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질주에 낙동강 오리알 된 오픈페이
애플페이,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까지. 최근 국내에서는 페이 서비스 경쟁이 치열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결제액 기준 국내 간편 결제 시장 규모는 2020년 120조원을 돌파했어요. 2016년 11조 7810억원이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놀라운 성장세입니다. 페이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진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결제 기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죠.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물건을 구매할 때 누구든 결제 단계를 거쳐야합니다. 그래서 온오프라인 연계 사업 확대에서도 페이 서비스는 필수 요소로 꼽힙니다.
게다가 서비스 특성상 한 번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은 다음에도 서비스를 이용할 확률이 높다는 게 특징이에요. 사업자 입장에서도 웬만해서는 이용자 이탈이 없는 만큼 욕심이 날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래서 너도나도 페이 전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수많은 페이 서비스 중 요즘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되는 것은 애플페이입니다. 지난 3월 21일,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애플페이가 한국에 상륙했죠. 지난해 말부터 곧 도입된다는 소문으로 무성했지만 금융 당국과의 이야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결국 해를 넘기게 됐는데요.
애플페이가 서비스를 시작한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소비자 반응은 뜨겁습니다. 물론 국내 간편 결제 시장 점유율 변화는 크지 않다는 얘기가 많은데요. 적어도 아이폰 유저들 사이에서는 가입자를 빠르게 모으며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요.
애플페이의 ‘대항마’로 주목받은 오픈페이…카드사 참여 불발에 지지부진
이처럼 애플페이가 뜨거운 반응을 얻는 사이, 지지부진한 서비스가 있습니다. 바로 지난해 말, 카드사 연합으로 출범한 ‘오픈페이’ 서비스인데요. 오픈페이는 고객이 1개의 카드 결제 앱으로 카드사 구분 없이 모든 카드를 간편하게 등록·사용·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에요. 예를 들어 신한카드의 ‘신한플레이’ 앱에서 하나카드를 등록해 간편 결제를 이용할 수 있는 거죠.
오픈페이 출범 전, 무려 6~7개의 카드사가 연합한 서비스가 나온다는 소식에 애플페이의 대항마가 될 것이란 기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출시 3개월이 훌쩍 넘었지만, 오히려 카드사의 참여는 미온적인 모습이에요. 지난해 말,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하나카드가 공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또 지난달 롯데카드도 오픈페이에 합류했죠. 계획대로라면 BC카드는 3월, 우리카드는 6월, NH농협카드는 하반기부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었어요.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BC카드는 현재 오픈페이 도입 시기를 올해 2분기로 연기한 상태입니다. BC카드는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일정을 미뤘다는 입장인데요. 문제는 BC카드를 시작으로 다른 카드사의 도입마저 지연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우리카드 역시 상반기 합류가 불투명한데요. 우리카드는 현재 BC카드 가맹점에서 우리카드 독자 가맹점 체계를 구축하는 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오픈페이 도입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상황이에요.
이런 와중에 애플페이의 흥행은 오히려 카드사들이 애플의 손을 잡아야 할지 고민하게 했습니다. 당초, 현대카드 독점으로 애플페이가 들어올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기 때문이에요. 카드사들은 현재 흘러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애플페이 진영은 현재 어떤 흐름을 이어가고 있을까요.
첫날부터 40만 고객 몰려 현대카드 웃었다…애플페이 사용처는 더 확대될 듯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21일, 애플페이는 서비스 시작일에만 40만 명의 등록 고객이 몰리며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덕분에 웃은 건 현대카드인데요. 여신금융협회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현대카드의 신규 회원 수는 20만 3000명으로 전 카드사 중 가장 많았습니다. 지난 2월만 해도 신규 회원 수가 11만 6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애플페이 론칭 효과가 상당했다는 거죠.
가장 큰 문제로 여겨졌던 NFC 단말기 보급 문제도 빠르게 해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요. 국내 시장에서는 NFC 결제 단말기가 전체 가맹점의 10%에 불과하기에, 애플페이가 빠르게 확대되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여기에 NFC 단말기는 교체 비용이 많이 들어 소상공인의 부담도 클 것이란 이야기도 있었죠.
하지만 애플페이 초기 돌풍 이후, 나이스정보통신과 한국정보통신, 한국사이버결제(KCP) 등 주요 밴(VAN)사가 10만원 전후의 보급형 단말기 개발에 서두르고 있습니다. 덕분에 단말기 보급 확대에 속도가 날 것으로 관측돼요. 또 단말기 없이도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해 결제하는 ‘폰투폰’ 방식으로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하다는 얘기도 있고요.
게다가 최근 신세계가 쓱페이(SSG Pay)를 매각하면서 머지않아 이마트, 신세계 백화점 등 모든 신세계 계열사에서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돼요. 실제로 지난 27일, 신세계포인트 홈페이지에 따르면 내달 9일부터 스타벅스에서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합니다. 이마트는 아직 도입 계획이 없지만,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해요.
다른 카드사의 애플페이 참여가 확대 관건…오픈페이는 서비스 재정비 필요해
지난 2월, 소비자 설문 조사 업체인 컨슈머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아이폰 이용자 중 42.8%가 다른 카드사 확대를 기다렸다가 애플페이를 이용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현대카드로 이용할 것(34%)이라고 응답한 비율보다 높았는데요. 다시 말해, 애플페이가 국내에서 존재감을 더욱 키우려면 ‘사용처 확대’ 못지않게 중요한 게 카드사의 참여입니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죠. 카드 업계도 애플페이 효과를 똑똑히 확인했지만, 쉽사리 애플페이 진입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어요. 애플이 카드사에 요구하는 결제 수수료 때문인데요. 애플페이는 결제 1건당 최대 0.15%의 수수료를 받고 있어요. 결제 수수료 부담은 장기적으로 카드사의 수익성을 악화하는 요인이 되기에,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최근 삼성페이도 유료화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면서 해당 결정이 애플페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됩니다. 일각에서는 삼성 측이 카드사에 애플페이를 지원하지 않는 조건으로 수수료를 면제해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와요.
반대로, 삼성페이가 유료화 되면 카드사가 애플페이 진입을 망설이는 명분이 없어져 카드사가 결국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요. 물론 이렇게 된다면 카드사의 수수료 부담은 상당할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여요.
한편, 애플페이와 별개로 오픈페이 서비스는 재정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현재 아이폰 사용자가 신한카드 앱으로 오픈페이를 사용하려면 터치결제 월렛을 별도로 부착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존재해요. 또 오프라인 결제에만 특화돼 온라인 간편 결제가 불가하다는 기능적 한계도 있죠. 삼성페이와 애플페이를 쓰던 고객을 끌어당기기엔 여러 방면에서 미흡한 건 사실이에요.
애플페이를 견제할 강력한 서비스가 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이젠 업계에서 회의론이 커진 오픈페이. 그러는 사이 애플페이는 덩치를 키워가고 있는데요. 점점 더 치열해지는 페이 경쟁 속에서 카드사 오픈페이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테크플러스 이수현 기자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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