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사려고 2시간 줄까지 선다?...MZ들의 新부적 풍속도

구아모 기자 2023. 4. 2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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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캐릭터에 사소한 소망들 적혀
“거창한 말 아닌 소소함에서 위안받는다”
서울 마포구의 '오브젝트'라는 가게에서 대학생 김유진씨가 친구 둘과 함께 구매한 부적들 모습. /구아모 기자

‘건강이 최고’, ‘소원 성취’, ‘용기가 생기는 부적’ 등 MZ 세대들 사이에서 햄스터나 강아지 등 동물이나 만화 캐릭터들이 그려지고 긍정적인 문구가 적힌 부적이 유행하고 있다.

흔히 점집 등에서 주는 노란색 바탕에 빨간 한자가 새겨진 전통적인 부적과는 완전히 다르다. ‘까먹은 게 생각나는 부적’ ‘먹은 만큼 살 안 찌는 부적’ ‘발표 때 안 떠는 부적’ 등 아주 소소한 바람을 적은 내용에서부터 ‘게을러도 행복한 부적’ ‘행복한 백수’ 같이 행복을 바라는 내용도 있다. ‘쾌변 부적’처럼 웃음을 자아내는 소망을 담은 것도 있다.

이들은 캐릭터 부적을 구매해서 친구에게 선물로 주거나, 눈에 자주 띄는 곳에 붙여 놓거나 지갑이나 핸드폰 케이스 등에 끼워놓고 다니기도 한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부적 키트’ 같이 여러 개의 부적을 묶음으로 판매하는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다 보니 부적을 사려고 ‘오픈런’을 하거나, 2시간 이상 기다리는 경우까지 생긴다.

지난 9일 오후 2시쯤 캐릭터 부적을 판매하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가게 앞엔 부적을 사러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가게 앞에 있는 대기 목록 안내 화면엔 160팀이 앞 순번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떴다. 가게를 들어가기 전에 내부를 계속 빼꼼히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가게가 열기 30분 전인 오전 11시 30분부터 친구 둘과 함께 온 대학생 김유진(24)씨는 대기 번호 52번을 받았다. 김씨는 꼬박 1시간 30분을 기다린 뒤 가게에 들어와서 부적 10개를 샀다. 김씨가 구매한 부적들은 ‘행복 부적’, ‘원하는 일들이 이루어지는 부적’, ‘돈이 따라붙는 부적’ 등 총 10장. 김씨는 “거창하고 원대한 말들이 아닌, 현실적인 문구들이 오히려 와닿고 볼 때마다 조금씩 기분이 나아진다”며 “주변에 친구들에게도 선물로 몇 개 나눠주려고 한다”고 했다.

주변인들에게 손 편지를 주는 것처럼 부적을 선물로 주고받기도 한다. 직장인 이모(30)씨는 친구에게 ‘할 수 있다’가 적힌 부적을 받고선 회사 자리에 붙여뒀다. 이씨는 “직장 속 반복되는 현실과는 다른 밝은 메시지가 담긴 부적을 보며 해학적인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고 했다. 직장인 이민환(33)씨는 지갑 속에 친구에게 선물로 받은 ‘모든 일이 잘 되는 부적’을 넣어 다닌다. 이씨는 “부적으로 서로 응원을 주고받는 기분이 들어 지갑 속에 챙겨 다닌다”고 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타로카드, 사주 애플리케이션, 유튜브 사주 채널, 인터넷 사주와 같은 구복 문화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아직 사회적으로 성취하지 못한 것들이 많은 MZ세대가 간절히 소망하는 것들을 귀여운 캐릭터들이 그려진 부적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얻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무조건 잘 되는 부적'의 모습. /구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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