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레이디 손에 든 에코백의 정체...진화하는 패션의 정치학 [추동훈의 흥부전]
여성 정치인의 경우 이러한 패션 활용도가 더 높습니다. 아무래도 머리스타일부터 다양한 형태의 의상, 또한 장신구 및 가방 등 패션 소품까지 다양한 장치가 정치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패션이 항상 화제를 모았습니다. 항상 위로 올린 머리스타일과 상황에 맞춰 입고 나온 외투의 색상, 옷 스타일을 놓고 임기 내내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여성 정치인에게 패션은 일종의 칼이자 방패로서 활용됐고 강점이 되거나 약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과거 정치인의 패션이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담기기 위한 도구로 쓰였는지에 매몰됐다면 최근 정치에서의 패션은 정치인의 철학과 가치관을 반영하는 상징으로도 많이 불립니다. 특히 이를 위해 기존엔 어떤 색상의 옷을 입었는가, 어떤 메타포가 담긴 장신구를 활용했는가 등에 주목했다면 최근엔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었는지 또는 해당 브랜드 기업의 기업 철학은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두 정치인이 입은 옷은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원사를 이용해 제작한 친환경 재활용 소재 티셔츠였습니다. 최근 환경보호의 중요성이 더욱더 강조되는데다 기업을 평가하는 핵심요소 중 하나로 친환경 정책의 실천 여부가 주요하게 다뤄지는 가운데 정치인들 역시 이러한 메시지를 국민들에 전하기 위해 이러한 패션 정치에 나선 셈입니다.
또 영국 왕실의 캐서린 왕세자빈이 올해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참석해 착용한 귀걸이도 화제를 모았는데요. 바로 3만원대 SPA 브랜드 자라의 제품이었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찰스 3세 국왕의 맏아들이자 왕위 계승서열 1위인 윌리엄 왕세자의 배우자인 케서린 왕세자빈은 기존에도 이러한 패션 브랜드를 잘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3년 전 한 행사에서 캐서린 왕세자빈은 알렉산더 맥퀸의 드레스를 업사이클링해서 착용해 이슈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에도 윤 대통령 보단 김 여사의 패션이 더 관심을 받는 뉴스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김 여사 역시 이러한 관심을 의식하고 있는만큼 해외 순방 때마다 국내 브랜드 가방을 착용해왔습니다. 지난해 6월 스페인 방문 시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판매한 에코백을 들었고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 방문 때는 대구시 업사이클 패션 브랜드 ‘할리케이’의 가방을 들었습니다. 당시 할리케이의 매출은 착용 직후 두 달 만에 전년도 매출을 넘는 수익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성 소수자를 지지하는 무지개색 핀을 달거나 여성 참정권을 상징하는 올 화이트 패션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고 정치적 메시지를 담긴 프린트 티셔츠를 입고 행사에 등장하는 등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패션을 정치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과연 앞으로 정치인들의 패션과 브랜드는 어떤 형태로 진화하고 정치적으로 활용될까요. 더 이상 황색 언론의 가십거리가 아닌 정치적 행위로서의 패션 브랜드의 진화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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