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청년들, 학비 안받아도 대학 중도포기…사회주의 무상교육의 그늘
일반 주민 자녀들은 학교 생활 유지도 벅차
‘김대’ 등 대학 서열화도 이상과 달라
북한은 ‘자신의 소질·희망에 따라 마음껏 배울 수 있는 교육체계’를 표방하며 사회주의식 무상·평등 교육을 표방한다. 대학도 마찬가지로 등록금을 받지 않고 기숙사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일부 북한 대학생들은 ‘대학 생활’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정도의 생활고로 인해 스스로 대학을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최근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북한의 각 대학들이 새 학년도 수업을 시작한 지 20여 일이 지났지만 아직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힘들게 대학 입학시험을 통과하고도 생활고로 학업을 포기한 학생들은 대부분 평민의 자식들"이라고 보도했다.
한 주민 소식통은 "4월 1일부터 수업이 시작된 지 꽤 됐지만 아직 대학에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며 "시 인민위원회 교육부가 대학에 입학하고도 등교하지 않는 대상을 찾아다니며 요해(설득)하고 있다"고 RFA에 전했다. 그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대학 입학시험에 합격하고도 등교하지 않거나 도중에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이 많았다"며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 장사와 이동 통제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주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대학 공부를 포기하는 현상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활이 어려운 집은 자녀가 대학을 다니는 데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무상 교육을 선전하고 대학은 기숙사도 제공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대학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북한 대학생들은 당국이 추진하는 교육조건 개선과 교재비 구입, 사회적 동원 등의 잡다한 세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 기숙사에서 제공하는 식사의 질도 낮은 수준이어서 학생들은 추가적으로 외식을 해야 하는 등 자녀의 대학 생활에 드는 생활비를 일반 주민 부모들은 감당하기 쉽지 않다고 RFA는 전했다. 소식통은 "대학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은 다 가정 생활이 어려운 집 자식들로, 앞으로 주민들의 생활 형편이 개선되지 않는 한 대학에 입학하고도 학업을 포기하는 현상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학생이 대학에 내는 돈도 적지 않지만, 이런 저런 각종 지원사업과 사회적 과제 수행을 위해 내야하는 돈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표망한 무상·평등 교육의 그늘은 입시 과정과 대학 서열화에서도 나타난다. 우선 본인이 원한다고 해서 희망하는 대학에 모두 진학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민 소식통은 "대학 입학시험을 통과한 학생들은 동창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라며 "대학을 졸업해야 앞으로 간부를 할 수 있는데 일반 고급중학교(고등학교에 해당) 졸업생의 약 10% 정도만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RFA는 일반 고급중학교에 다니는 근로자의 자녀는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가기 어렵다며 모든 학생이 1·2·3지망 순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적어 학교에 제출해도 선택권은 본인이 아닌 당국에 있고 좋은 대학은 간부나 돈주(장마당에서 돈을 많이 번 신흥 부유층)의 자녀들이 우선 추천받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에는 종합대학 2개를 비롯해 일반 대학 128개, 직업기술대학 48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예비시험을 통과한 학생들이 각 대학에서 직접 진행되는 입학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받는데 이를 ‘대학추천’이라고 부른다. 평등교육을 표방하는 북한에서는 본인의 소질을 대학에서 펼쳐볼 수 있을 것으로 여겨 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예비시험 등의 성적과 별개로 소위 ‘김대(金大)’로 불리며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김일성종합대학’은 출신 성분이 좋아야 추천과 입학이 가능한 학생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또 공학 분야 전문가를 양성하는 김책공업종합대학(김책공대)을 비롯해 평양 이과대학, 평양 의학대학 등이 소위 명문대로 꼽히며 특권층과 돈주 자녀들의 입시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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