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기 방통위원 인터뷰] "민간 방송 공정성을 누가 심판할 수 있나"
[5기 방통위원 인터뷰 (02)] 지난달 퇴임한 국민의힘 추천 안형환 전 부위원장
"검찰 수사 여부 떠나 대통령 바뀌면 방통위원장 물러나야"
후임자 내정된 최민희 전 의원에 "여야 모두 동의 가능한 인사 필요"
현 공영방송지배구조개선안에 "이사회 지역성 배제한 민주당 법안 문제"
[미디어오늘 박서연, 금준경 기자]
“(한숨) 일단은 미안하다. 혼자 빠져나온 것 같아서 죄송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지난달 30일 임기를 마친 안형환(60) 전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 부위원장이 지난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방통위 사무처 직원들을 향해 던진 첫마디다.
2022년 9월23일. 검찰이 방통위의 '2020년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을 주장하며 방통위를 상대로 첫 압수수색을 진행한 날이다. 벌써 7개월이 지났다. 방통위 직원 30~40여 명이 조사받았고, 방통위 국·과장과 2020년 TV조선 심사위원장 등 3명이 구속기소됐다. 한상혁 위원장에게도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됐다. 방통위의 사기가 떨어진 상황을 고려해 지난달 30일 퇴임한 안형환 전 부위원장과 지난 5일 퇴임한 김창룡 전 상임위원은 앞서 퇴임한 위원들과 달리 퇴임식조차 열지 못했다.
안 전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퇴임하며 “한 위원장님 본인은 많은 고민이 있고 여러 생각이 있을 거라 보지만 만에 하나 기소가 된다면 우리 조직을 위해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마지막으로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방통위는 행정부 소속 중앙부처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철학과 정책에 따라 운영하는 게 헌법 정신이다. 새 대통령이 새 위원장을 임명하는 게 맞다. 충돌을 막고 방통위가 제대로 일하기 위한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는 의미다. 한 위원장에게 감정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제도 대폭 완화도 강조했다. 안 전 부위원장은 재승인 제도로 종편의 오보·막말·편파방송이 개선되는 순기능이 있다는 지적에 “부인하지 않는다”라면서도 “민간 기업은 자율성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추진 중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에는 “지역의 목소리가 들어와야 한다. (당초 민주당 법안엔) 광역자치단체 의회 의장들이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기로 했다가 없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졌다. 그래서 뺀 것 아닌가”라고 했다.
안 전 부위원장은 2020년 3월26일 임기 만료로 퇴임한 김석진 전 상임위원(당시 야당 국민의힘 추천 몫) 후임으로 임명돼 지난해 1월부터 방통위 후반기 부위원장을 맡았다. 안 전 부위원장은 전남 무안 출신이다. 목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KBS 기자로 입사해 17년간 몸담았다. 2003년 하버드대 대학원 공공행정학 석사를, 경기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2008년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했다. 2010년 8월부터 1년간 한나라당 대변인을 했다. 이후 동국대 객원교수, 단국대 석좌교수, 한양대 특임교수를 지냈다. 안 전 부위원장을 지난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만났다.
-지난달 30일 퇴임사에서 한상혁 위원장에게 기소 시 조직을 위해 결단을 내려달라고 했다.
“사실 누구의 책임을 따지기 전에 방통위가 큰 몸살을 앓고 있다. 구성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다. 방송과 통신 융합 시대에 OTT의 등장, 지상파 성장 저하 등 신경 써야 할 업무가 많은데,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않다. 한상혁 위원장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총체적으로 볼 때 한 위원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건 방통위가 제대로 일하기 위해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 위원장의 임기가 남아있다.
“방통위는 행정부 소속 중앙부처다. 헌법상 국민이 대통령을 선출해 대통령이 행정부를 총괄하게 돼 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철학과 정책 이념에 따라 운영하는 게 헌법 정신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방통위는 방송사를 규제하는 기관이고 다양한 목소리의 반영이 필요해 위원회로 만든 거다. 구조는 대통령 추천 2명, 대통령 소속 정당 1명 등 3명과 야당 추천 2명으로 3:2로 만들었다. 대통령 뜻대로 운영하되 야당 측에서 견제하라는 취지다. 미국 FCC(미국연방통신위원회. 미국의 정보통신 분야를 규제 감독하는 행정기관)도 똑같다. 대통령 측이 3명 추천하고, 야당 측이 2명 추천한다. 미국도 대통령이 바뀌면 위원장과 임기가 안 맞다. 야당 측이 다수가 돼버린다. 미국에선 위원장이 사퇴한다. 새로운 대통령이 새로운 위원장을 임명하게 한다. 충돌을 막기 위한 현명한 판단이다. 그런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한 위원장에게 결단을 내리라고 한 거다. 한 위원장에게 감정이 있는 게 아니다.”
-한 위원장의 구속영장에 주요 혐의(점수 변경 지시)가 빠졌다.
“검찰이 수사하고, 각종 감찰받는 부분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언급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련의 과정이 방통위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안타깝고 조직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가 우려스러울 뿐이다.”
-퇴임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사무처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숨) 일단은 미안하다. 혼자 빠져나온 것 같아서 죄송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조만간 정상화될 거로 생각한다. 다시 한번 새로운 마음으로 방송통신 산업의 발전을 위해 뛰어 달라고 말하고 싶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을 갖고, 굳건히 생각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크지 않은 조직에서 30~40명의 직원이 검찰 수사, 감사원·총리실·대통령실로부터 조사받았다. 방통위 내부에선 (직원들이 힘들어했다는 게)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체 비율로 따지면 굉장히 많은 수가 조사받았다. 사기가 떨어져 있다는 걸 잘 안다.”
-검찰이 2020년 TV조선 재승인 의결 때 4년 재승인이 가능한 상황에서 3년 재승인을 의결한 것을 혐의로 적용하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도 의결에 참여했다.
“저는 반대했다. 4년을 3년으로 조정할 수 있는 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아웃이다', '허가 안 해준다'는 건 가능하다. 주요 항목인 공정성 항목이 기준점(210점 만점에 105점)에서 미달했다. 물론 그 점수가 현재 (점수 수정) 논란이 있지만, 오히려 재승인을 안 해줄 수는 있다. 그러나 4년에서 3년으로 내릴 수 있는 건 어디에도 (규정이) 없다. 위원회 재량으로 할 수 있는 게 맞는지 논란이 있었다. 당시 위원회는 바른미래당 추천 표철수 위원, 나(국민의힘 추천), 대통령 추천 한상혁 위원장·김창룡 위원, 민주당 추천 허욱 위원 등 5명이 있었다. 저는 명확히 반대했다.”
-2023년 3월 TV조선 재승인 심사 때 '민영 방송사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우려했다. 그러나 TV조선은 2017년 625점(기준점 650점)을 받았지만, 당시 방통위는 재승인 거부를 못 했다. 오히려 재승인 심사가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고 볼 수도 있다.
“민간 방송사의 공정성을 과연 누가 심판할 수 있냐는 생각이 든다. 민간 언론은 자신들의 철학과 창립 이념에 따라 보도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인 상식과 언론사의 사명을 요구할 수 있지만, 심사위원들이 정성평가로 'A방송사가 공정한 것 같다'고 점수를 매기는 게 가능한 것 같나. 타당치 않다. 물론 공영방송은 예외다. 미국의 FOX뉴스와 CNN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지만, 공정성을 시비 삼지 않는다. 미국 FCC에서 초창기에는 라디오 방송사들이 공정해야 한다며 공정성을 조항에 넣어 평가한 적 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많은 미디어가 생기다 보니 의미 없다고 봤다. 그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재승인 심사를 통해 부가되는 조건과 권고 사항이 방송에 기여하는 면이 있다.
“조건과 권고 사항이 과도하게 많다. 방통위에서도 불필요한 내용은 줄이자는 논의를 해왔다.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굳이 넣을 필요가 없는 데도 습관적으로 부가한다. (위원회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조건을 넣는) 솔직히 그런 부분도 있다. (2023년 재승인은) 2020년보다 많이 줄였다. 앞으로 대폭 줄여야 한다. 정부 감독 기관이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
“방송을 이제 언론이라는 족쇄에서 풀어주자. 방송에서 언론의 기능은 극히 작은 부분이다. 보도 기능 얼마나 되겠나. 예능, 교양 비중이 훨씬 크다. 방송사를 보도 기능으로만 보니, 여야를 막론하고 내편 네편으로만 보고 있다. 그러니 큰 틀에서 육성, 규제하지 못하는 거다. 언론을 넘어 산업 측면에서 보자. 방송산업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고민의 주제가 돼야 한다. 방송을 내버려 두자는 게 제 생각이다. 앞으로 그렇게 가야 한다.”
-TV조선은 과거 오보·막말·편파방송이 사회적 논란이 돼서 박근혜 정부 방통위에서 탈락 점수를 부여했던 상황이었다. 당시 보도 및 콘텐츠 투자 재승인 조건을 통해 방송이 개선된 면이 있다.
“부인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점은 지적해줘야 한다. 학생들은 시험을 치면 어디가 약하다, 어느 부분을 공부를 더 해야 한다, 이런 걸 알 수 있다. 재승인 심사받으면서 어느 부분이 약하니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을 수용하면 방송사들이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정부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대 때처럼 주도해 끌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다. 우리가 프로그램 비율을 어떻게 하라고 할 필요가 있는 건. 민간 기업은 자율성에 맡겨 두면 생존을 위해 아이디어 내고, 프로그램 만들고, 시청률 높이고, 광고 많이 받을 거다. 시장경제의 속성이다.”
-방통위는 어떤 미디어에 주목해야 하나.
“OTT 시대에 방송의 영역은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방송은 중요하고 영향력이 있으므로 국가기관이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방송 종사자분들한테 미안한데 방송 영향력이 과거처럼 크지 않다. 유튜브 영향력이 더 강하다. 80대 어르신들도 유튜브 본다. 유튜브를 통제의 틀로 가져와서 방송과 균형을 찾을 것인가 고민하는데,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에는 정치의 양극화도 있다. 하나의 국가에 두 국민이 산다. 원인 중 하나가 미디어에 있다고 본다. 방송 시절엔 불특정 다수에 동시에 쏘다 보니 사고의 틀이 어느 정도 비슷하게 흘러간다. 개별 미디어가 엄청나게 발달한 이 시대엔 선택적으로 미디어에 접근한다. 유튜브도 좌파, 우파 각각 성향에 맞는 것만 본다. 같은 사안에 다른 시각을 갖고 너무나 과도하게, 극명하게 나뉜다. 우리 사회가 통합되지 못하고 분열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후임으로 최민희 전 의원이 추천됐다. 국민의힘에선 반발이 있다.
“어렵고 부담스러운 이야기다. 임명권자가 판단할 거다. 큰 틀에서 방통위가 원만하게 작동하기 위해 여야 간 이견이 있는 인사보다는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인사가 들어와야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방통위원 추천안 국회 의결 시) 대부분 동의율이 80~90% 넘어섰다. 여야 간 논란이 있는 건 서로가 피했으면 한다.”
-김창룡 대통령 추천 위원의 후임 몫 임명은 왜 아직 안 되는 것 같은지.
“(하하하) 그건 저도 잘 모르겠고, 임명권자가 고민하고 있을 거로 생각한다.”
-KBS 출신이다. 수신료 분리 징수 이슈가 뜨거운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려운 질문이다. 궁극적으로 KBS가 광고 없이 수신료로만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한다는 전제하에 하는 말이다. 다매체 시대에 공영방송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민 통합이다. 국민 통합에 앞장선다면 수신료를 정상화(인상)해야 한다고 본다. 개별 민영방송은 설립 취지, 철학에 따라 보도를 할 수 있다. 공영방송은 그래선 안 된다. 균형을 잡아 줘야 한다. 민간 방송처럼 '내 철학'으로 방송해선 안 된다.”
“수신료 문제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방송법 어디에도 공영방송이라는 표현이 없다. 방통위가 공영방송 협약제도를 준비했다. 어느 정도 법안이 다 준비돼 있다. 영국 BBC는 여왕이 방송권을 준다. 우리도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이임 받은 정부(방통위)가 BBC처럼 KBS 책무를 규정하고 재원을 정하는 과정까지 재정비하는 안이 준비된 상황이다. 공영방송은 무엇인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 걸까. 이 단계에 따라 정리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 재원구조(수신료)의 공영성, 지배구조(공동체)의 공영성, 운영의 공영성. 큰 틀을 정리한 다음 수신료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 성급하게 접근할 게 아니다.”
-민주당이 입법 추진 중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에 반대 입장을 냈다. 아쉬운 점이 있을 수 있지만 공영방송의 정치적 종속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 않나.
“이 역시 큰 틀에서 공영방송 정의, 책무, 운영 구조를 먼저 고민하면서 관련 법을 같이 생각해야 한다. 기초를 단단히 세우는 것 먼저 해야 한다. 여당에서 강하게 반대하는데 밀어붙이는 건 문제가 있다. 공영방송의 가장 큰 사명은 통합이라고 본다. 공영방송을 규정짓는 법이 극심한 갈등을 유발한다? 그럼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 밀어붙이는 식으로 끝나는 건 안 된다.”
-법 내용에 대한 생각은.
“공영방송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것이다. 공동체 모든 구성원의 의견이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민주당 법안은) 방송 전문가들만 모인 집단으로 이사회를 구성한다. 국회 추천 몫 5명을 제외하고, 방통위가 추천한 방송 유관 단체, 방송사 내 이익단체, 시청자위원들, 방송 전문가들 등 모두 방송 관련 단체들이다. 영국, 미국 등의 방송이사회는 방송 잘하냐 못하냐만을 따지는 조직이 아니다. 법률, 경영, 회계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두루 들어와 있다. 지금 법안은 방송인들의 무대로 끝나는 거다.”
“특히 지역 추천 몫이 배제돼 있다. BBC는 의무적으로 권역별 추천 몫이 들어와 있다. NHK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시도지사 광역자치단체장협의회에서 추천하도록 했다가 (민주당이 법안을) 바꿨다. 이후 광역자치단체 의회 의장들이 추천하기로 했다가 이마저도 없앴다. 왜냐?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졌다. 그래서 뺀 것 아닌가. 그건 올바르지 않다. 지역의 목소리가 들어와야 한다. 완비되지 않은 법이다.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방송발전위원회 활동하며 전국 지역방송 대표들을 만났다.
“김창룡 위원과 다니며 많이 배웠다. 열정적으로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지역방송이 정말, 매우 어렵다. 그런데 대책을 못 세우고 있다. 모든 게 수도권으로 모이다 보니, 지역산업이 붕괴 직전이다. 광고할만한 기업들이 없는 거다. 광고 수입을 마련하기 어렵다. 직원 한두 명 월급이 굉장히 아쉬운 상황이다. 지역방송은 '발전' 차원이 아니라 '붕괴'를 막기 위한 논의를 해야 한다. 지역방송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시청률이 높아지고 광고가 들어오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진다. 그러나 좋은 콘텐츠 만들 자원이 없다. 악순환 구조다. 외부 지원이 필요하다. 단기간이라도 정부 예산 투입, 콘텐츠 지원이 필요하다. 작년에 많이 노력했는데, 많이 받아들여지지 못해 아쉽다.”
-지역방송지원 예산이 지역방송당 연 1억 원에 불과하다. 방통위에서 증액을 요청했는데,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작년에 총 46억 원을 받았다. 5기 방통위는 100억 원을 희망했지만 동결로 끝났다. 올해 정부 예산이 대부분 삭감됐다. 예산 담당과에선 그나마 (삭감 기조이기에) 선방했다고 말한다. (방송사당) 1억 원으로 프로그램을 제대로 만들 수 있겠나. 1억 원을 줘도 5:5로 방송사가 5를 부담해야 한다. 부산MBC와 KNN을 묶는 식으로 협업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방안도 고민했다. 지역방송은 거듭 말하지만, 발전이 아니라 '붕괴'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물론 지역방송 종사자들의 자발적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합의제 행정기구 취지에 맞게 합의가 잘 이뤄진 사례가 있나.
“약 97~98%는 합의가 이뤄진다. 이견은 100건 중 2건 정도다.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은 수요일 공개회의 전 월요일 비공개 간담회를 하면서 조율한다. 특정 통신사에 과태료를 매길 때 (예를 들어) 1안은 100원, 2안은 50원이라고 하자. 두 안을 갖고 토론해 75원으로 합의하는 식이다. 대다수 안건은 그렇게 한다. 정치적 민감 사안이라든지 철학이 다른 부분은 의견을 표출하고, 표결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자세히 보면 여야가 3:2 구도가 되지 않고, 4:1 구도가 된 적도 있다. 한 위원장께서 현 여당(국민의힘) 편을 든 적도 있다. 양심에 따라 하셨다. 5기는 특별히 싸운 적은 없는 것 같다.”
-처리하지 못해 가장 아쉬운 안건이나 정책이 있나.
“OTT와 같은 새로운 영역이 들어오면서 기존 미디어 체제가 붕괴되고 있다. 새로운 규제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우리 방송법은 오랜 기간 정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 분야만큼 급변한 분야가 없다. 새로운 규제 틀을, 발전을 위한 디딤돌을 만들어야 한다. 방통위가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안을 만들었다. 국회에서 통과시켜 실행해야 했다. 그러나 올스톱 상태다. 방송산업, 미디어 발전에서 굉장히 중요한 법이다. 이걸 논외로 하고 KBS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
-방통위에서 가장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제는.
“기자, 국회의원 생활하면서 행정부 내부 관료들을 내부에서 본 게 아니라 외부에서 관찰자 비판자 입장으로 봤다. 지난 3년 동안 내부자 입장에서 처음으로 봤다. 직원들이 참 열심히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규제 기관의 특징이 산업 규제라고 하면 딱딱하고 무섭다. 규제의 정의를 이렇게 내리고 싶다. 엄포 놓고 호통치는 게 아니라, 여러분 마음대로 뛰어라. 그런데 100미터 달리기 경쟁하면서 반칙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핀셋처럼 뽑아내는 거로 생각해달라. 규제도 퍼블릭 서비스 중 하나로 접근해야 한다.”
-3년간 소회와 6기 방통위에 당부하는 말은.
“이야기가 겹치지만, 떠나올 때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떠나왔다. 홀가분하게 떠나지 못했다. 3년 동안 어찌 됐든 공동체가 부여한 공직자로서 사명을 다하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새로운 6기는 방송통신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적절한 행정서비스를 해야 한다. 관련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 정치적 논란을 떠나 미디어 산업 발전을 위한 각종 법안과 정책 추진에 애써주길 부탁드린다.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방통위와 과기부 업무 겹치는 업무가 많다. 홈쇼핑은 이중으로 재승인받고 있다. 과기부 가서 등록하고 방통위에서 동의 받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시절부터 과기부와 방통위 업무 규정이 정확히 안 돼 있다. 거버넌스 규정을 정확히 해야 한다.”
- 중복되는 분야는 방통위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권한 영역 다툼을 많이 한다. 제 바람은 FCC 모델로 만들었으니, 거기에 따라 정확히 규제 감독 기관임을 명확히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통위를 2008년 만들 땐 규제 감독과 미디어 산업 지원까지 모든 업무를 같이 했다. 미래부가 생기면서 또 떨어져 나갔다. 거기서부터 혼선이 생긴 거다. 방통위는 규제 감독의 권한에 관해서는 명확히 가져와야 한다. (유료방송 등의) 인허가권이 과기부에 있는데 그것도 정리해 방통위가 가져오고, 지원과 발전 기능은 과기부가 하는 걸 명확히 정리해줘야 한다. 그러면 복잡할 게 없다.”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종편 가진 조선 동아 매경의 ‘자사 이기주의’ 보도 - 미디어오늘
- ‘김어준의 뉴스공장’ 상표권 인정받을 수 있을까 - 미디어오늘
- 박성중 “좌파채널 출연자 전수 조사 검증해 민형사상 고발조치” - 미디어오늘
- “취재거부 자유 있다” 홍준표 시장에 ‘언론 길들이기’ 비판 - 미디어오늘
- 미국 기자에게 밥을 사줘야 한다는 말에 대하여 - 미디어오늘
- ‘핵우산’이 ‘핵방패’로 진화? 어디서 나온 개념인가 - 미디어오늘
- 아이들을 그만 죽여라 - 미디어오늘
- [아침신문 솎아보기] 노동자 분신 1면에 쓴 한겨레, 노동절 집회 교통체증 전한 조선 - 미디어오
- “민주당 대선 경선, 대리투표 있었다” 중앙일보 기사 삭제 왜? - 미디어오늘
- [이선영의 시선] 오늘의 앵커멘트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