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계는 총성 없는 생약 자원 전쟁 중...보존 연구 전초기지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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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가로지르는 516 도로를 차량으로 약 1시간 달리자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국립생약자원관이 나왔다.
남쪽에 위치해 기후가 따뜻하고 강수량이 많아 섬 중앙에 자리 잡은 1950m의 한라산엔 약 800종에 이르는 생약 식물 자원이 살고 있다.
한국 생약 품질은 해외 제품과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지만, 높은 가격 탓에 수출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식약처가 전국 3곳에 생약자원센터를 설립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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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하고 강수 많은 제주, 800종 생약 보유”
쑥으로 만든 말라리아 치료제로 노벨상 수상
세계 각국 생약 주권 확보 경쟁 치열
지난 28일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가로지르는 516 도로를 차량으로 약 1시간 달리자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국립생약자원관이 나왔다. 정면에는 제주 바다가 보이고 뒤로는 한라산이 감싸고 있다.
이곳은 열대와 온대의 중간지역인 통상 위도 25~35도의 아열대에서 사는 식물을 재배하고 연구하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제주가 해당한다. 남쪽에 위치해 기후가 따뜻하고 강수량이 많아 섬 중앙에 자리 잡은 1950m의 한라산엔 약 800종에 이르는 생약 식물 자원이 살고 있다. 아열대성 생약 식물 재배를 위한 최적의 입지다.
식약처는 지난 1992년 충북 옥천을 시작으로, 2001년 강원 양구에 이어 2021년 제주에 세 번째 생약자원센터를 열었다. 모두 지역별 기후를 고려했다. 옥천과 양구는 각각 온대성 생약 식물과 고산성 생약 식물을 재배하고 연구한다.
생약은 의약품의 일종으로, 그 자체가 의약품으로 사용되거나 의약품 원료로도 활용된다. 천연에서 얻을 수 있는 식물과 광물, 곤충, 동물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생약의 활용 가능성은 상용화한 의약품으로 입증됐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타미플루와 항암제 택솔도 식물과 나무에서 나온 약이다. 국내 제약사 신풍제약이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도 개똥쑥을 주원료로 한다. 투유유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는 지난 2015년 개똥쑥을 활용해 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시닌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기도 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천연물에서 유래한 약들이 아주 많다. 고호연 식약처 한약정책과장은 “합성의약품이 원샷, 원킬이라면 천연물성분은 다성분, 다효과라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합성의약품이 하나의 적응증을 타깃으로 하는 반면, 생약은 여러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다.
세계 각국은 최근 생약 ‘주권 확보’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지난 2010년 국제사회에서 채택된 ‘나고야의정서’를 통해 더 심화했다. 나고야의정서는 생약 식물을 포함해 유전 자원 보유국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유전자원의 권리를 인정받은 국가로부터 자원을 받을 경우 수익의 일정량을 나눠주는 것이다. 일종의 특허로, 자원 부국의 자국 보호주의다.
한국 생약 품질은 해외 제품과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지만, 높은 가격 탓에 수출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효과와 효능에서 큰 차이가 없는 만큼 굳이 비싼 제품을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생약 수입 비중은 50% 이상이다. 대부분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들여온 생약을 개량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식약처가 전국 3곳에 생약자원센터를 설립한 이유다.
권오상 식약처 차장은 “세계 각국이 생물자원을 확보하고 보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며 “생약자원 주권 확보와 품질관리를 위해 한반도 전체 생약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이날 대중에 생약을 알리기 위해 제주센터 내 체험형 공간인 ‘생약누리’를 개관했다. 식약처가 대중을 대상으로 연 첫 시설이다. 생약을 먹고, 입고, 맡는 것까지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후추와 같은 식물부터 곰으로부터 얻은 웅담, 사슴의 뿔 녹용, 거북이 등껍질 등 동물까지 여러 종류의 생약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구성해 생약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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