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체제 출범 50일, 리더십이 안 보인다…돌파구는? [이런정치]
“김기현, 김재원 징계 타이밍 놓쳐”
당내 ‘책임론’ 확산…“민생에서 해결책 찾아야”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기현 지도부’가 출범한 지 52일 만이다. 음주운전 재발 방지를 위한 현장방문 등 고군분투하는 김 대표 입장에선 ‘뼈 아픈’ 지적이다. 당내에선 잇따른 당 지도부의 말 실수를 김 대표가 제때 단속하지 못하면서 논란이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의화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회장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상임고문단 초청 오찬에서 “출범 후에 몇 가지 사안이 있어서 여러가지 걱정들이 많다”며 “세간에는 김 대표에 대해 ‘대표 부재’라고 비판하는 경우도 들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우리 지도부는 각자의 발언이 당과 나라에 그리고 내년 총선에 도움이 될지 충분한 심사숙고 후에, 소위 말하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발언해 주길 바란다”며 당 지도부 간 소통을 강조했다.
당 지도부의 실언은 3.8 전당대회 이후 김 대표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이슈였다. ‘전광훈 리스크’를 처음으로 끌고 온 김재원 최고위원은 한 달 간 최고위원회의에 나오지 않겠다고 했지만 되려 ‘셀프 징계’ 논란을 일으켰다.
역사 발언이 소신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은 태영호 최고위원은 갑작스레 당 최고위 회의에 불참하며 김 대표를 겨냥한 듯한 발언으로 ‘지도부 불화설’을 초래했다. 조수진 최고위원의 ‘밥 한 공기’ 발언은 ‘민생 챙기는 여당’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려던 김 대표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현역 의원들은 최고위원들의 발언도 문제지만, 김 대표의 리더십이 일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실언의 파장을 당 차원에서 조기에 진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지난해 우리당을 괴롭혔던 것이 뭐였냐, 이준석 전 대표로 인한 내홍 아니었냐”며 “(김 대표가) 당 최고위원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고 ‘일단 덮어두자’는 식으로 안일하게 대처한 탓에 우리당이 한 달 동안 불필요한 구설수에 휘말렸다”고 지적했다.
한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태 최고위원의 경우 당 지도부로서 적절한 발언은 아니었지만 ‘해석’의 문제라 윤리위 징계수준은 아니다”며 “하지만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당헌, 당규에 반(反)하는 명백한 해당행위”라고 했다.
그는 “그런데도 김 대표는 직접 김 최고위원을 당 윤리위에 회부하지 않았다”며 “징계 타이밍을 놓친 영향도 크지만, 당 윤리위원회에 (징계 권한을) 일임한다고 해서 김 대표의 책임론이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수여당’이라는 현실적 한계도 김 대표의 존재감을 깎는다. 장관 탄핵안, 입법사항 등 여야 이견을 보이는 안건이 단독 처리되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국민의힘 대 민주당’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 대 민주당’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당의 무력감만 부각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여당과 야당이 경쟁하는 구도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국민의힘이 입법부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며 “우리당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최후 보루처럼 언급하지만 2호, 3호, 4호 거부권이 행사되면 우리당이 국회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김 대표가 ‘민생 컨트롤타워’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생119는 ‘밥 한 공기 발언’ 이후로 존재감이 희미해졌고 당정협의회에서도 당은 새로운 내용을 제시하기보다 정부의 정책만 읊고 있는데, 김 대표가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 의무화’를 추진하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이게 당론으로 언급할 만한 주제냐”고 반문했다.
그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민생 정책은 주거 문제, 밥값 문제 등 기본적인 것들”이라며 “조 최고위원 대신 획기적인 인재를 영입해 민생정책을 다루게 하든지 당 대표가 직접 관련 회의를 주재해 그립감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26일 ‘민생 해결사! 국민의힘이 간다’ 행사의 일환으로 혈중 알콜농도가 일정 수치 이상이면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는 음주운전 방지 장치 시연 행사에 참석했다. 김 대표는 현장에서 음주운전 방지 장치 필요성을 언급하며 관련 입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newk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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