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 선제공격' 능력 강화 의지 재차 부각…'ICBM 정각 발사'에 주목

이설 기자 2023. 4. 2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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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내세워 방어 어닌 '제2임무' 강화 언급…핵 선제사용 시사 발언
전략핵 대거 동원한 '선제공격' 훈련 위한 도발 재개 가능성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9일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반발하면서 핵 선제공격을 시사하는 핵무력의 '제2의 임무'를 다시 언급했다. 북한이 최근 선보인 고체연료를 탑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정각으로 발사하는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입장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워싱턴 선언'을 두고 "우리는 핵전쟁 억제력 제고와 특히는 억제력의 제2의 임무에 더욱 완벽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신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해 말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라고 밝힌 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우리의 핵무력은 전쟁 억제와 평화 안정 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 실패 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라면서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고 언급한 적 있다.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는 언급은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법제화한 '핵무력 정책'을 통해 외부의 직접적인 공격이 없어도 공격 가능성이 현저하다면 핵무기를 사용한 선제타격이 가능하다고 명시한 바 있다.

김 부부장은 또 "적들이 핵전쟁 연습에 광분할수록,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에 더 많은 핵전략자산들을 전개할수록 우리의 자위권 행사도 그에 정비례하여 증대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미 정상이 합의한 워싱턴 선언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한미는 이에 따라 '핵협의그룹'(NGC)을 창설해 북핵 대응 관련 직접 소통의 폭을 넓히고 핵탄도미사일잠수함(SSBN)을 비롯한 미국의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 효과 증대 방안 등에 합의했다.

이날 김 부부장의 입장 발표는 한미 군사훈련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민감한 북한의 입장이 그대로 담긴 첫 번째 반응으로 볼 수 있다.

김 부부장이 핵 선제타격을 암시하는 '제2의 임무' 능력을 강화할 것을 언급하면서, 북한이 내부적으로 관련 능력을 훈련하고 외부에 메시지를 낼 군사도발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 총비서는 지난 18일 군사정찰위성의 완성과 함께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를 선언했지만 정찰위성은 '핵전략무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찰위성 발사와 별개의 미사일 발사가 예상된다.

미국을 겨냥해선 이달 초 시험발사를 진행한 고체연료 ICBM '화성포-18형(화성-18형)을 태평양을 향해 정각 발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화성-18형의 '완성'을 선언하기까지 기술적 평가 및 추가 발사가 필요한 상태다. 때문에 이미 개발 완성을 선언해 '실전무기화'된 화성-15형이나 화성-17형을 정각 발사하는 대신 화성-18형의 '시험발사'로 수위를 조절하며 '핵 대응' 명분도 확보하려들 수 있다.

또 미국의 핵항모 및 전략핵잠수함을 겨냥해, 신형 잠수함 및 무기체계를 공개하거나, 이달 초 시험했던 핵 무인수중공격정 '해일' 계열의 무기체계 훈련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입장 발표는 자신들의 핵무력 및 신무기 개발 등 국방력 강화의 정당성과 향후 군사적 행동의 명분으로 활용하기 위한 의도가 본질"이라며 "한미 워싱턴 선언에서 전략핵잠수함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3000톤 고래급 신형 잠수함의 진수 공개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형 혹은 5형의 발사를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앞으로 오랫동안 그들의 행동이 '워싱턴 선언'에 대한 반발인 것처럼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전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특히 고체연료 ICBM 발사와 미국의 핵항모 및 전략핵잠수함을 겨냥한 핵어뢰 사용 훈련으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핵 기습, 핵 선제공격력 강화를 통해 확장억제공약을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주도권을 잡으려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북한 측의 예고된 군사정찰위성의 발사는 물론 7차, 8차 핵실험이 당장 오늘 벌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재래식 및 저강도 도발로 '핵억제 강화'에만 치중하고 있는 한미의 '빈틈'을 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대진 한라대 교수는 "북한은 대북 핵 위협 억제가 핵심인 워싱턴 선언의 틈새인 재래식 도발에 대한 한미의 공조라는 틈새를 파고들 수 있다"면서 "핵 사용이 아닌 대남 재래식 도발시 한미는 어떻게 할 것이며 저강도 도발을 다발적으로 계속할 경우 미국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에 대해 혼란을 야기하는 대남도발 기획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짚었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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