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우리자리”…동호회가 점령하더니 술판까지, 시민들 ‘부글부글’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boyondal@mk.co.kr) 2023. 4. 2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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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회원들이 공공 체육시설 안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 = 연합뉴스, 제보자 제공]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공공 체육시설을 사설 동호회 회원들이 독점하다시피 사용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A씨는 최근 주말을 이용해 구립 다목적체육관에 있는 배드민턴장을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코트가 비어 있어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데 지역 배드민턴 클럽 회원들에게 제지를 당한 것이다.

회원들은 “이곳은 우리 코트”라며 “구민용 코트는 저쪽”이라고 말하며 A씨를 구석 코트로 내몰았다.

알고 보니 주말 오전 시간대에는 체육관 내 총 8개 코트 중 7개가 클럽에 배정돼 있었고 일반 구민들은 나머지 한 코트만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구민용으로 배정된 코트에는 배드민턴을 치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는 “주말 뿐 아니라 주중도 클럽 위주로 코트가 배정돼 있었다”면서 “관리자에게 문의했더니 코트를 원활하게 이용하려면 회비를 내고 클럽에 가입하라고 해 황당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심지어 몇 주 뒤 해당 체육관에서 술판을 벌이는 장면도 목격했다.

A씨는 “클럽 회원들이 코트에 상을 펴고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면서 “코트 내 음주는 금지사항인데도 관리자는 모르는 척 그냥 지나갔다”고 했다.

이처럼 특정 동호회가 공공 체육시설을 독점하는 폐해를 막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는 2019년 ‘공공 체육시설 사용의 투명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 전국 지자체에 제도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동호회의 공공 체육시설 독점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권익위 권고에 강제성이 없다 보니 이를 지키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해당 구청 관계자는 “최근 다목적체육관 운영에 대한 구민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어 이용현황을 조사한 뒤 클럽에 배정되는 코트를 줄여나가는 등 운영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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