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후예라서?"… 찰스 3세 대관식 안 가는 바이든
"아일랜드 혈통 바이든은 反英주의자"
전문가 "美 행정부의 오랜 관행일 뿐"
영국 새 국왕 찰스 3세의 대관식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관식에 직접 참석하지 않는 것을 두고 영국인들의 의견이 분분하다고 BBC가 보도했다. 호사가들 사이에선 한때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은 아일랜드 주민의 후예인 바이든 대통령의 반영(反英) 감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외국 국왕의 대관식에 불참하는 건 미국 행정부의 오랜 관행일 뿐”이라고 말한다.
영국에서 국왕의 대관식이 열리는 것은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이후 꼭 70년 만이다. 국가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행사인 만큼 영국과 ‘특수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국가원수의 불참을 서운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 보수당 밥 실리 하원의원은 영국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일생에 한 번뿐인 행사를 건너뛰다니, (영·미 관계에) 꽤나 소홀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언론인 러셀 마이어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아일랜드 혈통을 원인으로 들었다. 대기근이 아일랜드를 덮친 19세기 중반 수많은 아일랜드인이 배고품을 견디지 못하고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 미국으로 향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조상도 그때 고향을 떠나 미국에 정착한 이민자였다. 최근 아일랜드를 방문하기도 한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아일랜드계 혈통임을 무척 자랑스러워 한다.
하지만 학자들 견해는 다르다. 영국사 전문가인 로라 비어스 아메리카 대학 교수(역사학)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이 영국 국왕 대관식에 참석한 전례가 없다”며 “굳이 21세기 들어 새로운 관행을 만들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독립전쟁, 1812년 전쟁 등 두 차례 영국과 전쟁을 치른 뒤 미국은 한동안 영국에 적대적이었다”며 “1837년 빅토리아 여왕이 즉위하고 영국 군주제가 미국인들 사이에 호감을 얻으며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빅토리아 시대를 맞아 영·미 관계가 좋아졌으나 빅토리아 여왕 대관식에도 당시 미국 대통령은 불참했다. 비어스 교수는 “(항공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 미국 대통령이 영국에 가는 것은 실용적이지 못했다”며 “그러다 보니 대관식 불참이 관행으로 굳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역사학자 샘 에드워즈는 “당시는 한국에서 6·25전쟁이 한창이던 때”라며 “아이젠하워로선 워싱턴을 비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서양을 사이에 둔 영·미 관계에서 영국 국왕의 대관식에 미국 대통령이 참석할지 여부와 같은 문제는 부차적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엘리자베스 2세와 절친하고 인연도 각별했으나 1953년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엔 참석하지 않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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