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정상급 기술력으로 리니지류 RPG 답습 머문 '나이트 크로우'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한국 게임 업계가 최신 게임 엔진 '언리얼 엔진 5'로 내놓은 첫 작품은 리니지류(리니지라이크)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차지했다.
위메이드가 지난 27일 출시한 신작 '나이트 크로우' 이야기다.
나이트 크로우는 위메이드가 지난해 11월 열린 게임쇼 '지스타' 현장에서 공개한 올해 핵심 신작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도 출시 전 여러 차례 나이트 크로우의 성공 가능성을 자신하며 회사 실적 개선에 기여할 '트리플A'급 신작이라고 강조했다.
동종 장르 MMORPG 중 그래픽 최상급…비행 시스템 인상적
나이트 크로우의 강점은 작년 출시된 언리얼 엔진 5를 적극 활용한, 동종 장르 최상급의 비주얼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과 나무,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의 움직임은 자연스러웠고 캐릭터의 조형과 스킬 효과도 화려하게 구성됐다.
제작진은 이런 고퀄리티 그래픽을 PC와 모바일 양 플랫폼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최적화에도 신경 썼다.
나이트 크로우만의 특징인 '글라이더'를 활용한 콘텐츠도 인상적이었다.
게임 초반에 획득할 수 있는 글라이더를 높은 곳에서 사용하면, 천천히 활강하면서 먼 거리를 날아서 이동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맵 곳곳에는 자유롭게 순간 이동해 올라갈 수 있는 공중 플랫폼 '비행장'이 배치돼있다.
길 외의 지형이 투명한 벽으로 막혀 있어 사실상 장식이나 다름없던 여타 MMORPG와 달리, 나이트 크로우에서는 점프로 등반할 수 있는 지형은 어지간하면 올라갈 수 있었다.
넓은 맵에서의 3차원적인 상호작용을 끊김이 없이 구현한 제작사 매드엔진의 기술력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게임성은 혁신 없어…리니지라이크 시스템·BM 답습
그렇지만 이런 혁신은 어디까지나 볼거리에 한해서다.
게임성은 자동사냥,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는 BM(수익모델), 유저 간 적대적 경쟁 구조를 강조한 리니지라이크의 플레이어 경험을 그대로 따왔다.
드넓은 필드에서 할 수 있는 콘텐츠는 그저 자동사냥 기능으로 맵 곳곳에 흩뿌려진 몬스터를 잡는 것뿐이다.
퀘스트 내용도 '몬스터 n마리를 토벌하라'는 천편일률적 퀘스트의 연속이다.
레벨 디자인 역시 글라이더를 활용한 수직적인 요소를 크게 고려하지 않았고, 평지와 큼직큼직한 방 위주로 구성돼있다.
나이트 크로우의 글라이더는 어디까지나 한국 MMORPG를 기준으로 볼 때 특이한 요소일 뿐,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나 '원신' 같은 게임의 활강과 비교하면 어설픈 조작감과 활용성을 보여준다.
확률형 아이템 위주의 '페이투윈' BM도 그대로다.
나이트 크로우에서 캐릭터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뽑기 요소는 '탈것'과 '무기 외형'인데, 둘 다 일반-고급-희귀-영웅-전설 등급으로 나뉜다.
일반·고급 등급은 각각 획득 확률이 70.9%, 27.6%지만 희귀 등급은 1.3%, 영웅 등급은 0.16%, 전설 등급은 0.01%다. 상위 단계로 올라갈수록 획득 확률이 바늘구멍처럼 좁아지는 구조다.
희귀 등급 탈것이나 무기 외형까지는 이벤트로 하나 정도는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여러 종류의 탈것·외형을 모으면 캐릭터가 강화되는 컬렉션 시스템이 적용되기 때문에 강해지려면 뽑기에 상당한 금액을 써야 하는 구조다.
위메이드, 나이트 크로우로 흑자 전환할까
위메이드가 나이트 크로우에 검증된 리니지라이크 게임성과 강한 BM을 적용한 배경에는 실적 개선 압박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영업손실 806억 원, 순손실 1천239억 원을 기록하며 3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미르' 시리즈가 여전히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블록체인 사업을 지속해 확장하면서 인건비·수수료 등 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장현국 대표는 지난달 말 주주 간담회 자리에서 나이트 크로우와 연말 출시할 '이미르'가 "중요한 캐시카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이트 크로우의 블록체인 버전 출시 가능성도 언급했다.
시작은 좋다. 나이트 크로우는 출시 당일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고 이 중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매출 순위 1위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미 국내 MMORPG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른 데다 '디아블로 4', '쓰론 앤 리버티' 등 30대∼40대 게이머 연령층의 관심도가 높은 국내외 대작 게임도 출시를 앞두고 있어 전망이 낙관적이지는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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