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시골 풍경이 왜 슬플까…해외입양 영화 '조용한 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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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보여주는 덴마크 농촌의 풍광은 한 폭의 그림 같다.
한국계 덴마크 감독 말레나 최의 영화 '조용한 이주'는 한국인의 해외 입양을 독특한 시선으로 다룬 작품이다.
'조용한 이주'는 특별히 극적인 사건 없이 카를의 일상을 담담히 그리면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말레나 최 감독은 카를처럼 한국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보내진 입양인으로, '조용한 이주'엔 그의 자전적 요소가 짙게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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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소들이 점점이 흩어져 풀을 뜯는 초원, 바람이 불면 춤추듯 넘실대는 밀밭….
카메라가 보여주는 덴마크 농촌의 풍광은 한 폭의 그림 같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엔 슬픔이 깃들어 있다.
그곳에 사는 한국인 입양아 카를의 아픔 때문일 것이다.
한국계 덴마크 감독 말레나 최의 영화 '조용한 이주'는 한국인의 해외 입양을 독특한 시선으로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는 지난 27일 개막한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 초청돼 29일 국내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태어나자마자 덴마크에 입양된 카를은 양부모와 농장 일을 하며 살아간다.
평화로운 일상이지만, 카를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는 고통이 있다.
친지들이 모인 시끌벅적한 잔치에서 슬그머니 빠져나가 축사의 갓 태어난 송아지와 노는 모습에서 그의 내적 갈등을 엿볼 수 있다.
'조용한 이주'는 특별히 극적인 사건 없이 카를의 일상을 담담히 그리면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그러나 관객은 어느덧 카를의 아픔에 공감하게 된다.
카를의 마음 속에만 숨어 있을 것 같던 갈등은 양부모가 그에게 농장을 물려주려고 하면서 인간 관계의 위기를 불러온다.
영화는 양부모의 고통도 외면하지 않는다. 선량하고 부지런한 양부모는 카를의 마음을 열려고 하지만, 뜻대로 안 된다.
'조용한 이주'가 사실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때때로 환상적 요소가 개입한다. 유령처럼 보이는 사람의 등장이 그렇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소녀는 카를이 중국음식점에서 양부모로부터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선물로 받을 때 유령같이 나타나 맴돈다.
외톨이인 카를이 혼자 앉아 있을 때 이 소녀가 옆에 다가가 카를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면 마치 그 무게를 못 이긴 듯 화면이 빙그르르 돌아간다.
영화의 환상적 요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카를의 고뇌와 갈망을 보여주는 듯하다.
말레나 최 감독은 카를처럼 한국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보내진 입양인으로, '조용한 이주'엔 그의 자전적 요소가 짙게 깔려 있다.
최 감독은 장편 데뷔작 '회귀'(2018)에서도 한국 출신 입양인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영화는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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