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브랜드화해 새 도전… 나만의 요리 선보인다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2023. 4. 2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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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김태홍’의 김태홍 셰프
와인 수입사 근무하며 식문화에 관심
도서관·외국 요리책 등 구해 요리 공부
2016년부터 이름 석자 걸고 식당 오픈
특별한 메뉴 없이 가정식 코스로 승부
어란 보타르가 파스타 시그니처 메뉴
“손님들과 대화 나누며 요리 영감 얻어”
‘셰프 김태홍’의 김태홍 셰프를 만났다. 김 셰프는 한창 방송에서 셰프 붐이 일던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냈다.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요리에 관련된 콘텐츠를 접할 수 있었는데, 특히 제이미 올리버의 네이키드 셰프와 올리버 키친과 같은 관련 방송을 보며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요리 분야에 특화된 서적들이 없던 시기다 보니 요리와 셰프들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외국 서점에서 우연히 접했던 요리 책과 다양한 조리도구를 보며 언젠가 기회가 되면 요리를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셰프 김태홍’의 김태홍 셰프
레스토랑과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대학교 졸업 후 와인 수입사에 근무하면서 레스토랑과 호텔에서 와이너리 갈라 디너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나라의 식문화에 관심이 생겼고, 다양한 식자재를 배워 유통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퇴사를 결정하고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갈증으로 르 꼬르동 블루(숙명여대)에 입학하여, 프렌치 요리과정을 배우고 졸업했다. 마침 운이 좋게도 김 셰프가 학교를 다니던 시기에 백악관, 유명 파인다이닝, 전 세계 포시즌호텔 출신 셰프들로 교수진이 구성돼 다양한 요리의 방법과 방향을 배우고 경험했다. 당시에는, 지금의 유튜브나 구글과 같은 양질의 요리 정보가 없어, 학교가 끝나면 학교 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서점, 외국 요리책들을 힘들게 구해 다양한 요리들을 공부해 나갔다.

현재 근무 중인 곳은 김 셰프 본인의 이름을 딴 ‘셰프 김태홍’이다. 스스로의 이름을 걸고 식당을 오픈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 요리를 전공하지 않고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가 요리로 전향하다 보니 스스로가 브랜드가 되어 메이킹하고 입지를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있었다. 요리를 업으로 삼고 본인의 가게를 오픈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이름을 널리 알려 명예로운 사람이 되라 말씀해주신 것을 따르고자 2016년부터 이름 석 자를 간판에 내걸고 운영하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레스토랑보다는 지인들의 마실, 나만의 아지트, 아뜰리에 공간 등 다양한 활동을 위한 스튜디오로 시작하였으나 자연스레 시간이 지나다 보니 현재는 원테이블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았다. 김 셰프가 요리에 다가가는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지금은 셰프 김태홍과 같은 다이닝들이 많이 생겼으나 처음 오픈할 때만 해도 특별한 메뉴판 없이 셰프가 알아서 요리를 제공해주는 콘셉트는 꽤 낯설었다. 하지만 낯선 만큼 재미있었다. 지금까지도 셰프 김태홍의 메뉴는 따로 정해진 것이 없고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던 음식들을 제공하는 주방장 특선 메뉴이기에 양식, 중식, 일식, 한식의 메뉴들을 다양하게 가정식 코스로 내어주고 있다.
어란 보타르가 파스타
셰프 김태홍의 매장에도 시그니처 메뉴는 존재한다. 이 메뉴들은 고객들의 반응이 좋고, 지속적으로 고객들이 찾고 요청하다 보니 고정메뉴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어란 보타르가 파스타이다. 가장 가는 카펠리니 파스타면을 사용하여 면의 맛보다 소스와 잘 어울릴 부분에 집중했다. 청양고추로 만든 오일의 매운맛을 활용해서 파스타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접근해서 즐기도록 만들었다. 이탈리아 어란인 보타르가를 사용함으로써 감칠맛을 끌어올려 단순한 맛 속에서도 자꾸 생각나는 메뉴다.
라구소스 파스타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라구 소스 파스타이다. 풍미가 좋게 장시간 끓여낸 라구 소스와 베사멜 소스를 층층이 교차해서 넣어주고 4가지 종류의 치즈를 더해 맛의 레이어를 많이 쌓았다. 넓은 파스타 면인 라자냐를 사용함으로써 따로 놀 소스를 감싸안아 주게 신경을 썼고 각 소스와 면이 치즈와 함께 어우러져서 깊이 있는 맛의 파스타를 즐길 수 있다.
시그니처 메뉴들이 있지만 그날그날 메뉴가 바뀌기도 하고 손님에 따라, 혹은 김 셰프의 의지에 따라서 메뉴들이 바뀌어서 제공된다. 그러다 보니 다른 레스토랑과는 다른 독특한 에피소드들이 다양하게 생기기도 했다. 그리스가 고향인 손님에게 오랜 타지 생활 중이란 이야기를 듣고 메뉴 중 몇 가지를 그리스 음식인 수블라키, 자지키, 후머스와 같은 지중해 풍으로 만들어 내자 감동하며 맛있게 먹기도 했다. 어린 시절 번데기탕을 좋아했다는 회사 대표에게는 번데기탕을 끓여 제공했는데 매우 반응이 좋았다. 어린 시절 일본에서 지내며 먹었던 편의점의 계란 샌드위치가 생각난다는 손님에게는 계란 샌드위치를 만들어줬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또 돌이 안 지난 어린 손님을 위해서 만들어 준 한우 토마토 이유식, 지루한 어른 모임에 낀 6살 꼬마 손님을 위해 만든 나폴리탄 파스타처럼 김 셰프의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음식들은 그 음식 하나하나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억들이 김 셰프가 혼자서 요리하면서 힘들고 어렵지만 버텨낼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러 분야의 손님들과 만나 다양한 대화를 나누며 영향을 받을 때가 많았다.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그들의 삶과 경험 속에서 알려주는 것들, 추억, 경험, 도전을 이야기하다 보면 그 기억 속엔 항상 음식이 같이 있었다. 그런 것을 같이 찾다 보면 또 다른 메뉴를 만들거나 요리사로 활동하는 데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김 셰프는 화려하고 트렌디함을 좇기보다는 핵가족과 1인 가족으로 점점 변하는 각박한 사회 속에서 김 셰프만의 음식으로 좋은 지인, 가족들과 잠시나마 정을 나누고 갈 수 있기를 마음속에 담고 있다. 김 셰프는 어찌보면 고수들이 즐비한 무림에 등장한 야인과도 같다. 처음 시작부터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던 것처럼 앞으로 김 셰프가 선보일 요리들이 기대된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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