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항·비자·인력 개선해줄게”…중국 관광객에 내민 3국 3색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2023년 중국인 9000만 명 해외여행”
동남아 국가들 중국 관광객 증대 고민
직항편 부족·비자문제·관광인력 부족
29일부터 시작되는 노동절 연휴를 맞아 중국인들이 대거 움직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연휴 첫날에 자국에서 기차로 여행하는 중국인만 1900만 명에 달한다. 지난해 5월 1일 철도 이용객이 440만 명이었던 것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올해 춘절 연휴에는 하루 평균 870만 명이 철도를 이용해 움직였다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은 아직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항공편 부족 등으로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해외여행 예약은 50%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 각국이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노력을 펼치는 가운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들도 고민을 드러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중국과 동남아 주요도시를 연결하는 직항편이 많지는 않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중국과 자국을 오가는 직항편이 많지 않아 노동절 황금 연휴 특수를 온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묻어나왔다. 주로 여행사들 사이에 이런 불만이 쏟아졌다. 말레이시아 인바운드 여행자협회(Mita) 우자이디 우다니스 회장은 현지매체에 “연초 중국 춘절과 5월·10월 황금연휴에는 보통 중국인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이번 노동절 연휴에는 그렇지 않다”며 “10월엔 환경이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전엔 말레이시아항공 10편이 베이징~쿠알라룸푸르 노선을 운항했으며, 에어아시아는 양국 주요도시를 1주에 320차례 연결했다. 2023년 현재는 베이징~쿠알라룸푸르 노선에 말레이시아항공은 1주 2~3회, 에어아시아는 1주 2회 운항한다. 정기운항편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로 많은 여행·관광업 노동자들이 업계를 떠나 인력이 부족한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는 “관광버스 기사들만 하더라도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고 밝혔다. 고무적인 일도 있다. 우자이디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많은 대학생들이 관광업이나 관광통역안내사와 가이드 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관광업과 연결된 경력관리를 하도록 적극 돕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 중국관광인협회의 제프리 푸아 재무담당은 “많은 회원사가 관광가이드 등 인력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직항기 증편과 비자제도 개선 등과 함께 풀어야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의 올해 외래관광객 유치 목표 숫자는 1600만 명이다. 1월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완화한 뒤 말레이시아를 찾은 관광객은 500만 명이다. 이들 중 중국인 관광객은 45만 명에 달한다. 당초 기대보다는 많은 숫자가 아니다. 말레이시아 관광당국에 따르면 양국의 주요 도시를 오가는 항공편은 1주에 81편이다.
항공편 증편, 비자제도 개선 등이 이뤄지면 연말까지는 중국인 관광객 500만 명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현지 관광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외래 관광객은 지난해 1070만 명이었다. 내년 목표는 2350만 명 유치이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 증대는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많은 동남아 국가들의 목표이다. 이를 위해서 비자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으며, 관광업 활성화를 대비해 버스기사 등 관광업 종사들의 원활한 공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태국관광청은 최근 4월 말까지 자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숫자가 8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말까지는 2500만 명의 외래관광객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성과와 예상엔 중국인 관광객이 있다. 올해 말까지는 500만 명의 중국인이 태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관광객은 현재 하루 평균 1만 명이 유입되고 있으며, 하반기엔 하루 평균 2만 명에 달할 것으로 태국 관광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이웃나라인 말레이시아에서 최대 400만 명, 이어 인도와 한국에서 100만 명이 올해 말까지 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 속에 태국 정부의 신규 비자제도가 관광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태국여행사협회(ATTA)는 5월 도입 예정인 개인별 비자취득 제도가 잠재적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다른 나라로 돌리게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단체관광객이더라도 5월 8일부터는 개인별로 비자를 취득해야 한다고 고지한 상태다. 기존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발급했던 비자 제도를 없애면 불편함을 느낀 중국 여행사와 고객들이 태국 대신 다른 나라를 찾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여행업체들은 경고하고 있다. 규정이 덜 까다로운 베트남이나 홍콩, 마카오 등으로 방향을 돌릴 것이라는 경고이다.
새로운 비자제도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은 비자 신청서를 제출할 때 항공티켓, 호텔 예약, 은행 예치금 최소 1만 위안(약 194만원) 등을 증빙하는 서류를 함께 내야한다. 올해 9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인 해외여행자 유치를 위해 각국이 각종 편의조치를 내놓고 있는데, 태국 정부는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비판이 여행사들에서 나오고 있다.
태국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사들의 ‘제로(0) 달러 관광’ 기획으로 수지를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국 여행사들이 여행상품 가격을 낮게 구성했다가, 중국인 고객에게 각종 특산품·상품을 억지로 구입하게 해 인센티브로 수지를 맞추는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정책이 일종의 ‘덤핑 관광영업’ 실태 근절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도착 비자 신청으로 공항이 분주할 것이라는 여행사들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사전 비자발급 비용과 차이를 두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여행 출발 전 비자발급엔 1000바트(약 3만9000원)을 부과하지만, 도착비자 발급엔 2000바트를 부과하면 된다는 것이다.
중국과 인접한 베트남의 고민은 이들 두 나라와는 또 다르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 이후 여행시장 활성화 이후 베트남 여행업계는 인력 부족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일손이 끊겨 업계를 떠난 여행·관광 인력이 돌아오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여행업체들은 신규 인력을 채용해 현업에 투입할 만한 인원을 채용하지 못한 상태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관광업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베트남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분야다. 이 분야 노동자 전체 인력의 30%가 일터를 떠나야 했다. 베트남 관광부는 더 세밀한 통계를 제시했다. 여행업계에서 5~10년 경력을 지닌 종사자의 44%, 이들 중 학위를 지닌 종사자의 90%는 다른 업종으로 이직했다.여행·관광업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업체들은 이전보다 많은 월급 등을 제시하며 여행업 종사자를 채용하고 있기는 하다. 여행업 숙련자들이 부족해 호텔과 음식점, 여행사 등 업체들이 비숙련 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베트남 관광협회(VTA)는 수요를 고려하면 관광인력이 48만5000명 이상 돼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수요인력의 70%에 해당된다. 협회에 따르면 베트남의 관광인력은 2025년엔 80만 명, 2030년엔 1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베트남 관광업은 2019년 코로나19 발발 이전에 최고 활황세를 보였다. 그해 1년 동안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800만 명, 관광수입은 302만 달러에 달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인 2020년 외국인 관광객은 380만 명으로 줄었으며, 2021년 15만7300만 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지난해엔 370만 명을 기록해 반등을 보였다. 방역 완화 조치로 국경을 개방한 이후엔 코로나19 이전의 관광객에 비해 20%를 기록했다. 관광시장 활성화를 위해 베트남 정부는 최근 도착비자 면제 대상국을 늘리기로 했으며, 체류 기간도 연장시켜 주기로 했다. 베트남 정부의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는 800만 명이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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