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불청객 '급성 설사’… 빨리 원인 균 선별 검사받아야

권대익 2023. 4. 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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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배탈ㆍ급성 설사 등 장염 증세를 겪는 영ㆍ유아들이 크게 늘어 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겨울ㆍ봄철 영ㆍ유아 설사를 유발하는 가장 일반적인 원인은 세균성 장염보다는 바이러스성 장염인 로타바이러스 감염증이 대부분이다.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한 유아와 어린 소아가 감염될 가능성이 높고 증상 또한 심각하게 나타난다.

로타바이러스는 주로 손과 입을 통해 쉽게 전파되며, 전 세계의 모든 어린이 5살 이전에 한 번은 감염됐다고 알려졌을 정도로 어린이 사이에서 높은 유행률을 보인다.

영ㆍ유아는 장이 민감해 음식을 조금만 잘못 먹어도 급성 설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 단순 식중독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있다.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일 수도 있으니 급성 설사가 발생하면 원인 균을 정확히 판별할 수 있는 선별 검사를 하는 게 중요하다.


◇영ㆍ유아에게 흔히 생기는 ‘로타바이러스 감염증

급성 설사는 매년 전 세계인 10명 중 1명에서 발생하는 흔한 질환으로, 위와 장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기에 급성 위장염이라고도 부른다.

세균으로 인한 ‘세균성 급성 설사’와 바이러스로 인한 ‘바이러스성 급성 설사’로 나뉜다. 바이러스성 급성 설사 중 5세 이하 영ㆍ유아에게 빈번하게 발생하는 ‘로타바이러스 감염증’은 영ㆍ유아 장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생후 3~24개월 어린이에게 발생률이 가장 높고, 2~3세까지는 모두 감염된다고 알려져 있다. 증상은 콜레라와 비슷해 소위 ‘가성 콜레라’라고 불리기도 한다.

로타바이러스 감염증은 레오바이러스과에 속하는 로타바이러스에 의해 나타난다. 감염자의 위장관ㆍ분변에 존재하기에 주요 전파 경로는 분변-경구다.

생존력이 매우 강해 직접적인 접촉 외에도 분변에 오염된 물건ㆍ음식물ㆍ호흡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파되기도 한다.

예컨대 영ㆍ유아 기저귀를 갈다가 대변에 접촉된 손이 입과 닿으며 감염될 수도 있다. 또, 전염성도 강해 산후조리원이나 어린이집 등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더러 증상이 없는 감염자도 있는데 로타바이러스는 이 기간 동안에도 전파력이 강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단체생활을 통해 급속도로 전염되는 사례가 많아 신학기 및 소풍 시즌에는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되면 24~72시간의 잠복기를 거친 후 1~3일 안에 구토ㆍ설사ㆍ발열ㆍ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 감기 증상에서 피가 섞이지 않은 물 설사로 이어지며 구토와 발열 증세도 동반된다. 잠복기가 지난 뒤 24시간 이내에 약 20회 이상의 설사와 구토 증세가 나타나고 2일 정도 지나면 구토ㆍ고열은 호전되지만 심한 물 설사는 4~8일 정도 지속된다.

영ㆍ유아가 반나절 이상 구토와 설사를 반복하면 탈수와 체내 전해질 불균형은 물론 극심한 육체ㆍ정신적 스트레스에 노출돼 심하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구토ㆍ설사 생기면 원인 균 즉시 파악해야

영ㆍ유아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구토ㆍ설사ㆍ발열ㆍ복통 등이 나타나거나 갑자기 급성 설사 증세를 보인다면 단순 배탈이라고 여기지 말고 가까운 내과나 가정의학과에서 간단한 선별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또한 이전에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해도 부분적 면역만 형성되기에 급성 설사 증세가 있다면 원인 균을 빠르고 정확히 판별할 수 있는 급성 설사 선별 검사를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바이러스성 급성 설사 선별 검사는 로타바이러스ㆍ아데노바이러스ㆍ노로바이러스 등 다수의 바이러스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검사다.

다중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법(Multiplex real-time PCR)을 사용해 한 번 검사만으로도 배양이 까다로운 급성 설사를 일으키는 주요 바이러스를 선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검사 다음 날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신속하고 정확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송성욱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소풍이나 운동회 등 단체활동이 많아진 지금, 영ㆍ유아가 급성 설사 증세를 보인다면 로타바이러스 감염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송 전문의는 “어린이의 경우 급성 설사 증상이 반나절 이상 지속되면 쉽게 지치는 것은 물론 극심한 탈수 증세로 후유증을 겪을 수도 있어,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급성 설사 선별 검사를 진행하길 권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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