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불·물고문까지…장애인 동창 감금 폭행 20대들 징역형

게티이미지뱅크.

지적장애를 가진 고등학교 동창을 강제로 끌고 다니고 감금하며 괴롭힌 20대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돈을 빼앗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담뱃불로 지지거나 물고문까지했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2부(재판장 이동희)는 동창인 ㄱ(22)씨를 감금해 때리고 협박해 돈을 갈취한 혐의로 ㄴ(22)에게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했다. 함께 ㄱ씨를 괴롭힌 ㄴ씨의 여자친구 ㄷ(22)씨와 ㄷ씨의 친구 ㄹ(22)씨에게는 각각 징역 3년6개월과 3년을 선고했다. 이들과 함께 범행을 저지른 군인 ㅁ(22)씨는 군 당국으로 신병처리가 넘어갔다.

이들은 지난해 9월13일 ㄱ씨를 강원 동해시의 한 주택가로 불러내 휴대전화를 뺏은 뒤 차량에 태웠다. ㄱ씨를 강릉까지 데려간 이들은 ㄱ씨의 휴대전화로 차량 대여비 60만원을 결제한 뒤 그 차에 ㄱ씨를 태우고 다녔다. 가해자들은 지난해 9월13일부터 10월1일까지 강원 동해안과 경기 지역 모텔 등을 돌아다니며 ㄱ씨를 감금하고 협박해 금품을 빼앗았다. 차량 대여비를 내게 하고 새 휴대전화 두 대를 개통하게 한 뒤 멋대로 약 640만원의 소액결제를 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들은 ㄱ씨의 명의로 작업 대출을 시도하고 자신들에게 돈을 갚으라는 내용의 가짜 차용증도 쓰도록 강요했다. 대출을 할 수 없게 되자 이들은 ㄱ씨인척 하면서 ㄱ씨 어머니에게 “교통사고가 났다”고 거짓 문자를 보냈고, 차량 수리비와 합의금 등으로 돈을 받아냈다. 일부러 다른 차를 들이받고나서 조수석에 타고 있던 ㄱ씨가 사고를 냈다고 꾸며 보험금을 타내려 시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이들이 ㄱ씨로 뜯어낸 돈은 약 1천만원에 달했다. 그 과정에서 ㄴ씨 등은 ㄱ씨를 무차별적으로 때리고, 물고문을 하거나 담뱃불 지지기까지 했다.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ㄱ씨는 약 6주간의 병원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었다. ㄱ씨 아버지가 가출 신고를 했다는 사실을 안 가해자들은 19일 만에 ㄱ씨를 풀어줬다. 집으로 돌아간 ㄱ씨는 가해자들을 고소했고, ㄴ씨는 구속기소, ㄷ·ㄹ씨는 불구속기소됐다. 이들에게는 중감금치상, 특수상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과 공동강요, 공갈,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컴퓨터 등 사용 사기, 사기, 강요 등 9개 혐의가 적용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에게 비인격적인 가혹행위를 했다. 그 과정에서 각자 일상생활을 하고 피해자를 데리고 놀이동산에 가서 놀이기구를 타는 등 일반인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아무런 죄의식조차 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의 죄질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피고인들의 폭력성·잔혹성은 통상적인 사건들과 비교해도 심각하다”며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범행 수법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자가 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현재까지 고통받는 점을 고려해 더 중한 형의 선고를 구하고자 한다”며 항소했다. 피고인들도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