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은 왜 컬리를 놓지 못할까
추가 투자 유치 가능성 높아져
기존 투자자 기업가치 높게 평가
컬리 수익성 개선할 수 있을까
긍정론과 비관론 공존하는
아리송한 컬리의 현주소
모든 평가가 엇갈린다. 신사업도 그렇고, 전략적으로 진출한 지역을 둘러싼 평가도 그렇다. 한쪽에선 긍정적이라고 말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컬리. 그들의 미래는 밝을까 어두울까.
기업가치 하락으로 지난 1월 기업공개(IPO)를 철회한 '컬리'에 모처럼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컬리는 최근 기존 투자자들과 추가 투자 유치를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1년 12월 컬리에 2500억원을 투자한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는 1000억원대 추가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컬리 측은 "논의를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고 밝혔지만 적자가 누적돼온 컬리로선 사업 유지를 위한 실탄 확보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그렇다면 컬리의 '큰손'들은 왜 다시 자금을 쏟아붓는 걸까. 이미 거액을 투자한 상황에서 자신들의 지분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추가 투자를 하는 순간 또다른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앵커PE는 이번 추가 투자 논의에서 컬리의 기업가치를 3조원대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투자에서 책정한 컬리의 기업가치(4조원)보단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컬리 관계자는 "그동안 컬리는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목표치를 뛰어넘는 성장률을 달성해 왔다"면서 "이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정말 컬리엔 그만한 '가능성'이 있을까. 다음 IPO에서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위해선 성장성과 수익성을 모두 잡아야 하는 컬리가 이 모든 걸 해낼 수 있을까. 지난해 실적을 보면 긍정적인 지표와 부정적인 지표가 모두 담겨 있었다.
■ 줄어든 적자 증가 폭 = 지난해 컬리는 사상 처음으로 2조원대 매출액을 달성했다. 전년(1조5613억원) 대비 30.4% 증가한 2조37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2334억원으로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진 못했지만, 적자 증가폭은 2021년 87.3%(이하 전년 대비)에서 7.2%로 줄어들었다.
여기엔 지난해 11월 론칭한 '뷰티컬리' 효과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컬리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기존 '신선식품(마켓컬리)'과 함께 '화장품(뷰티컬리)'을 새로운 주력 카테고리로 내세웠다.
이 때문에 "컬리가 변했다"는 냉혹한 평가도 있었지만 영업이익 등 내실을 탄탄히 만드는 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화장품의 경우 신선식품 대비 단가가 높고 유통기한이 길어 재고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뷰티컬리의 객단가는 마켓컬리 대비 3배가량 높다"면서 "수익성 개선을 위한 컬리의 노력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샛별배송 지역 확대 = 컬리가 새벽배송 서비스 '샛별배송'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컬리는 지난 4월 경남 창원시에 '동남권물류센터'를 개점한 데 이어 5월 경기도 평택에 '평택물류센터'를 가동한다. 그동안 수도권과 충청 일부 지역에서 가능했던 샛별배송이 점차 전국 단위(전라·강원·제주 제외)로 확대되는 셈이다.
예컨대 경상도(대구·울산·부산 등) 지역의 경우엔 오후 6시 이전에 주문해야 새벽에 물건을 받아볼 수 있었지만 이제 밤 11시 이전에만 주문하면 샛별배송이 가능하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수도권에 이어 구매력이 높은 편인 경상도 지역으로 샛별배송을 확대하는 건 컬리가 할 수 있는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본다"면서 "이들을 충성고객으로 얼마나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컬리 측은 "지난해 물류센터 관련 투자를 단행한 만큼 올해엔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컬리가 가진 무형의 가치 = 컬리가 보유하고 있는 '무형의 가치'도 투자자들이 컬리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5년 국내 최초로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한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 1200만명에 달하는 '회원 수', 누적돼온 '고객 데이터' 등이 그것이다.
김익성 동덕여대(경영학)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컬리가 프리미엄 식품·새벽배송 등을 통해 쌓아온 브랜드 가치는 여전히 높다. 그동안 축적된 고객 관련 빅데이터의 가치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투자자들이 컬리의 시장가치가 여전히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여전히 불안한 지표들 = 문제는 컬리를 둘러싼 긍정적 지표에 부정적 변수도 함께 들어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뷰티컬리를 강화하고 있다곤 하지만, 컬리의 핵심 사업은 여전히 신선식품 새벽배송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획기적으로 달라지지 않은 한 컬리가 '적자기업'이란 꼬리표를 떼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물류센터 역시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컬리 측은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지만, 물류센터에 잇따라 투자를 단행한 올해에도 고정비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고정비 부담을 상쇄하려면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컬리의 경상도 공략을 두고도 말이 많다. 그곳에서 이미 쿠팡이 세를 불리고 있어서다. 쿠팡은 지난해 대구광역시에 3200억원을 투자한 첨단물류센터를 열었다. 수도권이든 경상권이든 쿠팡과의 경쟁은 피할 수가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컬리는 투자자들의 기대처럼 수익성과 성장성 두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몸값을 높여 IPO를 다시 추진할 수 있을까. 결과를 확인하는 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듯하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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