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2' 김채은의 30대가 기대되는 이유 [★FULL인터뷰]

이승훈 기자 2023. 4. 2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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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 윈디 역
[스타뉴스 | 이승훈 기자]
/사진=LEAD엔터테인먼트
"20대에 아픔을 성숙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배웠다면, 30대에는 덜 아프고 더 많이 웃었으면 좋겠어요."

1995년생으로 올해 나이 29살인 배우 김채은은 20대의 끝에서 30대를 바라보고 있다. 약 8개월 뒤 앞자리가 바뀌는 사실에 대해서는 아직 기분은 다르지 않고, 책임감이 생겼다고. 김채은은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게 아닌, 매년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살았기 때문에 아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채은의 30대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채은에게 2023년은 더욱더 뜻깊다. 인간 김채은으로서도, 배우로서도 새로운 변화에 도전하며 한 차례 전환점을 맞이했기 때문. 그 시작이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다. 김채은은 극 중 클럽 블랙썬 MD(영업직원) 윈디 역을 연기했다. 윈디는 죄의식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캐릭터로 돈이 되는 모든 나쁜 일들을 저지르는 최강 빌런이다.

그동안 많은 작품에 출연했던 김채은이지만, 이처럼 파격적인 캐릭터는 처음이었다고. 심지어 지인들은 물론, 가족들도 윈디로 분한 김채은을 알아보지 못하며 그의 연기 변신에 엄지를 치켜세웠다고 한다.
◆ 父와 영상통화→친오빠 앞에서 펑펑 눈물..김채은의 건강한 가족愛
/사진=LEAD엔터테인먼트
김채은이 연기한 '모범택시2' 윈디는 시청자에게도, 본인에게도 '신선' 그 자체였다. 심지어 가족인 아버지도 윈디를 보고 딸인지 못 알아볼 정도였다고. 김채은은 "나와 윈디가 매치 안 된다고 하더라. 다른 사람 같다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다"면서 "'김채은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어?'라는 생각과 함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내가 윈디를 연기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윈디를 보고 놀랐으면 하는 반응을 기대하고 시작해서 그런지 재밌었다"고 말했다.

김채은은 윈디가 첫 등장했던 '모범택시2' 11화가 끝나자마자 대구에 있는 아버지와 영상 통화를 했다. 김채은은 당시 아버지가 계속 '딸인 줄 몰랐다'는 말을 했다고 했다. 김채은은 "처음 보는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 의상을 입어서 아버지도 윈디가 새로우셨던 것 같다. 아버지의 반응이 제일 귀여웠다"고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태은은 클럽 MD인 윈디 캐릭터를 위해 타이트한 상의와 짧은 바지 등 다소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었고, 돌직구 대사 등을 소화했다. 그동안 김채은이 보여준 연기와는 사뭇 결이 달랐다. 김채은은 노출 의상으로 인한 부담감에 대해 "처음에는 굉장히 부담이었다. 가죽 바지와 호피 상의를 입은 적이 있는데 살면서 호피 의상을 처음 입어봤다. 하이힐도 높고 액세서리와 헤어, 메이크업 등이 모두 새로웠다. '너무 파격적인가?' 싶었는데 현장에 도착한 순간 그 분위기에 동화됐고, 촬영이 계속 진행되면서 과감해진 것도 있었다. 재밌었다"고 말했다.

김채은은 '모범택시2' 방송이 끝난 후 아버지와 영상 통화를 할 만큼 살가운 딸이다. 이러한 김채은의 가족애는 3살 차이인 친오빠에게도 동일했다. 흔히 '현실남매'처럼 티격태격하는 사이는 아니다. 힘든 일이 있으면 자신의 속마음을 가감없이 털어놓으며, 오빠 앞에서 마음 편히 눈물을 흘릴 수 있을 정도. 대구가 고향인 김채은은 현재 오빠와 서울에서 함께 살고 있다.

"초반에는 각자의 루틴도, 성격도 달라서 작은 일로도 많이 싸웠는데 이제는 룰이 생겼어요. 화가 나면 'OO씨, 이 부분은 주의해 주세요', '죄송해요'라고 하면서 서로 존댓말을 하죠. 그러면 개선이 돼서 안 싸워요. 사실 오빠가 많이 배려해줘요. 제가 힘들면 조용히 와서 경상도 스타일로 묵직하게 위로해주죠. 지금은 오빠가 집에 없거나 늦게 오면 '언제 오냐'면서 오히려 제가 질척여요. 오빠 지인들은 저의 존재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 동생 뭐하냐고 물어보면 10년째 '학생'이라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웃음)

김채은은 오빠 앞에서는 누구보다 솔직해진다. 20대 초반에는 '울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고 생각하면서 무조건 울음을 참고 인내하는 게 멋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속 시원하게 소리 내서 우는 게 어렵다는 걸 깨달은 순간 배우로서도 인간 김채은으로서도 충격이었다고.

김채은은 "다시 생각해 보니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건강하다는 걸 느꼈다. 친구들한테도 '소리 내서 울어본 적이 있냐'고 물어봤는데 성격이 다 비슷해서 그런지 없더라. 숨죽여서 우는 게 아니라 소리 내서 우는 게 스스로도 용기를 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에 김채은은 힘든 일이 있어 울고 싶을 땐 오빠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제는 제 사람들 앞에서는 저의 감정을 숨김없이 말해요. 그 부분에 있어서 오빠의 존재가 제일 크죠. 사실 가족 앞에서는 센 척을 하고 싶은데, 참기만 하면 제가 버티지 못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힘들 땐 오빠 방 문을 두드려 나오라고 해서 '나 울고 싶어. 눈물이 나는데 혼자 울면 조금 그러니까 앞에 앉아있어줘. 들어줘'라고 말해요. 이렇게 울었던 시기에 멘탈이 강해졌던 것 같아요."
◆ 이제훈 다정함에 감동.."존재 자체만으로도 든든해"
/사진=LEAD엔터테인먼트
전에 볼 수 없었던 윈디 캐릭터를 연기하며 큰 변화를 맞이한 김채은은 어려운 지점이 곳곳에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제훈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김채은은 "윈디를 연기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감독님께도 어떤 톤으로 해야 좋은지에 대해 질문을 많이 했었다. 그러다가 한 신에서 3~4번 끝에 오케이를 받았는데 이제훈 선배님께서 조용히 오셔서 '방금 윈디 톤이 제일 좋았다'고 말씀해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윈디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야하는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는데 선배님이 후배에게 먼저 와서 이야기를 해준다는 게 감동이었다. 그래서 후반 촬영할 때 윈디를 더욱더 풍성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이제훈의 말 한마디에 힘이 되고 자신감도 얻었다. 그날은 너무 감사해서 집에 가서도 잊을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김채은은 "이제훈 선배님은 현장에서 늘 편하게 안정시켜 주신다. '준비되면 하면 된다'면서 인물도, 소품도 많아서 긴박한 상황임에도 마음의 안정을 시켜주시는 느낌이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든든했다"며 이제훈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채은은 '모범택시2' 연출을 맡은 이단 감독에게도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단 감독님은 전체적으로 굉장히 섬세하시다"는 김채은은 "시선, 작은 소품까지도 체크를 하신다. 또 어떻게 하면 윈디가 더 매력적으로 나올 수 있는지 조언해주셨다. 되돌아봤을 때 '감독님이 캐치해주시지 않았다면 해당 신이 안 살았을텐데'하는 부분도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기한 게 윈디는 고민이 많은 인물이었는데도 매니저 오빠가 '항상 현장에 신나서 가는 것 같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윈디가 가벼운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배우로서 촬영장에 가는 건 좋았나봐요. '내가 진짜 가고 싶은 촬영장이었구나'라는 생각을 매니저를 통해서 하게 됐어요. 특히 감독님이 제일 좋았어요."
◆ 롤모델은 문소리.."'서울대작전' 때 혼자 짝사랑♥"
/사진=LEAD엔터테인먼트
김채은은 롤모델 배우가 누구인지 묻자 "모든 배우 선배님들을 존경하지만, 문소리가 롤모델이다. 영화 '서울대작전'에서 문소리의 수행 비서 역이었다. 문소리의 손과 발이 돼 늘 함께 하는 캐릭터였는데 그때 혼자 선배님을 짝사랑했다"면서 '서울대작전' 촬영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작품 속 배경이 1988년도여서 그 시대를 구현하기 위해 매일 2시간씩 분장을 받았어요. 문소리 선배님과 같은 분장실에서 헤어, 메이크업을 받았죠. 그동안 많은 선배님들을 만났지만, 이렇게 긴 호흡 동안 같은 공간에 있던 건 문소리 선배님이 처음이었어요. 그 사람이 문소리 선배님이어서 너무 영광스러웠어요. 알면 알수록 사람 냄새도 많이 나시고, 저를 너무 아껴주셨어요.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문소리 선배님처럼 오랫동안 도전을 멈추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진짜 멋있는 것 같아요. '멋있다'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선배님이시죠. 그때부터 제 마음 속에 롤모델로 살고 계세요."

김채은은 예능 욕심도 드러냈다. 심지어 토크쇼에 나가면 풀어낼 에피소드가 한가득이라고. 김채은은 "아직 예능에 제대로 출연한 적은 없다. '라디오스타'에 나가고 싶다. 말하는 걸 좋아해서 재밌을 것 같다. 썰이 넘친다"고 말했다.

또한 김채은은 배우로서 얻고 싶은 반응에 대해 "원래는 '다 다른 사람 같다'는 말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고민이었다. 지금은 오히려 너무 감사하다. 배우로서 너무 좋은 것 같다. '걔가 얘였어?'라는 말이 좋다. 이번에 윈디도 똑같았다. 앞으로도 이런 작품들이 많이 쌓여서 놀라움을 넘어서 나를 인지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는 게 목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김채은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을까. 김채은은 "추상적인 말일 수도 있는데, '잔상이 남는다'는 말을 좋아한다.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그 만남이 좋으면 집에 가서도 자기 전에 문득 생각이 나지 않나. 그렇게 잔상이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 비록 하루일지라도 내 작품을 보고 날 한 번이라도 더 떠올려주는 배우가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김채은은 "지금처럼 꾸준히 보답하겠다. 더 자주, 더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중들을 만나고 싶다. 그 기다림이 길지 않게 보답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지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승훈 기자 hunnie@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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