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3.3조 원 투자’에도…박수만 칠 수 없는 이유는? [주말엔]
"2016년 이후 현재까지 한국 창작 생태계를 위해 집행한 투자액인 약 1조 5천억 원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넷플릭스는 지금까지 한국 생태계와 손잡고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피지컬:100' 등과 같은 작품을 만들어왔으며 앞으로도 한국 창작자들과 엔터테인먼트의 즐거움을 전 세계 팬에게 선사해 나가겠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대표(CEO) ...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첫날인 지난 24일,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드라마와 영화 등 한국 콘텐츠에 4년간 2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조 3천억 원 투자를 약속하면서 덧붙인 말들입니다.
'오징어게임' 등 전 세계적 화제를 불러모은 한국 콘텐츠를 높게 평가하며, 대규모 투자 계획 공식 발표한 것입니다.
■ 대통령실 "파격 투자 이끌어내…공개 투자 발표 매우 이례적"
대통령실은 방미 첫날부터 파격적인 투자를 이끌어냈다며, 결정 과정을 적극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지난 1월 말부터 투자 논의를 시작했고, 윤 대통령이 넷플릭스 경영진과 직접 편지를 주고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대통령실은 "넷플릭스는 지금까지 특정 국가에 대한 투자 규모나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공개 발표는 매우 이례적이다"라고 자평했습니다.
이어 "콘텐츠 산업은 국가 이미지를 끌어올리면서 국내 산업과 제품 수출에 커다란 연관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며, 막대한 경제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 야당 "예정된 투자액 재발표 불과"...넷플릭스 "누적 투자액 2배 수준 맞아"
하지만 야권에선 넷플릭스의 '투자 금액'을 두고 곧바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청래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넷플릭스로부터 4년간 3조 3천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과연 이게 자랑거리일까?"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 코리아 '경제적 임팩트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이미 2022년 8,000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4년을 곱하면 3조 2,000억 원"이라며 예정된 투자 금액을 재발표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의원실 측은 해당 보고서 발표 당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VP가 직접, 기존 제작비 액수와 제작 편수를 고려하면 2022년 투자 액수를 추정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정청래 위원장 등의 주장에 반발하며 "서랜도스 CEO가 발표한 25억 달러 투자는 한국 진출 이후 누적 투자 금액의 2배에 달하는 액수가 맞다"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2022년 콘텐츠 투자액 외부 추정치는 작품당 단가를 동일하게 예상해 연간 공개 작품 수를 단순히 곱한 산술의 결과"라면서 "다양한 작품당 실제 제작비가 반영하지 못한 오류이고, 지금껏 공식적으로 투자액을 밝힌 적은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 국내서 7,733억 원 벌고 법인세는 33억 원뿐…"조세 회피 의혹"
넷플릭스는 투자 금액의 '가치'를 두고 서둘러 해명 자료를 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앞서 국세청은 2021년 넷플릭스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조세회피 혐의로 800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고, 넷플릭스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하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7,733억 원, 법인세 납부액은 33억 원 수준으로 매출대비 적은 법인세 액수 탓에 조세회피 의혹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회 과방위 소속 변재일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은 넷플릭스의 해외 결산보고서와 국내 감사보고서를 자체 분석한 결과, 넷플릭스가 국내 수익의 상당 부분을 해외로 이전해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넷플릭스의 국내 매출액은 2019년 1,859억 원에서 2020년 4,155억 원, 2021년 6,317억 원, 지난해 7,733억 원으로 매년 1천억 원 이상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넷플릭스 코리아가 내는 법인세는 2019년 5억 원에서 2020년 22억 원, 2021년 31억 원, 지난해 33억 원으로 증가 폭이 크지 않습니다.
변 의원실은 넷플릭스가 해외 그룹사에 보내는 수수료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매출원가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줄인 결과라고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넷플릭스의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은 2019년 70.5%→ 2020년 81.1%→2021년 84.5%→2022년 87.6%로 높아져,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해외로 이전되는 비중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반면 지난해 넷플릭스 본사의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은 60% 수준이었습니다.
■"미국에서 내는 망 사용료, 한국서도 내야" VS "이용자들이 이미 지불"
망 사용료 분쟁도 수년 째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막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일으키면서도 이용 대가는 회피한다며 2020년부터 소송을 끌어오고 있습니다.
SK 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전용회선을 이용하기 시작한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트래픽 양이 약 34배 폭증했고, 넷플릭스의 동영상을 안정적으로 전송하기 위해 전용회선 용량을 수차례나 증설하고 있다"라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하면서 한국에선 내지 않고 있는 건 부당하다"면서 "디즈니플러스, 네이버, 카카오 등은 수백억 원씩 망 이용 대가를 내고 있는데, 넷플릭스 등만 지급하지 않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소비자들은 이미 구독료를 통해 네트워크 개발을 위한 비용 지불을 하고 있다"면서 "넷플릭스 등에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은 동일한 인프라에 대해 비용을 두 번 청구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2021년 6월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는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지만, 넷플릭스가 항소하면서 현재 2심이 진행 중입니다.
망 사용료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넷플릭스와의 투자 논의 과정에서 해당 부분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전현우 기자 (kbs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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