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문화] 세상의 벽 앞에 고개 숙이다…시멘트로 빚은 ‘우리의 자화상’
[앵커]
주말 앤 문화 시간입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벽을 마주하게 되죠.
그 앞에서 좌절하기도 하고 고민 끝에 한 걸음 더 나아가기도 하는데요.
그렇게 삶의 무게에 눌려 고뇌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인체 조각으로 빚어낸 작품들이 있습니다.
묵직한 울림을 주는 전시회, 함께 만나보시죠.
김석 기잡니다.
[리포트]
육중한 벽 앞에 체념한 듯 서서 고개 숙인 존재들.
저마다 표정을 숨긴 채 굳은 침묵에 잠겼습니다.
하나같이 잿빛을 띤, 거칠고 앙상한 육신.
세상의 수많은 벽 앞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실존을 생생하게 드러냅니다.
그것은 곧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배형경/조각가 : "이거는 순전히 저의 일부분이죠. 어쩌면 제 생각과 또 이 힘과 이게 닿아 있으니까, 여기에 다 있으니까."]
조각을 통해 삶이 무엇이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온 배형경 작가.
그동안 선보여온 청동 조각 대신 이번엔 시멘트로 형상을 빚고, 표면을 일일이 다듬은 뒤 먹으로 색을 입혔습니다.
묵직해 보이는 조각들이 그 자체로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이유입니다.
저마다 짊어진 생의 무게가 다르듯 눈높이도 다 제각각이지만, 그런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인간다움의 길.
지금은 다들 고개를 떨구고 잔뜩 웅크렸어도, 조금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하는 삶이기에 실낱같은 희망일지라도 포기할 순 없습니다.
[배형경/조각가 : "사람,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내 땅에서 사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것이고. 이런 생각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사람의 모습을 그리게 되더라고요."]
다루기 까다로운 재료로 완성한 신작으로만 전시장을 채운 작가의 뜨거운 예술적 열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오승근/영상편집:이현모/자막제작:박세실
김석 기자 (stone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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