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동대문을 상영하다 [아트총각의 신세계]
미디어 아티스트 육성사업
한양도성부터 DDP까지의 역사
작가들의 조형언어로 표현
'장소의 순환'.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에서 열리는 미디어아트 전시회의 명칭이다. 2월 1일에 문을 열었으니 벌써 석달째에 접어들었다. 사실 미디어아트는 다양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작품을 연속적으로 상영하는 형태다. 그래서 관람객과 작품의 거리가 꽤 멀다는 단점을 노출해왔다.
이번 전시회는 다르다. 관람객의 위치와 작품을 상영하는 영역을 상당히 가까이 배치했다. 필자는 이런 시도가 작가들이 보여주려는 회화적 세계에 관람객이 푹 빠지는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해냈다고 본다. 시각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DDP에서 열리는 콘퍼런스나 전시행사를 종종 '젊은 감각으로 무장했다'고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그럼 전시회 '장소의 순환' 속으로 한발짝 들어가보자. 이번 전시는 '서울라이트 DDP의 차세대 미디어 아티스트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양도성부터 지금의 DDP까지 동대문이란 장소에 오랜 시간 층층이 쌓여온 역사를 미디어아트 작가들이 조형언어로 풀어냈다.
첫째 전시공간인 '미디어아트갤러리'는 벽면에 프로젝터로 영상을 입힌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채웠다. 작품 '그래픽 프로시저'는 심규하 작가가 조형 요소를 이용해 장소의 순환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한양도성과 DDP를 기반으로 생성된 글자와 색깔, 형상이 끝없이 움직이며 가변된 형태로 우아한 융합과 이동성을 보여준다.
작품 '한 점에서 빛으로 퍼지기까지'는 김재 작가가 제작했다. 이 작품은 과거, 현재, 미래가 연속적이면서 무한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최초의 돌 하나가 조금씩 분쇄되고 확산되면서 세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디지털 회화언어로 풀어냈다.
작품을 필자의 눈으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인간과 땅은 생명과 무생물로서 연관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인간은 유기체임과 동시에 화학물질이 생동하는 존재여서 혼이 살아 숨쉰다. 그래서 이 땅에 존재하는 물질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두번째 전시공간인 '미디어월' 속 작품들은 8개의 대형 패널을 하나로 연결해 보여준다. 총 세 작품을 상영했는데, 그중 '빛의 여정'은 함지원 작가가 제작했다. 빛의 조각들이 모이고 흩어지면서 한양도성, 풍물시장 등 문화유산들을 재현해냈다. 디지털매체를 통해 재조명된 우리의 전통 유산은 아름다움을 초월하는 미를 뽐냈다.
너무나 많은 게 사라지고 다시 형태를 갖춰가는 세상이다. 변화도, 혁신도 좋지만, 무언가를 지키는 것도 '문화의 본질'이지 않을까 한다. 필자의 이 말에 조금이라도 공감하는 이들에게 이 '장소의 순환'이란 전시회를 추천한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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