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도 ‘부익부빈익빈’… 소규모 업체 가입 외면 [경기도 근로자 재해실태 보고서_15]
5인 미만 소규모 업체기피 두드러져... 보험료 할인 등 인센티브 도입 시급
15. 산재보험도 ‘부익부빈익빈’… 소규모 업체 가입 외면
보험 가입은 개인의 자유다. 단 4대 보험 중에선 개인의 자유가 덜한 보험이 하나 있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이 사업주와 근로자가 5:5로 비용을 부담하는 것과 달리, 산재보험은 사업주의 전액 부담을 토대로 한다. 따라서 사업주가 비용 절약을 위해 근로자들의 미가입을 권유하고, 사업장 내 사고를 감추거나 사적으로 처리할 때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내 산재보험 가입 현황은 저조한 편이다. 전국 사업체 100곳 중 53곳이, 전국 근로자 100명 중 23명이 산재보험에 미가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 경기도 사업체 절반 이상 ‘산재보험 미가입’
지난 2021년 기준 경기도내 사업체는 총 148만1천54곳이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통계청 자료를 기반으로 ‘사업체 노동 실태 현황’을 정리한 것으로, ▲일정한 물리적 장소가 없는 사업체 ▲공무원 재직기관 ▲자영업주, 무급가족 종사자로만 구성된 사업체 등은 제외된 수치다.
이들 사업체 중 산재보험에 가입한 사업체 수는 71만9천696곳으로, 가입률은 48%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1일 광주전남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지자체별 산업재해보험 가입률 현황’ 자료를 봐도 전국 평균(47.3%)보단 높지만, 16개 광역시·도 가운데에선 대전(78.1%), 광주(59.3%), 대구(54.8%) 등에 이은 7위 수준에 머물었다.
■ 화성>과천>포천 비교적 높지만 50%대 불과…연천 29.3% ‘가입률 꼴찌’
구체적으로 도내 시·군별로 보면 화성지역 사업체들의 산재보험 가입률이 58.5%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마저 절반을 갓 넘은 정도다. 뒤이어 과천시(54.3%), 포천시(52.7%) 순이 산재보험 가입률이 높은 2~3위권으로 추려졌다.
반대로 연천군에선 사업체 100곳 중 70곳 이상이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가입률은 29.3%로 경기도내 최저치였다. 다음으로 동두천시(39.1%), 부천시(43.0%) 등이 꿰찼다. 상위권 지역들과 비교하면 최대 29.2%포인트, 최소 15.5%포인트의 차이가 났다.
즉 경기도 전반적으로 봐도 사업체 10곳 중 4곳이 산재보험에 가입을 안 한 셈이다.
■ 가입 안 하는 ‘5인 미만 소규모 업체’ vs 추가 가입하는 ‘1천인 이상 대규모 업체’
종사자 수를 기준으로 사업체 규모를 따졌을 때, ‘1천인 이상’인 곳보다 ‘5인 미만’인 곳에서 산재보험 가입률이 더 낮았다.
5인 미만 사업체에 한정하면, 경기도에는 총 125만9천877곳의 사업체가 있고 이 중 53만758곳의 사업장(42.1%)만이 산재보험에 가입했다. 여기서도 연천군(24.1%)이 최저, 화성시(51.4%)가 최고를 기록했다.
반대로 1천인 이상 사업체에 한정했을 때 특이점을 하나 찾을 수 있었다. 전체적인 사업체 수보다 산재보험에 가입한 사업장 수가 더 많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평택의 사업체 8곳이 총 14개 사업장에서 산재보험을 가입한 셈이다.
이를 쉽게 설명해 보면, 종사자가 1천인 이상인 대규모 사업체들은 A본사 아래 B지사, C지사, D지사 등을 두고 있는데, A본사가 ‘사업체 1곳’, B~D지사가 ‘사업장 3곳’으로 집계된 것이다. 즉 평택의 A기업이 관내 B~D지사 모두 산재보험에 가입해뒀다는 의미다.
이러한 양상은 과천시(사업체 2곳 중 3곳 가입), 용인시(사업체 11곳 14곳 가입), 파주시(사업체 3곳 중 10곳 가입) 등에서 확인됐다.
■ “산재보험 가입 확대 위한 인센티브 등 지원책 필요”
즉, 소규모 사업장은 산재보험 가입을 꺼리는 반면 대규모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산재보험 가입 정도가 높다고 해석된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소규모 사업장의 산재보험 가입을 확대하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하고, 일례로 산재보험료 할인 등 인센티브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혜선 가톨릭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소규모 사업장의 산재보험 가입을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되면 가입률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며 “안전보건 수칙을 잘 지켰는지에 대한 기준을 통해 사업주에게 산재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등의 제도가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위험성평가를 시행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제도가 있었는데, 이 같은 점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유성규 노무법인 참터 공인노무사 또한 “가장 중요한 건 근로자 본인들도 산재보험에 대해 잘 모른다는 부분이다. 이 제도의 혜택이나 보장 범위, 이용 방법 등을 알릴 필요가 있다”며 “현장에서도 근로 현실에 대한 제 권리를 마땅히 찾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 해당 기사는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실에 제출한 ‘경기도내 사업장 현황’ 자료와, 경인지방통계청으로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제공받은 ‘2021년 기준 전국사업체조사 시군구별 산업세세분류별 현황’ 자료 등을 취합해 작성했습니다.
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김정규 기자 kyu5150@kyeonggi.com
이은진 기자 ejlee@kyeonggi.com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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