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도 불법 투약…의료용 마약의 '두 얼굴'
[편집자주] SNS 등 기술의 발달로 마약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마약을 접하는 나이도 어려지고 있다.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이를 지원할 인력과 예산은 충분하지 않다. 마약청정국에서 마약위험국이 되어버린 한국 사회의 실태를 살펴본다.
의료용 마약류 처방이 증가세를 보임에 따라 오남용 우려가 제기된다. 청소년들이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 투약한 경우도 있어 이를 근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의료용 마약류의 처방량은 증가세에 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9년 16억8225만여개에서 2020년 17억5139만여개, 2021년 18억2788만여개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의료용 마약류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투약한 프로포폴, 졸피뎀 등 수면 마취제다. 졸피뎀은 2019년 1억4520만여개 처방됐던 것에서 2021년 1만5812만여개로 1300만개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프로포폴 역시 1258만여개에서 1479만여개로 늘었다.
또 이 기간 10,20대가 처방받은 약의 양 증가세가 가파른 것으로 드러났다. 20대가 처방받은 마약류 의약품은 2019년 3763만여개, 2020년 4263만여개, 2021년 4774만여개로 꾸준히 증가세에 있다. 10대의 경우 2019년 2346만여개에서 2020년 소폭 줄었으나 2021년 2702만여개까지 올라섰다.
외모에 대한 관심, 성적 향상 등을 목적으로 의료용 마약류를 오남용하려는 수요가 이 연령대에서 늘었기 때문으로 꼽힌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 중 메틸페니데이트의 처방량은 2019년 3523만2857개에서 2021년 4538만2910개로 28.8%(약 1000만개) 늘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집중력 강화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시험 성적을 위해 오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달 초 강남구 학원가에서 필로폰 등 마약성분이 들어있는 음료수를 마시게 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 일당은 음료수에 'ADHD'라고 표시했다. 수험생이 ADHD 치료제를 집중력 강화 용도로 사용하려는 수요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로 인한 사고도 발생했다. 올해 초 제주도에서는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여성 A씨가 6중 추돌사고를 냈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전쟁 상황이라 어린이와 시민을 대피시키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환각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청소년들이 의료용 마약류를 구해 실제 마약처럼 투약한 경우도 있었다. 2021년 5월 경남에서는 '펜타닐 패치'를 부착 방식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투약한 10대 40여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은 대표적인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보다 효과가 100배 이상 강하다. 중독성 역시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들은 1년 가까이 부산·경남지역의 병원 및 약국 등에서 자신·타인의 명의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판매·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는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은 실제 마약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대규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장(경정)은 "의료용이라 할지라도 마약류인 만큼 의존성과 중독성을 보일 수 있어 의료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며 "실제 마약을 투약하려는 욕구로 확장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를 중복 처방하는 이른바 '의료쇼핑'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용 마약 처방 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을 통해 환자의 관련 이력 조회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NIMS 조회는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다.
이범진 마약퇴치연구소장(아주대 약학대학 교수)은 "의사 개개인이 마약류 처방이 필요한 경우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함께 필요 이상 마약류를 처방하는 의사에 대한 윤리적 규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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