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뽑기를 내 손으로?...“제발 잘 뽑히게 해주세요” [여프라이즈]

신익수 기자(soo@mk.co.kr) 2023. 4. 2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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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흔히 보게되는 자판기. 이게 기가막힌다. 여행, 서프라이즈, ‘여프라이즈’. 이번 편은 말도 안되는 ‘이색 자판기’ 랭킹이다. 순위는 사실 의미없다. 상상초월 점수를 기초로, 편의상 매긴 것이니까. 말도 안된다고? 가보시라. 진짜, 있다.

1. 난공불락 이색 자판기 1위국 ‘일본’
곰고기 자판기 <마이니치 신문 캡쳐>
‘자판기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 난공불락이다. 부동의 1위다. 간단히, 애교스러운 것들 몇가지만 소개한다.

작년 말 등장한 새내기가 야생 곰고기 자판기다. 일본 북부 아키타현 센보쿠역 인근이다. ‘소바 고로’라는 현지 음식업체가 관광객에게 곰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시장 조사를 벌인지 한 달 만이다. 이 자판기에서 나오는 건 놀랍게도 ‘야생 곰고기 약 250g’. 가격은 2200엔(약 2만 1700원)‘이다.

효과도 만점이다. 자판기 설치 후 센보쿠역 주변에 사는 주민 발길이 이어지는 것은 물론, 이곳에서 400㎞나 떨어진 도쿄에서도 곰고기 배달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가장 놀라운 건 평가. “곰고기는 맛이 깔끔하고 육질이 부드럽다”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불법 아니냐는 분들을 위해, 몇가지 상식 소개. 자판기를 통해 판매되는 곰고기는 매년 정해진 기간, 일정 개체 수만 사냥하도록 허가받은 현지 사냥꾼들이 인근 산에서 포획한 것이다. 캔 제품이나 즉석 카레 형태로 많이 소비되며 찌개로 끓여 먹기도 한다고.

곰고기 뿐 아니다. 요리한 곤충, 햄버거에 이르기까지 자판기로 사 먹을 수 있는 음식 리스트가 기가 막힌다.

곤충 자판기
고래고기 자판기가 논란이 된 곳도 일본이다. 일본의 최대 포경업체인 교도센파쿠가 자판기로 고래고기 판매에 나선 것인데, 환경단체와 동물보호단체가 반발한 것이다. 일본에서 잡힌 고래 회, 고래 스테이크, 고래 베이컨 등 냉동 고래고기와 캔 통조림, 조리된 고기 등을 1000~3000엔(한화로 9500원~2만 9000원)에 자판기로 판다.

도쿄 일반 주택가에는 곤충식 자판기가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다. 곤충 자판기에는 튀긴 메뚜기와 물장군으로 만든 음료수가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우리 돈 6000 원에서 3만 원 선. 가히 자판기 왕국이라 불릴 만 하다.

실제로 일본자판기제조업연합회에 따르면 일본 내 자판기 수는 2000년 560만대로 가장 많았는데, 이는 일본 국민 23명당 1대꼴이다. 이후 일본 내 자판기 수는 2020년 400만대까지 떨어진 상태. 하지만 인구 비례로 보면 여전히 세계 최대다.

2. ’상상초월 자판기‘ 나라 두바이
두바이 빵 자판기
이색 자판기 2위 나라, 두말할 것 없이 ’두바이‘다. 라마단 기간 전세계에서 구걸하는 이들이 여행을 올 정도로, 부자나라긴 한데, 자판기까지 놀랄 ’노‘자니 말 다했다. 최근 한국에도 등장한 금(金) 자판기의 원조가 사실 두바이다. 현시가를 감안, 자동, 카드결제로 금을 살 수 있는 자판기를 놓아, 화제를 모았다.

최근 전세계를 또 한번 놀라게 한 자판기는 빵 자판기. “에이, 무슨 빵이 이색적이냐”하는 분들, 가격에 주목하면 ’억‘소리가 난다. 놀랍게 이 빵 자판기, 공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자 물가 상승 등으로 서민들의 고충이 커지자 저소득층에게 무료로 빵을 나눠주기 위해 도입된 것. 두바이 지도자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재단이 최근 두바이 도심 10곳에 설치한 것이다.

판매 방식도 최첨단. 터치 스크린을 편히 눌러 빵종류만 선택하면, 따끈따끈한 빵이 쏟아져 나온다. 제공 가능한 빵 종류는 샌드위치와 피타, 인도식 차파티 등. 피타는 밀반죽을 얇고 납작하게 밀어 만든 타원형 빵으로 중동지역에서 식사용으로 즐겨 먹는다.

심지어, 이 자판기에는 기부를 원하는 사람을 위한 신용카드 결제 리더기도 탑재돼 있다.

3. 엽기 자판기 명불허전 중국
엽기 자판기로는 중국이 원톱이다. 지금은 사실상 사라졌지만, 과거 세계를 놀라게 한 게 ’생게‘ 자판기다. 이게 무려 10여년 전이다. 장쑤성 난징시 지하철역에 ’생게 자판기‘가 설치되면서 논란이 된 것. 게는 크기와 종류, 암수를 구분해 한 마리씩 구멍이 뚫린 통 안에 고이 담겨 진열돼 있었다. 가격은 시중에 팔고 있는 생게의 절반 가격. 통상 한 마리당 크기나 종류 등에 따라 9위안(한화 1640원)부터 48위안(한화 8750원)까지 다양했다고 한다. 어떻게 지하철역에서 생게를 판매할 생각을 했을까? 이 자판기는 수산물 양식업자가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개발했다는 것. 자판기 내부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관리하면서 게가 죽지 않는 환경을 조성한 것도 놀랍다. 당시 판매자는 ’보상판매‘조건까지 내 걸어 화제를 모았다. 자판기에서 죽은 게가 나왔다면 생게 3마리로 보상하겠다고 약속까지 한 것.

생게 쯤은 약과다. 최근엔 즉석에서 착즙하는 주스나 피자, 자동차, 패션, 심지어 채소·과일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자판기가 쏟아져 나온다.

요즘 핫한 트렌드는 립스틱 자판기다. 단순히 립스틱만을 뽑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게임까지 즐길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게 특징. 이 덕분에 이 자판기 앞은 늘 북새통이다. 자판기에는 명품 브랜드 립스틱부터 저가 립스틱이 있다. 모바일결제수단을 이용해 10위안(약 1700원)을 결제하면 ’립스틱 도전‘이라는 미니 게임이 실행된다. 빠르게 돌아가는 동그라미 밖에 립스틱을 차례대로 꼽으면 된다. 총 3단계의 레벨을 통과해야만 립스틱을 받을 수 있다.

중국 자판기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중국 자판기 시장은 2010년 이후 매년 10% 이상 성장하며 순항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스마트자판기를 포함한 무인 판매시장 규모가 2017년 4억 위안(약 669억1200만원)에서 2020년에는 135억 위안(약 2조2585억5000만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 스케일 만큼은 역시 미국
미국 자동차 자판기 <mysanantonio.com>
’한방‘으로 승부를 거는 곳은 역시 스케일의 나라, 미국이다. 가장 화제를 모은 자판기가 중고차 자판기다. 100만 구독자 유튜버 허팝이 직접 방문해 화제를 모은 바로 그 자판개다. 간 큰 중고차 자판기를 선보인 곳은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Tempe)에 위치한 온라인 중고차 판매업체 카바나다. 세계 최초로 설치 된 게 2015년. 당시 11월 테네시주 내쉬빌(Nashville)에 세계 최초로 5층 규모의 전자동 코인 자동차 자판기가 등장한 뒤, 2020년 11월 카바나의 27번째 자판기가 애틀랜타에 문을 연다. 12층으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주력 자판기다.

반응도 좋다. 판매원을 만나고 가격 흥정을 하고 수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번거로움 없앴고, 온라인으로 자동차를 주문할 수 있는 게 혁명인 셈.

자판기 픽업을 선택한 고객은 편리한 날짜와 시간을 정해서 예약할 수 있다. 예약날 도착하면 고객 담당자로부터 자동 판매 프로세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카바나 코인‘을 받는다. 코인을 넣으면 끝. 전체 유리 타워의 중심부에서 구조물을 통해 내려오는 구입 차량의 모습을 보며 자동차를 사게 된다.

품질 보증 과정이 까다로운 것도 소비자들의 반응을 끌어내는 데 핵심 요소. 카바나 차량은 품질보증을 위해 자체 인증을 받아야하는데, 150개의 엄격한 검사항목을 통과해야 하며, 사고 이력이 없고 프레임 손상도 없어야 한다.

성과는? 2022년 1월 기준, 카바나는 9년 동안 온라인에서 가장 빠르게 100만대의 차량을 판매했고, 중고차 소매업체로 가장 빠르게 연간 40만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요즘 핫한 자판기는 뉴욕 한복판에 등장한 세계 최초의 NFT(대체 불가능 토큰) 자판기다. 정확한 위치는 미국 뉴욕 맨해튼 존가 29번지. 미국의 NFT·디지털 플랫폼 네온(Neon) 사가 만든 이 자판기는 5.99달러(한화 약 7650원)의 ’색깔(Color)‘, 420.69달러(약 53만7350원)의 ’파티 비둘기(Party Pegion)‘, 딱 두 제품만 판매한다.

미국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카드를 넣고 NFT 제품을 선택하면 NFT 고유 코드가 포함된 상자가 나온다. 이 고유 코드를 네온 플랫폼에서 입력하면 NFT를 얻게 된다.

5. 한국에도 OOO 자판기가 있다
축산물 자판기 <MBC 뉴스 캡쳐>
한국도 자판기라면 빠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화제를 모은 한국 자판기 베스트5다.

넘버원은 코카콜라 슬러시 자판기. ’슈퍼 칠드 코-크(Super Chilled Coke)‘라고 이름 붙여진 이 자판기는 명칭 그대로 콜라를 ’슬러시‘ 형태로 즐길 수 있는 자판기다. 자판기 속 콜라는 액체 상태지만, 구매 후 뚜껑을 열었다가 닫고 가벼운 충격을 가하면 슬러시로 변신한다.

넘버투는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자판기. 블록팩과 더블쿠키샌드, 아이스마카롱, 스노우모찌 등 배스킨라빈스의 다양한 아이스크림 나온다. 가격은 2800원~3300원 선. 24시간 운영돼, 화제를 모았던 자판기다.

넘버쓰리는 고기 자판기. 일명 ’고기 자판기‘라 불리는 이 축산물 자판기는 국내산 소고기와 돼지고기 10여 종류를 냉장 상태로 진공 포장해 판매한다. 유통비용을 절감해 농가에 도움을 준다는 취지에서 가격도 일반 판매가보다 20%가량 저렴한 게 매력. 2016년 11월 농협중앙회에서 처음 내놓은 이 자판기는 현재 서울·경기·충북지역의 편의점·백화점·공판장 등에 설치돼 있다.

네번째는 마음약방 자판기. ’마음약방 자판기‘는 지친 현대인들을 위한 서울문화재단의 사회공헌 프로젝트 중 하나로 세워진 것이다. 이 자판기는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20가지 증상 중 하나를 선택하면 그에 맞는 처방을 내려준다. 처방에는 그림엽서, 영화추천 팜플렛, 피로회복제 등이 들어있다. 재미로 뽑았다가 따뜻한 위로를 얻어간다는 해당 자판기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증상은 ’미래막막증‘으로 알려져 있다.

피자 자판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탈리아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피자 자동 제조기를 공수해 온 것이다. 투입구에 돈을 넣고 원하는 맛을 선택하는 것만으로 즉석에서 갓 구운 맛있는 피자가 만들어진다. 특히 자판기에는 투명한 창이 있어 피자가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직접 볼 수 있다. 소요시간은 딱 3분.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 여프라이즈 = 매주 수요일입니다. 매일경제신문 신익수 여행전문기자가 쇼킹한 여행 랭킹을 정리해 드립니다. 이름하여, 여행 서프라이즈 ‘여프라이즈’.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상상초월, 여행가 소식들이 총출동 합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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