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공생관계” 외치더니...뒤로는 ‘절교’ 준비중인 이 기업 [박민기의 월드버스]
시민들과 사진 찍는 등 ‘파격 소통 행보’
뒤로는 ‘脫중국’ 시도…인도·베트남 관심
中경제보복·민족주의 등 해결 숙제 산적
표면적으로는 애플과 중국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돈독해 보입니다. 그러나 애플이 겉으로는 웃으면서도 뒤로는 칼을 갈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금까지 협력 관계를 유지했던 중국과의 관계 단절을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점점 심화되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 한·미·일 삼각 동맹과 북·중·러 동맹의 첨예한 대결 구도 등이 촉발하는 외교 및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플은 자사 생산시설을 중국에서 서서히 빼는 ‘탈(脫) 중국’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도 한몫했다는 분석입니다.
애플의 이 같은 전략 추진은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특히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 미·중 갈등이 최고치로 치달은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촉발한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쳤기 때문입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해 애플은 공급망 이슈로 주요 제품 출시를 연기해야만 했습니다. 당시 맥북 위탁생산(OEM) 업체 콴타의 상하이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맥북 에어 출시가 몇 주 연기됐고, 대만 폭스콘이 운영하는 아이폰 생산공장도 문을 닫아 관련 제품 출시가 뒤로 미뤄졌습니다. 이는 애플의 분기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팬데믹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성을 새삼 다시 실감한 애플은 다양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 중국에서 다른 나라들로 시선을 돌리고 있습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애플 내부 관계자들 발언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자사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관심받는 나라는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아일랜드 등입니다. 인도에서는 아이폰, 베트남에서는 에어팟, 말레이시아에서는 맥북 등 생산을 점차 늘린다는 방침입니다.
쿡 CEO의 직접 지휘 아래 수백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타이거 팀’은 공급망 붕괴 문제에 대비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입니다. 애플 경영진은 생산 담당 부서에 내년부터 출시될 더 많은 신제품들이 중국 밖에서 생산될 수 있도록 신규 생산 라인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애플이 당장 중국 생산공장 문을 닫지는 않겠지만, 중국시장에서 순차적으로 발을 빼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내년 인도 내 아이폰 생산량이 1500만대를 넘어설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애플이 지금처럼 탈 중국과 인도로의 생산거점 전환을 적극 추진한다면 오는 2025년까지 아이폰 전체 생산시설의 25%를 인도로 옮길 수 있을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아이폰을 넘어 아이패드와 애플워치 생산까지 인도에 맡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애플의 탈 중국 계획이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서서히 거리를 두겠다는 전략이지만 아직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애플 경영진은 현지 생산시설을 너무 빨리 철수할 경우 중국이 경제 보복에 나설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보다 더 거센 민족주의로 똘똘 뭉친 중국 소비자들이 애플에 등을 돌릴 수도 있습니다. 품질 우려도 있습니다. 중국을 대신할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서 생산될 애플 제품 품질이 보장될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애플의 생산시설 이전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쿡 CEO는 2012년 폭스콘과 손잡고 브라질에서의 아이폰 생산을, 2017년에는 인도에서의 아이폰 저가형 모델 생산 전환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습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생산시설 다각화 시도가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 애플의 토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중국과의 ‘안전한 이별’을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지만 미국 기업인 애플 입장에서는 탈 중국이라는 도박에 베팅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 너머를 바라보는 쿡 CEO의 진가가 다시 한 번 시험대 위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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