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재난 다룬 이유…오래도록 잊지 않았으면"

강지영 2023. 4. 2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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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재해의 기억 없는 세대와의 매개체 되길"
한드 '도깨비'에서 힌트도? 영화 속 '문'의 의미는
"미미즈(지렁이), 코로나 상황서 영감"
"아이브 'I AM' 무한반복 중…나같은 아저씨도 에너지 받아"
■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뉴스룸'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인터뷰의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뉴스룸 / 진행 : 강지영

[앵커]

국내에서 개봉한 역대 일본 영화 최고 흥행작 최단 기간 400만 관객 돌파를 넘어 500만 신기록까지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지난달 초에 내한 당시 300만 관객이 넘으면 다시 한국을 찾겠다. 그런데 이렇게 소타군과 함께 오셨어요. 실제로 보니까 정말 더 귀여운 것 같습니다.

[신카이 마코토/애니메이션 감독 : 의외로 귀엽죠. 영화에 나오는 소타랑 같은 사이즈거든요. 아이용 의자라 작고 귀엽죠.]

[앵커]

소타는 지금 자고 있는 거죠?

[신카이 마코토/애니메이션 감독 : 자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앵커]

듣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인터뷰 잘해야겠네요. 이제 500만 관객 한국에서 일본 영화가 한 번도 기록하지 못했던 정말 기록인데 감독님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신카이 마코토/애니메이션 감독 : 500만명이라는 게 너무 큰 숫자라서요. 저에게도 딱 와닿지 않는달까요. 정말 많은 분들이 봐주셨다는 걸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어요.]

[앵커]

그렇군요. 감독님이 직접 쓰신 원작 소설도 굉장히 인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화와 차이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신카이 마코토/애니메이션 감독 : '스즈메'가 어떤 주인공인지, 어떤 아이인지, 영화는 관객들이 보면서 발견해 나가는데요. 소설은 관객이 직접 스즈메가 돼서 뭘 생각하는지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앵커]

감독님께서 '젊은 친구들에게 소설의 세계 입구가 되고 싶다'라는 말씀을 하신 것을 봤는데요. 감독님을 소설의 세계로 입구가 되어 준 그런 작품은 뭐가 있을까요?

[신카이 마코토/애니메이션 감독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는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고요.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어요. 아마 제가 소설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 건 그의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앵커]

많은 영향을 받으셨겠군요. 이번 영화 12년 전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했습니다. 그 이유가 '오래도록 잊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렇게 재난 소재를 다룰 때 좀 고민되거나 가장 부담스러웠던 부분이 뭐였는지 궁금해요.

[신카이 마코토/애니메이션 감독 : 12년 전에 일어난 재해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거든요. 지금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집에 돌아갈 수 없어 피난 중입니다. 12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엔터테인먼트 영화로 다뤄도 될지에 대한 고민은 많았죠. 아직 12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벌써 12년이나 지난 일이다, 각각의 시선이 있는 거라서요. 제 딸이 12살인데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던 해에 태어났거든요. 그 재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셈이죠. 제 딸처럼 재해에 대한 아무런 기억이 없는 세대들이 일본엔 점점 늘어나고 있고요. 그런 젊은 세대와 저처럼 재해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어른 세대를 영화라는 매개체가 이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게 영화에서 재해를 소재로 다룬 큰 이유이기도 하고요.]

[앵커]

이렇게 동일본 대지진 같은 큰 사건이 감독님의 작품의 방향을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은데 그렇다면 요즘에 눈길이 가는 뉴스나 이슈가 있을까요?

[신카이 마코토/애니메이션 감독 : 최근 사회적 이슈라면 아무래도 코로나 팬데믹을 빼놓을 수 없겠죠.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를 무지막지하게 뒤흔들어놓았다는 점이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영화에서 지진의 상징적 의미로 '미미즈'가 등장하거든요. 보통 사람들한텐 보이지 않는 '미미즈'가 하늘에 퍼져나가는 장면이 나와요. 그 장면은 코로나 상황에서 영감을 받은 거고요. 우리도 팬데믹이 시작됐을 때 코로나가 어떤 존재인지 모르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굉장히 두려워했잖아요. 그 감정들이 힌트가 되어서 보통 사람들한텐 보이지 않는 존재가 점점 우리를 좁혀온다는 그런 위기감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스즈메의 문단속'에 나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미즈'가 바로 그 의미였고요.]

[앵커]

영화에서 문이 중요한 포인트로 쓰이는데 '한국 드라마 도깨비에서 힌트를 얻었다.'이렇게 말씀을 하셨고 그래서 '문단속'이라는 사실 영화 제목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어요. 왜 문일까 그리고 왜 문단속일까.

[신카이 마코토/애니메이션 감독 : '도깨비'를 보고 굉장히 좋았던 건 그냥 평범한 문이 전혀 다른 세계로 연결된다는 점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영화 속에서 그려낸 '문'은 그 이유만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다른 이유도 있었어요. '문'이라는 건 다른 세계로 연결되는 출입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일상을 상징한다고도 생각했거든요. 우리가 매일 아침 문을 열고 '다녀올게요'라는 말을 하고 밖에 나가서 돌아오면 또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문을 닫잖아요. 그런 문을 열고 닫는 행위, 무수히 반복되는 행위가 우리의 일상생활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과연 재해란 뭔가 생각해봤을 때 일상을 단절시키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녀오겠다고 하고 문을 열린 채로 끝나버리는 것, 그게 재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번 영화에선 문을 닫는 행위, 문단속을 이야기해보고 싶었고요]

[앵커]

감독님께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열어왔던 문들에 대해서 돌아보고 이걸 잘 단속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 메시지를 녹이고 싶었다는 게 저는 굉장히 와 닿았었거든요.

[신카이 마코토/애니메이션 감독 : 이 영화는 폐허를 닫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내용이잖아요. 폐허라는 건 한 나라에 생긴 상처같은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스즈메'는 영화 속에서 일본이란 나라에 생겨버린 수많은 상처들을 하나씩 닫아가면서, 상처를 치료하면서 자기 자신의 마음의 상처도 치유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이미지로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앵커]

아까 도깨비 같은 드라마를 통해서 힌트를 얻으셨다고 했는데 최근에 그러면 가장 재밌게 봤던 작품이 또 있습니까?

[신카이 마코토/애니메이션 감독 : 최근 2개월은 스즈메 영화 캠페인으로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중이라서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1주일 사이에 빠진 건 한국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I AM' 최신곡이 너무 좋더라고요. 이 일주일은 그것만 무한반복해서 듣고 있는 중입니다. '내가 가는 길에 확신을 가지자, 강하게 나가자'는 여성들의 강한 메시지잖아요. 춤이나 가사, 사운드도 굉장히 파워풀해서 저같은 아저씨가 봐도 에너지를 많이 받는 곡이에요.]

[앵커]

음악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ost도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듣기만 해도 마음이 좀 뭔가 어딘가 뭉클해지는데 음악에 대해서 따로 주문하신 게 있습니까?

[신카이 마코토/애니메이션 감독 : 제가 가장 처음 래드윔프스(RADWIMPS)한테 부탁했던 건 바람의 소리나 흙 내음이 나는 것 같은 음악을 만들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었어요. 여정을 다니면서 발이 닿는 지면, 흙을 느낄 수 있는 혹은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앵커]

차기작에 대한 부담이 아무래도 좀 더 무거워지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신카이 마코토/애니메이션 감독 : 부담은 별로 안 느끼는 편이에요. 영화가 흥행을 못하면 어쩌나 걱정되지 않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데요. 영화가 잘 되고 안 되고는 운이라고 생각해요. 프로듀서의 책임이기도 하니까 제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별로 부담은 못 느낍니다.]

[앵커]

감독님의 작품을 보면 굉장히 시골이나 전원에 대한 애정이 정말 듬뿍 느껴져서 한국 배경이 시골 배경이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까?

[신카이 마코토/애니메이션 감독 : 이번 일정 중에 제주도에 가거든요. 가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기대하고 있는데요. 본 적 없는 한국의 시골 풍경을 볼 수 있을 테니 어디선가 영감을 받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정말 좋아하실 것 같아요. 제주도가 감독님의 마음에 쏙 들어서 다음 차기작에 등장했으면 좋겠네요.

[신카이 마코토/애니메이션 감독 : 약속은 못하지만 가는 것 자체가 굉장히 설레고 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이제 이렇게 많은 사랑을 주고 있는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신카이 마코토/애니메이션 감독 : 정말 이번엔 한국의 여러분에게 감사인사를 드리려고 온 거거든요. 완벽하지 않은 캐릭터에 완벽하지 않은 영화를 이렇게 많이 봐주신다는 건 그만큼 한국분들이 마음씨가 따뜻하고 상냥하기 때문에 공감해주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작품을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앵커]

앞으로도 이제 감독님의 차기작이 굉장히 기대가 되고 또 상실의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치유와 위로를 건네는 영화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신카이 마코토/애니메이션 감독 : 제가 더 감사드립니다. 소타도 같이 인사드립니다. 즐거운 인터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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