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국경부터 차단"…'마약과의 전쟁' 최일선 인천공항 세관
[편집자주] SNS 등 기술의 발달로 마약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마약을 접하는 나이도 어려지고 있다.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이를 지원할 인력과 예산은 충분하지 않다. 마약청정국에서 마약위험국이 되어버린 한국 사회의 실태를 살펴본다.
지난 27일 인천공항본부세관 국제우편물류센터 내 세관 검사장. 국제우편물류센터 내 세관 검사장에 들어가자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이며 내는 기계 소리가 귀를 울렸다. 세관 공무원들은 국내로 밀반입되는 마약류를 적발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1층 한편에 별도로 마련된 작업장에서 세관 공무원 4~5명과 탐지견 '밀리'가 우범 물품 선별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골든레트리버 견종 밀리는 컨베이어 벨트 위를 천천히 걸어 다니며 우편물마다 코를 갖다 대고 냄새를 맡았다.
하늘길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우편·화물은 이곳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국내에 반입될 수 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마약류도 이곳에서 가장 먼저 적발한다. '마약과의 전쟁' 최일선 전장인 셈이다.
채명석 관세행정관은 "국민 건강을 해치는 마약류를 관세 국경 단계에서부터 차단하는 일을 하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몇년간 코로나19(COVID-19)로 입국장이 봉쇄되자 특별수송, 우편 등 화물을 통한 마약 밀수입이 급증했다. 지난달 2일 관세청이 발표한 '2022년 마약류 밀수입 검거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류 밀수입이 461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특송화물이 196건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적발된 10건 중 8건 이상이 국제우편과 특송화물로 국내에 밀수됐다.
인천공항본부세관 국제우편물센터 내 세관 검사장에는 밀리 외에도 4마리의 탐지견이 더 있다. 한 마리당 30분~1시간 정도 마약류 탐지에 나서 5마리가 교대로 일한다. 탐지견과 핸들러가 짝을 지어 탐지 업무에 나선다.
탐지견들은 1년 6개월가량 정기 훈련과 평가를 받은 뒤 실제 업무에 투입된다. 사람보다 100배 정도 뛰어난 후각을 지니고 있어 사람이 맡지 못하는 세밀한 냄새까지 포착할 수 있다.
검사장으로 들어오는 모든 우편·화물은 (X-ray)에 투입해 전문경력관들이 일일이 확인 작업을 거친다. 엑스레이상 음영이 지는 등 이상이 발견된 화물은 스티커를 붙여 별도의 검사장으로 보내진다.
우편물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특급과 소포, 등기와 통상이다. 등기와 통상은 2kg 이하의 소형 우편물을 말한다. 인천공항본부세관 국제우편물류센터 내 세관 검사장 1층에서는 등기와 통상만 처리한다.
검사장에서는 세관 직원들이 화물을 개봉해 내용물을 살피고 마약류로 의심될 경우 간이 키트를 사용해 시약 검사에 나선다. 탐지봉에 내용물 등을 살짝 묻혀 이온스캐너 속에 넣어 마약류 검사를 하기도 한다. 이온스캐너는 소지품에 묻은 적은 양의 마약을 찾아낼 정도로 정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특별수송으로 보내지는 화물은 특송물류센터로 보내진다. 국제우편물류센터 내 세관 검사장과 마찬가지로 특별수송으로 보내지는 화물도 100% 엑스레이 검사 과정을 거친다. 총 14대의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며 특송 화물을 분류한다.
엑스레이 검사 시 이상이 발견될 경우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세관 공무원들이 화물을 일일이 열어 직접 검사한다. 개인 간 보내는 화물일수록 마약류 적발 빈도가 높다.
국제우편물류센터 내 세관 검사장과 특송물류센터에서 샴푸 통 속에 액상 합성 대마를 은닉한 사례가 최근 적발됐다. 과자나 시리얼 봉지 속 알약 형태의 합성 마약 야바나 MDMA를 섞어 반입해 적발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외에도 각종 향정신성의약품을 영양제나 일반의약품에 섞거나 장난감과 인형 사이 필로폰 등을 숨겨 들여오려다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세관 인력들은 마약류 적발을 위한 인력과 예산 확보가 더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채 관세행정관은 "해외로부터 수입되는 화물의 수량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지만 과거와 비슷한 인력으로 마약류 등 불법 물품의 반입을 차단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인력 확충과 함께 이온스캐너, 라만분광기 등 첨단 장비를 추가로 도입해 반입과정에서부터 마약류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온스캐너의 경우 국제우편물류센터 내 세관 검사장에는 단 1대만 구비 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편 검사 업무를 수행하는 조종훈 관세행정관도 "때에 따라 다르지만 많을 땐 하루동안 5~6건씩 적발하는 날도 있다"며 "엑스레이나 과학검색장비가 구비돼 있지만 노후화된 게 많아 이온스캐너 등 과학검색장비가 추가로 도입된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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