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시절 재현한 VR 본 노인 70% "정신과 약물 사용량 줄어"
[편집자주] 혁신은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오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너울로 변해 세상을 뒤덮습니다. 경제·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를 발굴하고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분석해 미래 산업을 조망합니다.
MIT(매사추세츠 공과대) 연구팀은 2018년 'VR(가상현실) 회상요법'이 노인의 정신 활동을 자극해 고립감을 해소하고 인지 기능을 향상시킨다고 밝혔다.
VR 회상요법은 입체영상 기술로 노인이 지난 세월에 겪었던 환경을 최대한 비슷하게 재현해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다시 경험케 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를 통해 우울증이나 치매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조금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오픈XR(확장현실) 융합연구단장은 "최근까지도 가상현실이 다양한 정신건강 장애 뿐만 아니라 노인의 인지기능 평가,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논문이 전 세계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도 '실버테크'가 더 이상 틈새 분야가 아닌 주류로 떠오른다. 또 최근 디지털 친화력이 강한 시니어 층이 늘면서 VR·AR(증강현실)도 실버테크 분야에 한 축으로 각광을 받는 추세다.
룩시드랩스는 메타버스 기반 사용자 멘탈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VR 기반 인지 건강관리코치 '루시(LUCY)'를 통해 5분 동안 간단한 게임을 마치면 치매 가능성을 검사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VR기기에 부착된 뇌파센서를 통해 사용자가 VR게임을 하는 동안의 지속 주의력, 작업 기억력, 공간 지각력 등을 측정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측정한 결과가 전문가의 진단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사용자의 인지 능력 수준을 확인해 포괄적인 진단을 내리고 논의하는 보조도구로는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옴니씨앤에스는 작년말 우울장애 개선을 위한 VR 기반 디지털치료제 'OMNIFIT DTx MDD'의 확증 임상시험 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 이는 뇌파 및 맥파 생체신호를 측정해 스트레스와 치매 위험군 선별 등 정신건강을 측정 관리하고, 치유와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2006년 설립된 휴먼아이티솔루션은 중앙대 재활의학과 연구팀과 함께 인지 장애나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VR 기반 치매훈련솔루션 '티온플러스'를 개발했다. 노인이 VR에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동작을 훈련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야외재래시장 가기, 요리하기, 집짓기 등의 300개 이상의 콘텐츠를 지원한다.
미국에서도 노인의 고립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꼽힌다. 이 때문에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특화된 기업들이 노인 커뮤니티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VR 등을 통한 회상요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노인을 위한 맞춤형 VR 플랫폼을 개발한 미국 업체 마인드VR(MyndVR)는 집에 혼자 사는 노인에 초점을 맞춰 서비스를 제공한다. 젊은 시절을 상기시키는 공간으로 순간 이동하는 듯한 경험은 물론 200여개 이상의 가상여행, 레크리에이션, 역사 교육, 음악·예술 콘텐츠도 제공한다. 또 지역 사회나 가족 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를 사용한 노인의 70%에서 정신과 약물 사용량이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앞으로 VR·AR 관련 기기 보급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올해 MR헤드셋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는 6월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에서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소니는 앞서 지난 2월 플레이스테이션 VR2(PS VR2)를 출시했다. 메타는 고글형 VR 기기인 '퀘스트3'를 하반기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퀄컴, 구글과 함께 XR기기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고령자를 위한 메타버스 기반 실버 헬스퀘어 기술 보급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조금원 단장은 "노인 돌봄을 위한 가상현실과 같은 보조 기술의 필요성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등을 익숙하게 잘 다루는 디지털 시니어들이 증가하고,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앞으로 시니어 메타버스 시장은 더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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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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