계획이다. FA-50PL은 2025~2028년 순차적으로 인도가 이뤄질 예정이다.

◆첨단 조립기술로 오차 방지

이날 방문한 고정익동은 전반적으로 활기가 넘쳤다. KAI가 폴란드에 이어 말레이시아와 FA-50 18대 수출 계약을 맺음으로써 생산 물량이 크게 늘어났고, KF-21 시험비행도 순조롭게 이뤄지는 것이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듯했다.

조현길 KAI 고정익최종조립기술팀장은 공장 한쪽에 있는 기체 구조물 적재 공간을 가리키며 “내후년쯤에는 FA-50 생산라인 2개가 설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늘어난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생산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KAI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FA-50의 미래에 확신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생산 라인에서는 엔지니어들이 FA-50GF 10여대를 조립, 점검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각 단계별로 조립 진행 수준이 서로 달랐지만, 상당한 수준의 자동화가 적용되고 있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가 지난 14일 경남 사천 KAI 공장에서 조립 중인 FA-50GF의 구조 등을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KAI 제공
KAI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10여대 중 조립 초기 단계에 있는 기체에 가까이 다가갔다. 전방과 중앙, 후방 동체가 분리된 기체 주변에서 엔지니어들이 작업하고 있었다. 동체들은 11개의 지지대에 의해 지상에서 올려져 있었다.

작업을 마친 동체에 대해서는 KAI가 자체 설계한 동체자동결합체계(FASS)가 가동됐다. 포지셔너(Positioner)에 의해 들어올려진 동체들을 무인운반장비가 순차적으로 자동 정렬, 하나의 기체로 결합했다. 정확한 위치는 레이저 포인터로 좌표를 설정해서 확보했다. KAI 관계자는 “계절에 따른 소재 변화로 인한 오차 발생 위험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고, 생산 소요시간도 줄어든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전방과 중앙, 후방 동체가 합쳐진 기체는 3개의 에어크래프트 리프트(Aircraft lift)에 놓이게 된다. 엔지니어들은 리프트 사이로 들어가서 동체 하부 작업을 진행한다.

생산라인을 따라 이동하던 도중 조립 작업이 마무리된 기체와 마주했다. 점검 작업이 한창인 기체 중앙부 옆면에 있던 덮개가 열려 있어 내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배선은 기체 벽면에 붙어 있었고, 각 벽면의 중간에 있는 공간에는 조종사 호흡을 돕는 산소발생기 등 다양한 장비가 설치됐다. 지상 정비사가 기체 상태를 확인하는 정비 패널도 눈에 띄었다. 엔진 등 주요 장비의 상태를 나타내는 데이터를 다운로드할 수 있고, 정비사의 목소리를 조종사에게 전달하는 기능도 있다. 이를 통해 기체 정비를 한층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FA-50GF 생산라인 옆에는 태국 수출용 FA-50 2대와 KF-21 시제 2·6호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시험비행 중이었던 KF-21 시제 2호기는 엔진 뒤쪽에 장착되는 제동 낙하산(고속 항공기가 착륙할 때 활주 거리를 줄이고자 기체 뒤에 설치하는 낙하산) 장착 개조 작업을 위해 공장에 들어왔다. 6호기는 한 달 안에 조립 작업을 마칠 예정이라고 KAI 측은 설명했다.

격납고에는 도색 작업을 끝낸 FA-50GF 2호기가 있었다. 회색 바탕에 기체 하부를 짙은 회색으로 도색한 것이 눈에 띄었다. 주익과 수직 미익에는 폴란드 공군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흰색 사각형으로 이뤄진 표식이 그려져 있었다. 수직 미익에는 ‘5002’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조 팀장은 “FA-50의 ‘50’과 2호기라는 뜻을 담은 ‘02’가 결합된 뜻”이라고 설명했다.
◆최대 시장 미국 공략 준비 박차

KAI는 폴란드에서의 성과를 토대로 T-50 계열 항공기의 추가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잠재적 수출 시장에 대한 분석과 더불어 구매국 특성에 맞는 산업 협력 등 맞춤형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작업도 지속하는 모양새다.

유럽에서는 냉전 시절 바르샤바조약기구(WTO)에 속했던 동유럽 지역이 수출 대상으로 거론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산 전투기를 퇴출시킨 동유럽 국가들은 공군 전력 공백에 직면해 있다. 이들 중 일부가 미국산 F-16·F-35와 한국산 FA-50을 함께 운용할 폴란드 사례를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AI 수출 담당 관계자는 “폴란드에서 실제 운영 효과가 나타나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본다”며 “비용과 납기 등 사업 관리를 잘하면, 국산 기종에 대한 좋은 인식을 폴란드 인근 국가에 퍼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FA-50은 미 공군과 해군의 3개 훈련기 사업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미군 시장은 국제 방위산업 시장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지만, 진출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그러나 세계 훈련기 시장을 장악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3개 사업 규모가 T-50 계열 항공기의 현재 수출 실적을 뛰어넘는 500여대에 달할 정도로 큰 데다 ‘미군 무기’라는 프리미엄이 세계 시장에서 상당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KAI 관계자는 “미군이 선정한 무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성능을 의심하지 않는다. 500여대에 달하는 물량은 가격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세계 시장에서 다른 기종과 경합할 때 유리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산 경공격기인 FA-50에서 공대지 미사일인 AGM-65G(매버릭)가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3개 사업 중 140여대 규모인 해군 전술훈련기(UJTS)는 지난 1월 제안요청서(RFI)가 발행됐다. 오랜 기간 사용되어 노후화가 심한 T-45 훈련기를 교체하는 UJTS 사업에서 미 해군은 납기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미 해군은 T-45의 노후화로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조종사 수급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기술적 문제도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단기간 내 생산할 수 있는 신형 훈련기를 신속하게 납품하는 것을 우선시하면서 성능 개량 계획의 실효성에도 초점을 맞췄다. 이르면 2025년 말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KAI는 미국 보잉의 T-7 훈련기와 경합할 UJTS 사업 결과가 미국 내 다른 2개의 훈련기 사업인 공군 고등훈련기(ATT·128대), 해군 전술대체항공기(TSA·60~70대)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총력전에 나설 태세다. KAI 관계자는 “UJTS 사업 우선순위가 납기가 첫 번째고, 가격이 그다음 순위라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사천=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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