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병라인 대책은 '땜질' 아니면 '공염불'…[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쓰러지는 사람까지 속출해 '골병라인'이란 말까지 생긴 김포 골드라인 문제,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신도시에 인구는 계속 유입되면서 교통 수요는 폭발하는데, 뚜렷한 해결책 없이 전세버스 투입 같은 땜질식 처방만 계속됩니다.
수도권에 일자리가 몰리면서 사람들 역시 찾아들고 수도권 집중화는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도시가 계속 만들어져왔는데요. 면밀한 교통 대책도 없이 말입니다. 먼저 소재형 기자가 실제 사정이 어떤지 출근길을 직접 취재했습니다.
[한 발 떼기도 힘든 '골병라인'…출근지옥 언제까지 / 소재형 기자]
[기자]
"김포골드라인 양촌역에 나와있습니다. 출근길 얼마나 혼잡한지 직접 한 번 타보도록 하겠습니다."
시점인 양촌역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정거장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더니
곧 전동차 내부는 마치 콩나물 시루처럼 변했습니다.
"전동차 내부는 이제 꽉 들어차서 움직이기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김남수/경기도 김포시> "상당히 혼잡도가 높고 어려움이 많은 노선이거든요. 지금도 많지만 앞으로 가면 갈수록 안전사고도 상당히 우려가 되는 상황이라."
출근길 김포골드라인은 그야말로 지옥철이었습니다.
"종착역인 김포공항역에 도착했습니다. 드디어 숨을 좀 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포골드라인 탑승 정원은 172명이지만, 출퇴근길엔 혼잡도가 289%까지 올라갑니다.
정원 3배 가까이 타는 지옥철이 되다보니 쓰러지는 승객들이 나오기 일쑤입니다.
<박국웅/강서소방서> "간혹 가다가 답답함 호소하거나 어지럼증 호소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최일광/경기도 김포시> "(위험성을 느끼거나 이런 적도 있으세요?) 워낙 사람이 많다보니까 엄청 밀리는 것 같고 그래서"
김포골드라인은 김포시 자체 재정으로 감당하려다 보니 전동차가 당초 4량에서 2량으로 축소됐습니다.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거라 내다봤지만, 오판이었습니다.
"김포한강신도시가 들어서면서 김포에 거주하는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자연스레 서울로 출퇴근하는 교통수요도 빠르게 늘었습니다."
현재 김포시 인구는 약 50만명,,김포시 전망과 계획대로 80만명까지 불어나면 현재 교통 인프라로는 감당이 불가능합니다.
대체 버스는 이미 투입했고, 버스전용차로 지정 등 추가 대책까지 모색 중이지만, 역부족입니다.
<이용훈/김포시 교통건설국장> "70번 버스 조기 투입하는거, 그리고 점차적으로 전세버스 투입을 할건데. 버스전용차로 서울경계까지만 돼 있고
서울시 구간은 안 돼 있거든요. 계속 합동회의를 하고 있어요."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과 서부권 광역급행철도도 검토 대상이지만 빨라야 몇 년이 걸릴 그 때까지 시민의 안전은 누구도 담보할 수 없는 상태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연합뉴스TV 소재형입니다.
[이광빈 기자]
김포와 골드라인 출퇴근 난이 부각되긴 했지만, 교통난이 심각하기는 다른 2기 신도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당국이 계속 조치를 내놓아 나아지고는 있지만, 계획 당시의 교통수단 대책은 아직도 공염불인 경우가 많습니다.
조성흠 기자입니다.
[김포만 문제?…"파주·동탄 신도시도 힘들어요" / 조성흠 기자]
[기자] 김포골드라인의 지옥같은 출퇴근길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다른 2기 신도시들의 교통난도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2기 신도시의 출퇴근길 직접 살펴보겠습니다.
파주 운정신도시의 경의중앙선 운정역에 서울로 출근하는 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급행열차 증차에 정차역 증가로 극심했던 출퇴근난은 좀 나아졌지만, 지하철을 타는 것만으로 지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한창우 / 운정신도시 학생> "사람 많을 때는 너무 많이 혼잡해서 불쾌할 정도로 많이 타거든요."
운정신도시 인구는 이미 27만 명, 분양 계획이 줄을 잇고 있어 더 늘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경의중앙선 외 선택지는 배차간격 약 20분, 서울까지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광역버스뿐입니다.
주민들은 내년 하반기 개통될 GTX-A 외에 아직도 미정인 서울 지하철 3호선 연장을 바라고 있습니다.
<김영일 / 파주 운정신도시 직장인> "아무래도 GTX가 새로 생긴다고 하니까 기대, 희망 이런 걸 생각하고 있고, (인구) 분산이 되니까."
<박미나 / 파주 운정신도시 직장인> "서울역(행) 같은 경우엔 배차간격이 긴 시간이 있어서…3호선 연장이 좀 더 편한 거 같아요."
"교통난이 발생하는 신도시는 파주뿐만이 아닙니다. 제가 있는 이곳 동탄도 출퇴근 시간 교통난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동탄2신도시의 한 버스정류장.
오전 7시도 채 안됐지만 서울행 직장인들의 줄은 계속 길어집니다.
가장 수요가 많은 버스는 강남역과 서울역행 광역버스.
하지만, 입석이 금지된 버스는 좌석이 차자 출발해버립니다.
<김상철 / 동탄2신도시 직장인> "보통 한 2대. 1대, 2대 정도는 놓치는 경우가 좀 있고. 민원도 종종 뒷편에 타시는 분들은 제기하시는 거 같고…"
동탄은 지난해 10월 국토부 특별관리지구로 지정됐지만, 교통난 해소는 요원해 보입니다.
수서행 SRT도 있지만 정기권 구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지하철 1호선인 서동탄역은 주요 광역버스 정류장에서 30분 가까이 걸려 무용지물입니다.
하지만 계획된 트램과 동탄인덕원선 현실화는 아직 멉니다.
GTX-A가 그나마 내년 상반기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강현직 / 동탄2신도시 직장인> "버스로도 충분히 출퇴근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만, 트램이나 지하철 같은 게 들어왔음 좋겠다는 필요성을 많이 느껴요."
서울 주택 수요 분산과 수도권의 지역 거점 기능을 목적으로 2003년 개발이 시작된 2기 신도시,,
하지만 지하철 연장, 철도 개설 등 약속했던 교통편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대중교통 분담률은 자꾸만 낮아지고, 승용차 이용자가 되레 늘었습니다.
20년 가까이 흘렀지만 대부분의 정책이 공염불 내지 미정인 현재, 주민들 염원인 교통난 해소는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연합뉴스TV 조성흠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신도시와 서울 간의 교통난. 당장에 신도시 거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고, 이대로 방치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통근 가능한 수도권이 팽창한 탓이 큰데요. 그런데, 수도권 신도시와 서울 간 교통난이 커지는 현상과 맞물려 지방소멸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수십년 간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구호를 외쳐왔는데요. 이제는 국토균형발전은 언감생심이고, 지방소멸이라도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에 내몰린 현실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지역에 신도시를 짓는 데 몰두해왔습니다. 리포트에서 보셨듯이 교통대책도 제대로 세우지 않은 채 일단 짓고보는 식입니다. 서울 주택 가격이 폭등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 비판 여론이 거셀 때면, 당국은 부랴부랴 신도시 건설 대책을 내놓는데 급급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신도시와 강남 등 서울 주요 지역에 연결하는 지하철을 만들기 위해 난리가 벌어집니다. GTX만 봐도 그렇습니다. 강남에 일자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강남으로 연결되는 지하철이 많다 보니 기업들은 더욱 인력유치를 위해 강남으로 들어오려고 합니다.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신도시 주민들은 더욱 늘어나고, 지하철은 더욱 콩나물시루가 되어갑니다.
신도시 중에서 테크노밸리가 있는 판교가 성공한 자족도시로 꼽히는데요. 그런데 판교는 사실상 강남의 확장판으로 여겨집니다. 월판선으로 경기 서부권과 인천권의 통근자까지 빨아들일 것으로 보입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엔 '취업남방한계선'이라는 조어가 있습니다. 사무직은 판교, 기술직 엔지니어는 용인시 기흥이라는 말이 회자되어 왔는데요. 평택 삼성반도체클러스터까지 포함한다고 합니다. 수도권 내에서 통근거리는 계속 늘어나면서 수도권은 계속 팽창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콩나물 시루 전철 문제는 더욱 반복될 것입니다.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마찬가지겠죠. 그리고 동시에 지방소멸 대책에 대한 요구도 커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김포를 포함해 수도권 신도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출퇴근길 교통난에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들이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땜질이 아니면 빨라도 몇 년이 걸리거나 시행 여부가 불투명한 것뿐이라 시민의 불편 해결하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조한대 기자입니다.
[출퇴근 교통 해법 '백가쟁명'…"문제는 시간" / 조한대 기자]
[기자]
'골병라인'으로 불리는 김포 골드라인, 정치권과 지자체가 가장 우선으로 꼽는 해결책은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입니다.
하지만 당장 착수해도 몇 년이 걸릴 판에, 검단 신도시 경유 문제를 둘러싼 김포시와 인천시의 대립에 언제 탈 수 있을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긴급 대책으론 '리버 버스' 도입이 제시됐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신도시에서 한강 선착장까지 가는 시간과 지상교통보다 비쌀 수밖에 없는 요금, 여기에 폭우·결빙시 운항이 힘든 점까지 감안하면 한계가 뚜렷합니다.
<원희룡/국토교통부 장관(지난 20일)>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서울연구원 자체 연구 결과 이 부분이 0.4대의 타당성이 나와 가지고 폐기된 그런 자체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교통 대책으로는 부적절합니다."
급한대로 출근길 전세 버스를 투입했지만 아직 효과는 미미합니다.
운정과 동탄 신도시는 GTX-A 노선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 서울 수서에서 동탄 구간이, 하반기엔 파주 운정에서 서울역 구간이 개통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핵심인 서울 삼성역 정차는 2028년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나마도 사업이 전혀 차질이 없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신도시 주민들에게 기대감만 줄뿐, 결정도 안된 대책들도 여럿입니다.
파주 운정은 서울 지하철 3호선 연장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지만 사업이 확정된 상태는 아닙니다.
김포·부천 등을 잇는 서북권 광역 급행철도, 이른바 'GTX-D' 역시 말만 무성할 뿐, 시행될지도 불확실합니다.
<안재혁 /국토교통부 수도권광역급행철도과장(지난 14일)> "기재부에서 내부 검토를 통해서 예타(예비 타당성) 대상으로 선정할 건지에 대한 결정을 할텐데 결정되는 시기는 조만간 결정…저희도 최대한 협력해서 예타 결과가 신속히 결정될 수 있도록 노력…"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치권이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런다고 당장의 해법이 나올 리 없습니다.
<박상혁 / 국회의원(경기 김포시을)> "혼잡도가 기준 이상으로 높다면 이후 철도망 계획과 광역교통 대책을 수립할 때 우선적으로 반영하도록 법에 근거를 둘 수 있는 도시철도법을 통과시킬 생각…"
"문제는 시간입니다. 집만 강조하고 교통은 뒷전인 신도시 건설의 고질적인 문제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런 상황을 만든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정치권이 대답을 내놔야 할 차례입니다. 연합뉴스TV 조한대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김포골드라인의 민원이 극에 달하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김포골드라인에 탑승했습니다. 점점 탑승자가 늘어나자 원 장관은 구석으로 몰립니다. 원 장관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고 생각이 많아 보이는데요. 사람들로 빼곡한 지하철 안에서 원장관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서울 출퇴근 시간 지옥철을 경험해본 사람들의 마음은 다 똑같을 겁니다. '내리고 싶다.....' 내리지도 못한 채 콩나물 시루 지하철을 타고 가는 시간도 길가만 합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경기도 서울 인근에 신도시가 많은 지역에서 통근 시간이 60분 이상인 비율은 거의 20% 정도입니다. 고양과 김포, 광명, 의왕 등의 주민 5명 중 1명은 출근하는 데 한 시간 이상이 걸립니다. 대부분 서울지역 통근자일 것입니다.
긴 통근시간이 객관적인 정서적 신체적 행복감을 나타내는 '웰빙지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는데요. 정인철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에 따르면, 출퇴근에 1시간 이상 걸리면 의학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정신건강 악화가 일어난답니다. 특히 출퇴근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위험성이 소도시 근로자들의 경우는 미미한데, 광역시 근로자들은 높아진다고 합니다.
아침마다 출근길 전쟁을 치러야 하는 사람들에게 종전이 다가올 날은 언제일까요?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김포골드라인 #신도시교통 #출근지옥
PD 김선호 AD 허지수 송고 이광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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