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못 먹을텐데” 장염 치료한다는 ‘이 알약’의 비밀

2023. 4. 2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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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은 그냥 일반 약과 동일하다.

세계 최초 경구용(입을 통해 복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로 승인받은 약, '보우스트(Vowst)'다.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최근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보우스트를 승인했다.

기존에도 FDA 승인을 받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인 레비요타(Rebyota)가 있으나, 경구용이 아닌 항문에 직접 약제를 넣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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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스트 [비즈니스와이어 홈페이지 캡쳐]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외형은 그냥 일반 약과 동일하다. 먹는 알약이다. 다만, 이 약의 비밀은 성분에 있다.

바로 성인 대변을 에탄올로 처리해 만들어진 약이다. 과정을 생략하고 보자면, 대변을 처리해 만든 약을 입으로 먹는 것. 세계 최초 경구용(입을 통해 복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로 승인받은 약, ‘보우스트(Vowst)’다.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최근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보우스트를 승인했다. 기존에도 FDA 승인을 받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인 레비요타(Rebyota)가 있으나, 경구용이 아닌 항문에 직접 약제를 넣는 방식이었다. 경구용은 보우스트가 최초다.

마이크로바이옴 자체가 생소할 수 있다.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인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 몸에 사는 약 38조개의 미생물 관련 유전 정보를 지칭한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몸속 미생물을 활용한 병 치료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게 바로 대변 분야다. 인간의 미생물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우스트가 주목받는 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중에서도 세계 최초로 나온 경구용, 입으로 복용하는 약이 나왔기 때문이다.

보우스트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CDI) 재발을 막는 데에 효과가 있다.

클로스트리디움 감염증으로 노란색 위막이 생긴 대장(왼쪽부터), 정상적인 대장 모습. [대한장연구학회 홈페이지 캡쳐]

CDI는 위막성 대장염의 원인이다. 유해균인 CDI가 ‘과잉 증식’하면 위막성 대장염을 유발한다.

위막성 대장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설사, 발열 등인데, 심해지면 복통이나 복무 팽만감, 오심, 구토 등을 동반하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쇼크로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실제 CDI 감염은 미국에서 흔한 의료 관련 감염 중 하나인데, 연간 1만5000명~3만명이 이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헤럴드DB]

건강한 성인 대변을 에탄올로 처리해 만든 보우스트는 환자의 장에 다다른 대변 미생물이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을 회복하는 방식을 유도, 장 면역 체계를 회복하도록 한다.

보우스트 임상시험 결과 보우스트를 복용한 환자의 88%에서 CDI 재감염 사례가 없었다.

피터 마크스 FDA 생물학연구센터 소장은 “구강으로 복용할 수 있는 분변 마이크로바이옴 제품은 잠재적으로 생명을 위협 받는 환자들에게 치료와 접근성 발전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미국 FDA의 승인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리란 전망이다. 업계에선 향후 과민성장증후군, 궤양성 대장염, 장 질환, 뇌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심혈관 질환 등에서 활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올해 2억6980만 달러(약 3547억원)에서 오는 2024년 6억9090만달러(약 909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준형 인제대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장 내 미생물과 신체는 상호관계를 이루고 있다”며 “이를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으려는 시도는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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