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하루 네댓명 숨지는 미얀마…반기문은 왜 거길 갔을까

한겨레 2023. 4. 2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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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홍명교의 이상동몽][한겨레S] 홍명교의 이상동몽
최근 ‘초토화 작전’ 진압강도 높여
하루에 네댓명 사망…총 3440명
포스코 가스전, 군부 ‘돈줄’ 논란
소수민족·시민방위군 ‘자발적 무장’
지난 17일 미얀마 양곤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버스를 타고 석방됐다. 이들을 맞이하려 나온 가족과 지인들의 모습.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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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쿠데타 이후 미얀마 민중은 ‘시민불복종 운동’과 격렬한 시위를 통해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저항해왔다. 전국적인 노동자 총파업과 시위가 일어났고, 공장과 학교만이 아니라 철도 같은 공공기관에서도 불복종 저항이 이어졌다.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올해 4월26일 기준 시민 2만1551명이 반군부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체포됐고 이 중 1만7645명이 감옥에 있다. 또 3440명은 목숨을 잃었다. 매일 네댓명꼴로 군부 총칼에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이다.

끔찍한 것은 이런 학살이 줄어들기는커녕 최근 들어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미얀마 군부가 ‘초토화 작전’을 감행하면서 전체 330개의 타운십(시·군) 중 80%가 그 영향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초토화 작전은 노약자 등 민간인과 무장한 시민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인 공습과 포격을 가리킨다. 경제 활동이 이뤄지는 도시는 엄격하게 통제하고, 변방의 농촌과 산악지대는 게토로 만들어버림으로써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통해 군부는 무장세력이 식량과 재정, 병력 모집 등으로 저항 역량을 지속하는 것을 원천 차단할 수 있지만, 민간인의 엄청난 학살을 유발한다. 1977년 체결된 제네바조약 제1의정서는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 영토 내에서 긴박한 군사적 필요성이 있을 경우”를 제외하고 초토화 작전을 금하고 있다.

4월11일 공습에 170여명 즉사

지난달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은 “위기 종식을 위한 긴급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하며, “폭력사태의 즉각적인 중단, 구금자 석방, 인도주의적 접근”을 미얀마 군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군부는 이런 비판을 무시하고 있다. 지난 11일 아침 군부는 사가잉주 칸발루시 파지지 마을에 공중 폭격을 가했다. 어린이 30여명을 포함해 170여명이 즉사했다. 이번 공습은 쿠데타 이후 가장 끔찍한 학살로 기록됐다. 쿠데타 직후 1년간 발생한 공습이 125건이었다면, 최근 1년은 301건으로 늘었고, 방화 역시 282건에서 1355건으로 늘었다. 몇몇 지역의 위성사진을 보면, 1년 전 빼곡하게 있던 집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쿠데타 이후 미얀마 경제는 빈곤율이 2배로 증가해, 인구의 거의 절반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군부가 분쟁 지역 접근을 봉쇄하면서 전국 주요 도로와 수도 공급이 차단됐고, 군부는 인도주의 단체가 기아 위기에 처한 1760만명을 지원하는 사업도 막고 있다. 시민들은 군부나 친군부 민병대 세력의 살인과 납치, 강제 이주, 고문, 성폭력을 포함한 범죄에도 노출돼 있다. 시민들이 저항군을 결성한 사정이 이해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3월 초 유엔 인권사무소 발표를 보면, 쿠데타 이후 5만8천여채의 주택이 전소됐고 군부에 의한 방화도 지속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발생한 난민 수는 130만명이다.

미얀마 군부가 자행하고 있는 학살은, 쿠데타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정세를 변화시키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군부는 지난달, 민주주의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민주주의민족동맹(NLD)과 39개 정당 및 단체들을 해산했다. 또 여전히 버마족 시민들의 정신적 구심인 아웅산 수치(78)에게 징역 33년을 선고했다. 이에 더해 군부는 올해 7월까지 전국적인 비상사태를 연장하기도 했다. 무자비한 초토화 작전과 학살을 통해 저항하는 시민들을 무력화하고, 다른 한편으론 정치세력을 말살해 ‘안정화’를 선언한 뒤 가짜 선거를 실시하려는 계획이다. 현지 전문가 데이비드 매시슨은 군부가 “엄청난 불행과 선거를 향한 몸짓을 보였지만 통치에는 무관심하며 통제에 대한 환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민주세력, ‘반기문 방문’ 비난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군부의 초청으로 미얀마의 수도 네피도를 깜짝 방문했다. 현지 관영언론은 반 전 총장이 쿠데타의 원흉인 민 아웅 흘라잉을 만나 “최근 상황에 대해 건설적이고 열린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이에 민주세력인 민족통합정부(NUG)의 두와 라시 라 대통령 권한대행은 반 전 총장을 향해 “자국민에게 잔학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깡패를 국제무대에 홍보하고 있다”며 “비윤리적인 짓”이라고 비난했다. 아무 성과도 얻을 수 없는 상황이 분명한데 무슨 이유로 학살의 주범을 만나 사진을 찍고 왔는지 모두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기업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군부가 통제하는 미얀마석유가스공사와 합작하고 있는 가스전 사업도 그칠 줄 모른다. 쿠데타 이후에도 멈추지 않은 가스전 사업에서 역대 최대 이윤을 거둬온 포스코는 지난해 11월 슈웨 가스전 3단계 개발사업을 시작했다. 국내외에서 포스코의 가스전 사업과 불법적 군함 수출 등에 대해 많은 비판들이 쏟아졌지만, 반성의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 시민 저항에 군부가 학살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포스코는 가스전 개발과 배당을 통해 군부에 돈을 벌어다 주고 있다.얼마 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직원들에게 월 기본급 대비 최대 700%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현지에서 학살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도 성과급 잔치를 벌인 셈이다. 미얀마 민중의 기억에서 포스코 등 한국 기업들의 파렴치한 돈벌이는 잊히기 어려울 것이다.

미얀마 시민들의 불복종은 멈추지 않고 있다. 여러 소수민족들이 무장조직을 결성해 군부에 맞서 저항하고 있고, 버마족 시민들도 시민방위군(PDF) 산하 300여개 대대와 지역방위군 300개 부대를 구성해 저항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얀마 언론 <이라와디>는 시민방위군의 병력이 6만5천명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이들 중 제대로 된 총을 구비한 시민은 20% 남짓이며, 하늘에서 쏟아지는 군부의 공습에 매우 취약하다. 여럿으로 나뉜 저항세력들은 완벽한 연합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저항세력이 계속 버티기 위해서라도 통합정부는 더 나은 국가 재건의 비전을 제시하고, 민족 다양성을 구현하는 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미얀마 민중은 끔찍한 학살 앞에 직면해 있지만 동시에 광범위한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90% 이상의 시민들은 통합정부가 제대로 역량을 갖추고 단결해 싸우길 갈망하고 있으며, 방위군이라는 이름으로 암약하고 있다. 지난해엔 양곤 도심에서 8천명 규모의 배달노동자 파업이 벌이지기도 했다. 미얀마 민중들이 사랑하는 노랫말처럼, “피로 쓴 역사”를 잊지 않는 한 “세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동아시아 연구활동가

플랫폼C 활동가. 동아시아 이야기를 씁니다. 각 사회의 차이를 이해하고, 같은 꿈을 지향하자(異牀同夢)는 의미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상을 품은 동아시아의 꿈(理想東夢)이라는 뜻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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