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반려묘 수 1%에 그쳐… 강제성·처벌 규정 없어 ‘헛바퀴’ [이슈 속으로]
2022년 3만1525마리… 年 3만마리 버려져
대부분이 브리티시 숏헤어 등 품종묘
유기견은 등록제 후 해마다 감소 대조적
전문가 “유기묘 80% 의도적… 등록제 절실”
전수조사 없인 미등록 적발도 쉽지 않아
과태료 등 처벌 규정 강화 지적 목소리도
“한눈에 봐도 길고양이가 아니라 품종묘 같아 보였어요. 혹시나 하고 가까이 다가가니 운동화에 머리를 비비더라. 아무리 봐도 사람이 키우다 유기한 고양이라는 걸 알 수 있었죠.”
초안이와 같은 유기묘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려견 등록제에 따라 유기견이 해마다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묘 양육 추정 마릿수는 2010년 63만마리에서 지난해 254만마리까지 늘어났다. 이러한 반려묘의 급격한 증가와 함께 유기묘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2018년 2만8090마리였던 유기묘는, 2019년 3만1946마리, 2020년 3만3572마리로 늘었다. 이후 2021년(3만2098마리), 2022년(3만1525마리)에는 증가세가 꺾였지만 여전히 연간 3만마리 넘게 유기되고 있다.
유기묘는 길고양이와 달리 반려동물로서 사람의 손에서 길러지다 버려진 고양이를 뜻한다. 러시안블루, 브리티시 숏헤어와 같이 품종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기견의 경우 유기묘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반려견의 수는 반려묘와 마찬가지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0년 약 461만마리였던 반려견은 지난해 545만여마리까지 증가했다. 반려견 수는 늘었지만 유기견 수는 줄었다. 2019년 10만2363마리였던 유기견 수는 지난해 8만393마리로 20%가량 감소했다.
이처럼 반려견 개체 수가 증가했음에도 유기견의 수가 감소할 수 있었던 주요 이유로 전문가들은 ‘동물등록제’를 꼽는다. 등록된 반려견을 분실하거나 고의로 유기했을 경우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반려인을 찾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동물등록제는 2014년 1월1일부터 전국 단위로 시행 중이다. 동물보호법 시행령 제3조에 따라 ‘월령 2개월 이상인 개’는 동물등록 대상이다. 등록 방법으로는 인체 내부에 심는 내장칩과 목걸이 등에 설치하는 외장칩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동물등록 의무를 어길 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난해 기준 정부에 등록된 반려견의 수는 총 반려견 추정치의 약 60%인 313만9640마리다.
일각에서는 영역 동물인 고양이의 특성상 반려묘 동물등록의 필요성이 반려견에 비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동물 등록제에 반려묘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조경 생명문화교육원 대표(전 광주여대 반려동물학과 부교수)는 “고양이가 영역 동물이며 산책을 잘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기묘의 발생 과정을 보면 등록제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유기견의 경우 상당 부분 분실에 의한 발생이지만, 유기묘는 의도적 유기가 70∼8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의도적 유기를 줄이기 위해서 반려견과 같이 동물등록제 의무화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현행 기준의 강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조 대표는 “반려동물 등록을 의무화하더라도 지자체가 집을 전수조사하지 않는 이상 미등록 반려동물을 잡아내는 것은 불가능해 사실상 자율에 맡기는 것에 가깝다”면서 “동물등록의 의무를 동물분양업자에 맡기는 방향으로 강화하고, 더불어 가정 분양을 법적으로 금지해야만 유기묘나 유기견 문제를 뿌리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문화 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의 경우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위해서는 전문 브리더에게 돈을 지불하거나 개인에게 무료로 입양 받기, 또는 동물보호소에서 입양받기 세 가지 방법뿐이다. 반려동물 등록세 납부도 의무사항이라 미등록 시 세금포탈죄가 적용되며 유기 시 3000만원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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