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훈 경남대 교수 "MZ세대에게 구부리기 강요 말아야" [원성윤의 人어바웃]
[아이뉴스24 원성윤 기자] 'MZ세대'는 최근 한국 젊은이들을 표상하는 단어다. 1981~1995년생인 밀레니얼 세대(M세대)와 1996~2010년생인 Z세대를 MZ로 묶어 부르는 한국의 신조어다. 단순히 출생연도를 구분 짓는 것을 넘어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며 기존 세대에 반기를 드는 젊은이들을 통칭하는 것으로 널리 쓰인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등 정치권에서도 MZ세대 코드를 맞추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책 '중공업 시대의 유토피아' '추월의 시대' 등을 통해 한국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해온 양승훈 경남대 교수(사회학과)는 28일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MZ 세대'라는 어원이 탄생한 데 대해 "언론은 키워드가 있어야 제목을 뽑는 데 용이하고, 학자들은 개념을 가지고 시간 축으로 동시간대 다른 사회와 비교할 수 있기에 이런 용어가 탄생한 것"이라며 "다만 세대론은 연구에 의해 도출된 것이 아니고 미디어의 키워드로 사람들의 입길에 오가는 것이 포착된 것을 연구자들이 개념으로 쓴 경우"라고 진단했다.
양 교수의 이런 세대론으로 구분지을 때 현 시점에 대한 담론이 폭발적일 수는 있지만, 협소한 논점 안에 갇히게 된다는 것을 지적했다. 특히 기성세대가 MZ세대에 가진 불만을 비판적으로 드러내면서 언론이 이를 '세대 갈등'으로 소비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특히 한국의 기성세대가 MZ세대를 가리켜 이기적이라는 식의 지적은 옳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양 교수는 "기성세대가 청년 세대를 서로 다른 인종이라고 생각하고 고민을 다시 해야한다"며 "라떼는 식의 조언을 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1940~50년대 농경 시대를 지나 1960~70년대 산업화 시대를 거치고 2000년대 정보화 시대를 관통해 온 기성 세대 입장에서 앞선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자신들의 세대 경험을 강요하고 있다는 취지에서다.
양 교수는 "해방 이후 제주도에 모인 전국의 사람들이 의사소통이 안 돼서 일본말로 할 정도였다. 이런 물리적인 공간적 격차도 소통에 장애가 온다"며 "하물며 20년의 시간적 격차가 나면 온전히 소통이 되는 게 어렵다. 한국은 고도 성장을 해왔기에 이전 세대의 경험이 다음 세대에서는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세대론이 부각돼 사회적 담론으로 형성될 경우 미디어에서는 MZ세대의 도드라지는 면만 부각되기 마련이다. '맑은 눈의 광인', '조용한 사직', '통화기피증' 등이 등장하는 것도 현재 세대가 기성세대와 다르다는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쓰인다.
멀리보면 1990년대 X세대가 세대론의 시작이었다. X세대를 조명하는 기사들도 사실 뜯어보면 기성세대가 가진 불만들이 투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매일경제 기사를 보면 'X세대 책 안 읽는다'(1994년 5월 8일), 'X세대 나만 있고 우리는 없다'(1997년 1월17일)는 게 최근 들어 다시 주목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양 교수는 "항상 세대론은 현재의 조명되는 세대(주로 10~30대)가 기성세대와 다르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돼 있다"며 ▲정치적 주체(운동권 출신 정치인 86세대), ▲문화적 주체(압구정 오렌지족·X세대), ▲경제적 곤궁(비정규직 88만원 세대), ▲한국형 조직문화 이탈자(MZ세대)로 구분했다. 이런 세대론의 기저에는 "언론인과 연구자들이 기본적으로 기성세대의 눈으로 해석하고 담론을 '구부리기'(특정한 행동을 독자에게 혹은 세대에게 요청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진보논객들이 2000년대 청년층의 보수화를 비판하며 말한 '20대 개XX론'의 비판 지점과 MZ세대의 이대남(20대 남성) 비판은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큰틀에서 같은 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이들에 대한) 보수화를 우려하는 것보다 청년세대를 때리려는 게 목적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며 "최근 '2찍남' 같은 식으로 '이대남'을 묘사하는 걸 보면 세대와 계층을 가로질러 이해하기 위한 사회적인 대화가 아니라 배제로 향했다는 점은 안타까운 지점"이라고 평가했다.
MZ세대는 기존에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온 것들에 반기를 들며 "제가요? 이걸요? 왜요" 이른바 '3요'를 제기하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기성 세대가 '야근은 스포츠'라며 일을 통한 자아실현을 해온 입장에서 MZ세대의 문제제기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시대적 상황과 노동시장 상황이 맞물려 있다"며 "소득 1만 달러 시대에 태어나 선진국 시민으로 자란 세대에게 헝그리 정신으로 푸시한다고 될 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회식이나 잔업에 대한 조직문화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본인들이 생각하는 합리적인 업무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다.
이는 노동 시장의 변화가 큰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대기업 공채로 입사해 조직에 대한 충성을 통해 승진하는 체제에서 자신의 능력에 따라 이직을 빈번하게 하는 문화로 변화되고 있다. 양 교수는 "열심히 성실히 일하고 잔업도 열심히 하면 소득이 올라가던 때와 다르다"며 "일부의 대기업 정규직과 대다수의 비정규직 하청구조로 구분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 교수는 "1년에 2000시간 일하던 시대의 윤리는 그 자체로 정당성을 잃었다"고 기성 세대의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이직시장도 활발하고, 인구구조가 바뀌면서 점차 인력난이 심해지는 상황이니 본인들이 을의 입장에서 납작 엎드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오고 있다. 이미 일본이 겪은 일"이라고 밝혔다.
이런 현상은 소득 3만 달러가 넘어가는 선진국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에 이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본의 경우 프리타(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사람)족이 당연한 사회현상으로 돼 있기에 한국도 비혼주의의 확산과 같은 길을 따라간다고 볼 수 있다. 결혼의 목적이 없기에 노동을 통해 업적의 성취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 등장하게 된 'MZ세대'라는 용어는 최근 정부·여당에서 광범위하게 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무회의 석상에서 'MZ 세대'를 자주 언급했고, 여당 내에서도 "MZ세대를 잘 알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MZ세대라는 정체불명의 용어를 없애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반대의 뜻을 표했다.
양 교수는 "한국의 MZ세대론은 성별·지역·계급을 포괄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수도권의 대기업 사무직 중 서울의 주요 대학을 나온 사람들에 대한 관리자들의 평가, 그리고 SNS에서 떠도는 말들의 종합"이라며 "MZ세대론이 명확한 개념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정치권에서 광범위하게 쓰고 있는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생)에 대해서도 "사회학적으로 유의미한 개념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1960년대 생의 75%가 대학에 가지 않았고 현재 노동시장의 지위는 희망퇴직 후 영세자영업을 하거나 비정규직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86세대'를 세대론의 말로 구분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양 교수는 "정치적 주체로서의 학생운동권을 86세대라고 한다면 그 자체는 유효하게 작동할 수도 있다"며 "세대론은 항상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성윤 기자(better2017@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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