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삼천리·선광이었나…'관심없는 주식' 짜고치는 수법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에너지회사 삼천리(004690)는 지난 10년간 주가가 8만~12만원 박스권을 오가던 종목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7년엔 국제유가 상승과 에너지 위기감에 20만원대를 돌파하기도 했으나 금융위기가 진정된 이후로는 12만원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삼천리가 지난해 5월부터 뛰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등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면서 삼천리도 조명을 받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런데 상승세가 심상치 않았다. 박스권을 뚫었다가도 차익실현 압력이 높아지며 다시 바닥을 다지고, 이후 반등해 다시 박스권을 뚫는 것이 상승 종목의 특징인데, 삼천리는 단기 이동평균선이 모두 나란히 상승곡선을 그릴 정도로 뚜렷한 우상향을 이어갔다.
금융당국은 삼천리의 유통주식수가 전체 발행주식의 50% 미만으로 적고 신용매매가 용이해 '작전세력'의 타깃이 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천리의 대주주 지분은 39.1%, 자사주 비율은 15.6%로 주식시장에서 실제 거래되는 '유통 가능 주식수'의 비율은 45.3%에 그친다.
그나마 삼천리는 나은 편이다.
이번에 무더기 하한가를 맞았던 종목 중 대성홀딩스(016710)는 대주주 지분율이 72.74%에 달한다. 유통 가능 주식수는 27.26%에 불과하다.
서울가스(017390)의 유통가능 주식수는 17.4%에 그친다.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60.26%, 자기주식 비율이 22.34%에 달하기 때문이다.
선광(003100) 역시 38.3%만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대주주 지분이 49.17%, 자사주가 12.51%에 달해 대부분의 주식이 대주주와 회사에 묶여 있다.
다우데이타(032190)는 대주주 비율 67.1%로 인해 유통주식수 비율이 32.9% 였으며 세방(004360)의 유통주식수 비율은 50.5%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해당 종목은 유통주식수가 적어 통정매매가 손쉬웠던 것이 특징"이라며 "이런 종목들 중 차액결제거래(CFD)와 신용거래가 용이한 종목을 골라 작전을 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들 종목의 신용거래융자도 손쉬운 편이었다. 위탁증거금률이 30~40% 수준에 그쳐 소위 '빚투'를 하기 쉬웠던 것. 지난 25일 기준 세방의 신용융자 잔고비율은 12.71%, 선광 12.34%, 다우데이타 11.2%, 삼천리 10.45%, 서울가스 7.66%, 대성홀딩스 6.71% 수준이다.
유통량이 많은 주식의 신용융자 잔고비율이 3%를 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이들의 10%가 넘는 신용융자 잔고량이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다.
또 다른 증권가 관계자는 "해당 종목들은 주가 변동성이 크지 않고 기본 사업구조가 탄탄해 '가치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며 그 특성으로 인해 증거금률이 높지 않고 주식담도대출시 담보가치도 높게 받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유통가능 주식이 적고 신용매매가 용이하다 보니 이번에 주가조작 일당이 활용한 '통정매매'도 쉬웠던 것으로 파악된다. 통정거래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을 미리 정해두고 일정 시간에 서로 주식을 사고파는 불법 매매 행위다.
예를들어 A와 B가 짜고 주식 1만주를 서로 사고 팔면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주가가 치솟는다. 거래량이 급증하고 주가가 오르면 통정거래 일당 외에도 기관이나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기 마련이다. 단타 위주 거래를 하는 전업 개인투자자 중에는 거래량이 많은 주식을 쫓아다니며 거래를 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특히 최근처럼 증시 쏠림현상이 심한 상황에서는 거래량 급증에 따른 주가 상승은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기 쉽다. 주가조작 일당은 유통가능 주식수가 적은 종목에서 통정거래로 주가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면서 그물을 쳐 놓고 이후 기관이나 일반 투자자들이 진입하면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시세조종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가 급등이나 특정계좌 집중거래에 대한 당국의 감시망도 우회할 수 있다. 주가조작 일당은 투자자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해당 휴대전화로 통정거래를 하고 주가를 조작한 의혹을 받는다. 압수수색 단계에서 수백개의 휴대전화를 발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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