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인사이드] '나쁜 집주인' 공개...사적 제재 왜 나왔나
오지예 2023. 4. 2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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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단속으로 자취를 감추나 했더니, 전세사기의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 할 만큼 하루가 멀다고 전세사기꾼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특별단속을 벌인 경찰은 이미 4월 현재 443명의 전세사기범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앞서 부산경찰이 검거한 50억원대 전세사기를 저지른 일당 48명을 보면, 이 가운데 31명이 '바지 집주인' 역할을 한 지적장애인 등 경제적 능력이 없는 이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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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단속으로 자취를 감추나 했더니, 전세사기의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 할 만큼 하루가 멀다고 전세사기꾼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특별단속을 벌인 경찰은 이미 4월 현재 443명의 전세사기범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송치된 피의자만 보면, 전세자금 대출 사기범이 227명으로 가장 많았고, 무자본 갭투자 124명, 불법중개행위 52명 순으로 다양했는데요. 아직도 446명이 연루된 180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니 그 수는 더 늘어날 겁니다.
엄벌 백계 원칙, 당연히 중요하지만, 더 큰 문제는 피해자 입장에선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지옥이 끝나는데,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는 겁니다. 앞서 부산경찰이 검거한 50억원대 전세사기를 저지른 일당 48명을 보면, 이 가운데 31명이 '바지 집주인' 역할을 한 지적장애인 등 경제적 능력이 없는 이들이었습니다. 전세계약 만료 시점이 되면 이른바 '진짜 해먹은' 주범은 온데간데 없고, 세입자 앞에는 보증금 반환에 별 소용 없는 '바지 집주인'만 있는 구조인데요. 피해자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책은 겉돌기만 하고, 폭탄을 떠안은 피해자만 망연자실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의 관련 제도 보완 속도는 느리기만 하니, 2020년 기준 수도권에서 2명 중 1명만 자가 보유인만큼, 세입자들은 '나도 피해자가 될 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동거 중입니다.
나쁜 집주인 사이트 등장
결국 누리꾼이 나섰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보증금을 떼먹고 있는 악성 임대인의 이름과 사진, 생년월일과 주소 등 개인 신상을 공개하는 '나쁜 집주인' 사이트가 등장했습니다. 오는 9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안심전세앱에서 악성 임대인의 개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됐지만, 그 전까지 피해자 양산을 막기 위해 마련된 겁니다. 운영 절차는 이렇습니다. 나쁜 집주인 운영자에게 이메일로 악성 임대인에 대한 제보를 하면, 운영자는 내용 검토 뒤 임대인에게 신상 공개 사실을 통보하고 2주 뒤 홈페이지에 신상을 공개합니다. 이를 두고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공분을 사는 이슈에 대한 정부 대책이 민심이 생각하는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으로 분석했습니다. 어떤 문제에 대한 이성적인 접근과 결론 도출 전에 민심이 동요하는 속도가 빨라 감정적으로 우선 원인 차단, 응징 등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강자에 대적하는 약자 편에서 과한 정의감, 의로움의 표출 결과"로 "개인 신상 공개가 또 하나의 가해는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현행법 '명예훼손' 위반 논란
더 큰 문제는 현행법 위반 가능성입니다. 자칫 왜곡된 정보로 인해 무고한 사람의 신원이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앞서 '웰컴투비디오' 'n번방' 등 디지털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범죄자의 개인 정보를 공개한 <디지털교도소>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접속 차단 결정을 내렸습니다. 또 해당 사이트 운영자에 대해서는 신상 정보 무단 공개 혐의로 징역 4년과 추징금이 내려졌습니다. 이와 함께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 신상을 공개한 <배드파더스>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억울한 피해자 양산을 막기 위해 이뤄진 제도 밖 선제적인 조치가 정당하지는 않지만, 사실 환영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습니다. 그럴 만한 게, 넉달 뒤에야 법적으로 가능한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는 이미 지난 2021년 9월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에 발의 됐습니다. 하지만 2년 넘게 잠자다가 전세사기가 잇따라 터지자 지난 2월에서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부, 국회가 발 빠르게 대처했다면 지금 같은 전세 사기대란도, 제도 밖 움직임도 없었을 거라는 주장은 되새겨봐야겠습니다.
[오지예 기자 calli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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