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 "기시다 다음달 7, 8일 답방"... 이번엔 '성의 있는 호응' 보여줄까

최진주 2023. 4. 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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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공식 결정된 바 없다”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전 방한 관측
한미일 안보·경제협력 가속화 예상
기시다 '사죄' 언급 여부 등 관심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소인수회담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도쿄=서재훈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다음달 7, 8일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향으로 양국 정부가 조율 중이라고 복수의 일본 언론이 29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수행 중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미국 보스턴에서 기자들에게 “공식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이날부터 다음달 5일까지 이어지는 아프리카 4개국과 싱가포르 순방을 위해 출국하기 직전 기자들에게 “양국 정상이 지난달 셔틀외교 재개에 합의했으나, 정확한 일정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도통신과 요미우리·아사히·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이 이날 복수의 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아프리카 4개국과 싱가포르 순방을 끝낸 직후인 다음달 7, 8일쯤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방한이 성사되면 2018년 2월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이후 5년 3개월 만이다. 2011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교토를 방문해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와 회담한 것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가 약 12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기도 하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16, 17일 도쿄를 방문해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셔틀외교 재개에 합의했다.


"G7 정상회의 전에 양국 신뢰 관계 구축"

기시다 총리는 애초 내달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여름쯤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더 앞당겨 추진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산케이신문은 “G7 정상회의 때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참석하는 한미일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며 “기시다 총리는 (G7) 정상회의에 앞서 윤 대통령과 신뢰관계를 구축한다는 예정”이라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기시다 총리가 G7 정상회의 전에 방한해 강제동원(징용) 소송 문제를 매듭짓고, 대일관계 중시 입장을 밝힌 윤 대통령의 태도에 호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공조와 한일 관계 개선을 극히 중요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측의 요청으로 한미일 정상회담도 열리는 G7 정상회의 전에 한국을 방문해 “한국만 너무 양보했다”는 한국 내 여론을 완화하고 윤석열 정부의 대일 관계 개선 노력에 힘을 보태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의 대일 관계 개선 노력을 “진정한 정치적 용기”라 칭찬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마치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서재훈 기자

안보·경제분야 협력 논의할 듯... '성의 있는 호응' 관심

기시다 총리가 방한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대응 등 안보분야 협력과 반도체 등 경제분야 협력이 주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발표한 강제동원 해결방안의 진행 상황도 확인할 전망이다. 요미우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반도체 등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경제안보 분야의 협력 강화와 방위협력 심화가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라며 “강제동원 소송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3월 발표한 해결책의 이행 상황을 확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케이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으로부터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계획하고 있는 북한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해 안보 협력을 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국 입장에선 기시다 총리가 어떤 ‘성의 있는 호응’을 보여줄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 일본 피고 기업 대신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대신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고 윤 대통령이 지난달 정상회담 후 직접 “구상권도 청구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일본 정부 측의 입장을 최대한 수용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 담화에 들어 있는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언급하지 않은 채 “역대 총리 담화를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과거 담화 속 '사죄와 반성' 언급할 가능성도

하지만 한국에서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고 받은 것은 없다”는 여론이 커지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최근 일본의 보수 언론에서도 윤 대통령이 대일 정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취지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기시다 총리가 방한할 때는 과거 담화 속의 “통절한 반성과 사죄”라는 말을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아사히신문 등 진보적 성향의 일본 언론은 과거 담화 언급을 넘어서 직접 피해자들에 대한 유감의 뜻을 밝히라고 촉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진행한 대담에서 “일본 정부가 호응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았지만, 오늘 아침 보스턴에서 일어나 보니까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다시 전격 복귀시키는 결정을 했다고 들었다”며 “(한일 관계가) 이런 식으로 변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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