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브리핑] 한미 "확장억제력 강화"…북 "무책임하게 용감"
<출연 : 이준삼 연합뉴스TV 기자>
[앵커]
이번 한주간의 한반도정세와 외교안보 이슈를 다시 한번 정리해보는 토요일 대담코너 '한반도 브리핑'입니다.
외교안보, 국제분야 담당하는 이준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오늘 살펴볼 소식부터 간략히 정리해볼까요
[기자]
네, 이번 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그리고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외교안보 이벤트가 있었죠.
그 결과물들을 한반도 외교안보 현안에 맞춰 하나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핵선제공격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이 담긴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 실효성을 대폭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정부는 이번 워싱턴 선언에 대해 우리 국민이 사실상 핵공유와 같은 안보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실효성이 불확실한 "상징적 선언"일 뿐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미 정상의 확장억제 강화 약속, 그리고 강도높은 대북경고메시지에 북한은 거의 막말 수준의 발언으로 격하게 반응했습니다.
중국도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반발했습니다.
[앵커]
윤 대통령은 이제 5박 7일간의 미국 국빈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내일 귀국합니다.
많은 일정이 있었고, 각 분야에서 외교안보, 경제 중심으로 많은 내용이 발표됐는데, 먼저 이번 국빈 방문의 의미, 배경부터 간략히 짚어볼까요?
[기자]
우리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은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빈 방문 이후 12년 만의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형식적 측면보다는 이번 한 미정상회담이 최근의 한반도 정세, 또 우크라이나, 대만 등 국제 외교안보 이슈가 첨예화된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 큰 주목을 받은 것 같습니다.
알다시피 북한이 이달 들어 고체형 ICBM인 화성-18형을 시험 발사했고,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 아닙니까.
여기에 더해 한국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여부나 대만 문제와 관련한 한미의 공조행보 여부에 러시아와 중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구요.
관련 국가들도 한미정상의 일거수 일거족을 면밀하게 주시하며 내용 파악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앵커]
핵능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 과연 어떤 대응책이 나올지, 역시 이 점이 이번 회담의 최대 관전 포인트였는데, 결국 '워싱턴선언'이 채택됐지요.
새로운 개념의 대북 확장억제, 또 '한국형 핵우산'을 문서화한 건 유례가 없다 이런 평가들이 나오는데, 일단 그 핵심내용부터 정리해주시죠~
[기자]
이번 선언은, 세 가지 핵심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먼저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와 관련해 한국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게 새로운 핵 관련 정례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을 핵협의그룹, 'NCG'라 명명 했고요.
또또 핵우산 실효성을 담보하는 차원에서 미 전략핵잠수함을 포함한 전략자산을 더 자주 한반도에 보낸다는 내용도 반영됐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은 자체적으로 핵무장하지 않는다는 기존 약속을 재확인했다, 이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방금 말씀하신 '한미 간 핵협의그룹', 이 협의체가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건지, 그 기능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기자]
미국의 핵우산이 거론될 때마다 모범 답안처럼 거론돼온 게 이른바 나토식 핵공유 모델인데요.
과거 유럽 국가들이 구 소련의 핵공격 위협에 직면했을 때 만들어졌습니다.
이번 한미간 핵협의그룹 역시 이 모델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어떤 내용이 반영됐는지, 공동기자회견에서 나온 양국정상의 설명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 "핵과 전략무기 운영 계획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한국의 첨단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결합한 공동작전을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기 위한 방안을 정기적으로 협의할 것이며, 그 결과는 양 정상에게 보고될 것입니다."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 "워싱턴 선언이 의미하는 바는, 필요할 때 우리가 동맹국과의 협의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더 긴밀히 공조하고 긴밀히 협의할 것입니다."
그동안 한미 양국의 공동성명이 대체로 확장 억제 약속을 원론적인 수준에서 확인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번 워싱턴 선언에는 확장억제력, 즉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사항, 예를 들어 NCG 신설 등이 명시됐거든요.
그러니까 과거엔 미국이 구두로 약속을 하거나 핵 운용 방식을 한국에 얘기해 주지 않았다고 한다면, 지금은 북한의 핵위협 수준이 과거와는 차원이 달라졌다는 점을 양국 정상이 엄중하게 인식해 이번에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명시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우리 국민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아까 말씀하신 미 전략핵잠수함 관련 내용도 살펴보죠.
미국은 그동안 북핵 위협에 대응해 전략폭격기나 항공모함 등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수시로 투입해왔는데. 어떤 차이점이 있는 건가요?
[기자]
말 그대로 보면, 폭격기나 항모 등에 더해 전략핵잠수함까지 투입하겠다.
이런 뜻이긴 한데 전략핵잠수함 위력을 보면 기존 전략자산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이런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요
현재 미 전략사령부의 전략핵잠수함을 보면 저위력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미사일수가 최대 20발에 달하는데요.
또 각각의 미사일이 4개의 목표물을 한번에 타격할 수 있는 다탄두 방식이라, 그러니까 사실상 최대 80기의 핵탄두를 가지고 다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1만㎞가 넘는 거리에서 발사해도 그 오차가 90m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이 잠수함 한 대가 북한 전역을 타격하고 무력화할 수 있는 가공할 만한 전략자산이란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미국 당국자는 이 전략핵잠수함이 한국에 가게 되는 건 1980년대 초반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우리는 미국이 제공하는 이같은 확장억제 강화 방안에 대해 핵확산금지조약 의무를 이행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했죠.
일종의 반대급부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의미 어떻게 봐야할까요?
[기자]
사실 미국을 비롯한 외신들은 이번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 한국이 핵무기 개발하지 않는다는 기존 약속을 재확인한 점에 상당히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한국의 핵개발에 '외도'라는 표현을 사용해 그 의미를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최근 들어 상당히 진지해 진 건 분명 사실이구요.
그 배경 보면, 한국이 실제 핵개발을 할 경우 대만이나 일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른바 '핵 도미노' 현상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또 어쨌든 최근 '핵개발' 찬성이 반대보다 높은 우리 국내 여론 동향도 무시할 수 없을 텐데요.
최근 국내 여론 조사에서는 자체 핵무장에 대해 응답자 10명 6명이 찬성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교수, 학생들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마음을 먹으면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술기반을 갖고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앵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로, 북한의 핵위협이 감소하고, 미국의 핵우산이 우리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느냐 바로 이 점 일텐데요.
좀 엇갈린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고 하죠?
[기자]
우선 미국내 보도를 보면, 이번 선언의 확장억제 강화 기능에 직설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언론들이 있습니다.
미국 NBC 방송은 "한국 대중들을 안심시키려는 상징적 선언"이라며 "군사적 가치는 없다"고 평가했는데요.
상당히 박한 평가로 볼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론 수십발의 전술핵무기가 나토 회원국에 배치돼 있는 이른바 나토식 핵공유를 떠올려 볼 때, 좀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구요.
미국 정부 당국자도 한미 간 핵공유냐 아니냐, 옥신각신, 여러 해석들이 나오자 "사실상의 핵공유가 아니다"라며 명확하게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는 것으로 느끼게 될 거라고 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발언, 다소 정교하지 못했다, 이런 지적도 가능해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공방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소원했던 한미동맹, 북한의 전술핵무기 개발, ICBM 위협이 가시화된 한반도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할 때 최적의 절충점을 찾은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국내 전문가의 평가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김현욱 / 국립외교원 교수> "이 두 가지 옵션은 다 미국에 의해 배제된 상태여서 현실적으로 어렵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나온 워싱턴선언은 현실적으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가능한, 가장 효과적인 핵억지력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냐, 이렇게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앵커]
이번 정상회담 결과는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텐데요.
예상대로 북한과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났습니다.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이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직접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번 워싱턴 선언을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행동 의지"로 규정하고 "상응하는 보다 결정적인 행동"을 경고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막말 수준의 거친 비판을 퍼부었습니다.
전략핵잠수함의 한반도 출동 계획이나 북한의 핵 공격시 "정권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경고에 대한 직접적 반응이었구요.
중국 반응도 또한 날카로웠습니다.
이번 한미정상 공동성명에는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는데요.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국장이 우리 강상욱 주중 한국대사관 정무공사를 불러 항의했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25전쟁 장진호 전투를 '기적'으로 표현한 윤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에 대해 "침략을 확장하면 반드시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는 거친 표현을 동원했습니다.
중국은 무엇보다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해온 한국이 전략적으로 미국에 접근하고 있다고 보고,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입니다.
[앵커]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한창일 때 북한이 영변에서 폐연료를 재처리하는 징후가 포착됐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습니다.
위성사진 분석 결과, 핵탄두 원료인 고순도 플루토늄을 상당량 분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요.
북한이 예고한 '보다 결정적인 행동',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예단하긴 어렵지만, 한반도 정세는 분명 또 한 번 출렁일 수 밖에 없을 텐데요.
북핵 문제를 놓고 한반도 정세가 지금처럼 강대강 일변도로 흘러가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한반도 브리핑,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이 기자, 감사합니다.
다음 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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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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