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과 사랑 넘나드는 두 여자…한소희 스크린 데뷔작 '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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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열 살 때부터 방송을 했잖아. 그러니까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지만 생각하고, 드라마 속 배역만 생각하고. 정작 내가 누군지는 잘 모르겠더라." 설(한소희 분)이 말한다.
윤수익 감독의 영화 '폭설'은 우정과 사랑의 경계를 넘나드는 두 여자 설과 수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나이가 들어 배우가 돼서도 설을 못 잊는 수안은 설과 다시 만나 폭설이 내리는 바다에서 서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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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난 열 살 때부터 방송을 했잖아. 그러니까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지만 생각하고, 드라마 속 배역만 생각하고…. 정작 내가 누군지는 잘 모르겠더라." 설(한소희 분)이 말한다.
"난 하루라도 너처럼 예쁘게 살아보고 싶은데…." 수안(한해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그치, 내가 좀 예쁘긴 하지." 설이 무심하게 답한다.
윤수익 감독의 영화 '폭설'은 우정과 사랑의 경계를 넘나드는 두 여자 설과 수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아이돌 스타인 설은 강릉의 한 예술고등학교 연극반에서 배우 지망생 수안을 만난다.
설이 이 학교에 다니게 된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된 그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그의 내적 갈등은 자기 파괴적으로 보인다.
설은 어느 날 밤 무턱대고 수안의 집에 찾아가 서울에 놀러 가자고 하고, 수안은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 함께 길을 떠난다. 인적이 드문 새벽의 서울 명동 거리에서 둘은 우정인지 사랑인지 알 수 없는 관계로 빠져든다.
우정과 사랑의 경계선에 깔린 건 아름다움에 대한 숭배인지도 모른다.
"그토록 고귀하시던 분이 저렇게 무너지고 말았구나!"
수안은 연극반 거울 앞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있는 듯한 대사를 읊으며 탄식한다. 파국으로 빠져드는 햄릿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오필리어와 자기를 동일시하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 배우가 돼서도 설을 못 잊는 수안은 설과 다시 만나 폭설이 내리는 바다에서 서핑을 한다.
우정과 사랑의 경계를 넘나드는 두 사람을 보여주던 영화는 어느덧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설과 수안처럼 관객도 길을 잃어버릴 것 같은데 겨울 바다는 아름답기만 하다.
'폭설'은 배우 한소희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신인 시절 한소희의 풋풋한 모습을 담고 있다. 2019년 제작된 독립영화로, 그간 개봉을 못 하다가 4년 만에 공개됐다.
이 영화는 지난 27일 개막한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초청돼 29일 첫선을 보였다.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매진되는 등 주목을 받았다.
방황하는 청춘을 그린 윤수익 감독의 데뷔작 '그로기 썸머'(2013)에 이어 그의 두 번째 장편이다.
윤 감독은 "시나리오 집필에 집중하고자 강원도 양양에 거주하던 때 서핑을 배우게 됐고, 폭설이 쏟아지는 겨울 바다 풍경 속에서 혼자 서핑을 하던 날 '폭설'의 영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겨울 바다와 폭설이 쏟아지는 산속의 거친 풍경들이 이야기의 배경이 됐고, 그 안에 개성 있는 두 여성 캐릭터의 멜로가 어우러지며 몽환적이고 독특한 영화적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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