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도 안 되는…" 어린왕자의 따끔한 질책, '미스터 제로'를 만들었다

2023. 4. 2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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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무슨 슬로우 스타터야!"

SSG 랜더스는 하재훈이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이후 줄곧 마무리 부재에 시달렸다. 세 명의 선수가 뒷문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시즌 초반에는 김택형이 마무리를 맡았으나 부상으로 인해 전열에서 이탈한 뒤 문승원과 서진용이 뒷문을 걸어 잠그는 역할을 수행하는 등 클로저에 대한 고민이 컸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확실한 마무리를 보유한 상황에서 시즌을 치르고 있는데, 페이스가 어마어마하다. 주인공은 바로 서진용이다. 서진용은 올해 12경기에 출전해 12⅓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실점은 없고, 1승 10세이브의 엄청난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10세이브는 단연 리그 1위.

서진용이 시즌 초반 이렇게까지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데는 이유는 바로 김원형 감독의 '꾸지람'에서 시작됐다. 서진용은 '슬로우 스타터'로 매 시즌 5월부터 컨디션과 구속이 올라오는 투수였다. 하지만 올해는 김원형 감독의 따끔한 질책 속에 4월 시작부터 본연의 구속이 나올 수 있도록 준비를 시켰던 까닭이다.

사령탑은 "감독으로 부임한 뒤 주위에서 '(서)진용이는 5월부터 올라온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가. 그러면 엔트리에 들지 말고 5월부터 야구를 해야 한다. 팀 불펜의 주축 선수인데, 개막전에 맞춰서 컨디션을 끌어올려서 시즌이 시작됐을 때는 자기 공을 던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김원형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잘하기 위해서는 비활동 기간에도 준비를 잘 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빨리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했다. 한참 좋을 때는 148~149km를 던지는데 4월 구속이 140km 초반이더라. 그래서 계속 눈치를 줬고, 5~6월의 볼을 지금은 4월에 던지고 있는 것이다"고 서진용이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배경을 밝혔다.

서진용은 지난해 4월 직구 최고 평균 구속을 기록한 날은 145km였지만, 가장 낮은 평균 구속은 138km로 측정된 경기도 존재했다. 하지만 올해는 꾸준히 144~145km의 빠른 볼을 뿌리는 중. 특히 올 시즌을 제외한 최근 3년 동안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3.34)을 기록했던 2021시즌도 4월 140km 중반대의 평균 구속을 뽐냈다.

28일 인천 두산 베어스에스전에서 가장 먼저 10세이브를 수확한 서진용도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감독님께서 부탁도 했었고, 솔직히 혼이 났었다. 감독님께서는 나를 신인 때부터 봐오셨는데 '무슨 슬로우 스타터냐. 네가 언제부터 그렇게 올라오면 되냐'는 말을 들었었다"며 "원래 볼이 빨랐던 투수인데 언제부터 슬로우 스타터라는 말이 붙었을까 생각을 해봤다"고 설명했다.

물론 준비를 잘했다고 무조건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구위로 타자를 찍어누를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 그는 "마운드에 섰을 때는 구석구석보다 가운데로 '쳐라'는 식으로 강하게 들어가는 볼들이 잘 잡히고 상황이 좋게 나오더라. 그러다 보니 밸런스도 잘 잡히고, 스피드도 유지가 되고 있다. 스피드를 떠나서 여러 경험이 쌓이면서 지금의 공이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진용에게는 '서즈메의 문단속', '미스터 제로' 등 각종 수식어가 뒤따른다. 이를 보면 어떠한 기분이 들까. 서진용은 "너무 좋다. 하지만 한편으로 큰 부담이기도 하다. 1~2점대 평균자책점이라면 이를 내릴 수 있는 편안함이 있다면, 지금은 지키고 싶은 것이 강하다.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쓰이게 되는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서진용은 시즌을 마쳤을 때 산술적으로 65개의 세이브를 기록하게 된다. 아직 이른 시기지만, 세이브왕 타이틀은 물론 하재훈의 36세이브 기록도 넘어서는 것이 목표다. 그는 "현재 퍼포먼스에 너무 만족하고 있다"며 "가능하다면 30세이브를 먼저 기록한 이후에 여러 기록들을 넘어서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SSG 랜더스 서진용. 사진 = 마이데일리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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