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를 산 채로 택배 배송?’···논란의 전말
“현직 택배기사인데 이거 뭐냐?”
지난 27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등에는 사과 상자 안에 살아있는 오리가 고개를 내밀고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마치 산 오리를 배송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진에 29일 오후 5시 기준 약 22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해당 게시물의 캡처가 “심지어 불법이 아니”라며 수천 회 리트윗되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내용을 공유하며 “불쌍하다” “먹이는 주고 배송했냐” 등 반응을 보였다.
경향신문이 29일 택배업계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 오리는 ‘배송’되는 택배 물품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택배업계 종사자가 모여 있는 단체 카톡방에서는 해당 사진을 올린 기사가 “전날 터미널에 있던 오리가 사라져서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해서 오리를 찾았다”며 “오리가 풀숲에서 꽥꽥거리며 걸어 나오길래 상자에 넣어뒀고, 배송은 아니다”라는 내용이 올라왔다. 택배업계 관계자도 “국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가 아니고, 머리가 나와 있으면 운송을 못 한다”라고 말했다.
살아있는 동물을 택배로 운송하는 게 ‘불법’이 아닌 것은 사실일까. ‘농장’에서 보낸 것이라면 동불보호법상 동물 운송 규정이 정해져 있어 ‘불법’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개인이 보냈다면 운송 규정에 적용되지 않는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는 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햄스터 등 6종이 ‘반려동물’로 지정돼있다. 이들 종에 대해서는 판매자-구매자 간 직거래나 법이 정한 동물운송업자를 통해서만 배송할 수 있고, 운송업자가 지켜야 할 조건들은 법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조류, 파충류 등 다른 종들은 법망에서 벗어나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만약 오리가 사진과 같은 상태로 운송되면, 오리는 사실상 결박돼 운송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상 ‘학대’는 물리적인 상해 범위에 그쳐, 오리가 다치지지 않는 이상 별도로 제지할 수 있는 뾰족한 수는 없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동물보호법은 ‘학대’를 질병 유발, 신체에 고통 등 결과 위주로 규정하고 정신적 고통에 관한 규정은 없다”라며 “운송은 대표적인 동물의 스트레스 요인이라서 전달 규정을 정하는 것과 별개로, (사진과 같이 운송된다면) 동물 학대로도 볼 수 있는 규정 정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민법에 따르면 동물은 여전히 ‘사물’로 규정된다. 지난 4일 여야는 4월 임시국회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조항을 신성할 민법 개정안을 우선으로 심사·처리하는 데 합의를 이뤘으나, 최근까지도 민법 개정안은 통과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지난 27일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등 15개 단체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법 개정안을 빠른 시일 내에 통과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민법에서 동물과 물건을 구별한다면 이 내용을 근거로 동물보호법을 강화하기 위한 근거가 될 수 있다”라며 “민법 개정안 통과 이후 실질적인 동물 보호 효과를 위해 관련 법을 추가로 개정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10071554001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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