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덴 형제 "난민은 결코 적 아냐…빼앗아간다 생각하지 않길" [N인터뷰]②

JIFF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 다르덴 형제 감독 인터뷰
두 차례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한 거장들

다르덴 형제/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인터뷰】①에 이어>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처음 한국을 찾은 벨기에 출신 세계적인 거장 장 피에르 다르덴(72) 뤽 다르덴(69) 형제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목표로 영화를 찍지 않는다. 이민자와 불법 체류자, 고아 등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 주변 인물들의 삶을 사실보다 더 사실적으로 그려낼 뿐이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무엇인가를 느끼게 될 것이고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조금씩 서로에 대한 이해의 차원을 넓여갈 것이다.

28일 전주 완산구 고사동 베스트웨스턴플러스에서 진행된 국내 매체들과의 라운드 인터뷰에서 두 감독은 "난민들은 적이 아니다"라며 두 난민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자신들의 영화 '토리와 로키타'의 이야기가 내포한 의미를 설명했다.

"한국 관객들도 '토리와 로키타'를 보면서 친구가 되는 것에 대해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외국에서 오는 난민들은 결코 적이 아닙니다. 우리의 것을 빼앗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실에서는 이런 모든 상황이 복잡하다는 것도 압니다. 규제도 있어야 하죠. 모든 난민 수용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도 알지만 이 규제 속에서 우리나라를 찾아주는 난민들이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나쁜 선입견으로 그들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은 무엇인가를 빼앗으려 온 게 아니라 그저 자기 나라에 전쟁이 있어 더 나은 삶을 위해 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장 피에르 다르덴)

장 피에르 다르덴/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뤽 다르덴/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토리와 로키타'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를 남매라고 부르는 아프리카 출신 토리와 로키타가 식당을 운영하는 베팀의 일을 하다 겉잡을 수 없는 일들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은 벨기에 출신 형제 감독으로 사회적인 주제를 사실적으로 다룬 작품들로 유명하다. 이들 형제가 만든 영화는 무려 여섯 편이나 칸 영화제에서 수상했으며 그중 '로지타'(1999)과 '더 차일드'(2006)는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다르덴 형제는 다큐멘터리의 촬영 기법을 극 영화에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핸드헬드 카메라로 연출한 흔들리는 화면, 롱테이크 신들이 다르덴 형제가 자주 사용하는 대표적인 스타일이다.

"우리가 '약속'이라는 영화를 1996년에 찍기 전에 찍은 영화가 있었어요. 마음에 안 드는 영화인데 그게 핸드헬드가 아닌 보편적인 기법으로 찍은 영화였어요. 결과물이 너무 마음에 안 들었죠. 다른 감독들은 일반적 기법도 잘 찍는 사람이 많은 것을 아는데 우리한테는 맞지 않다는 걸 인지했어요. 고정된 카메라로 영화를 찍는 것은 사실 저희에게는 '죽은 사람을 염하는 느낌'이에요. 생동감과 인물들의 움직임을 실질적으로 느끼고 싶기 때문에 핸드헬드를 고수하는 것일 거예요."(뤽 다르덴)

형제가 함께 영화를 찍는다고 하니 종종 연출 방식에서의 의견 대립이나 갈등 같은 부분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 이날도 이견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하는지, 형제간에 공동 연출을 하는 장점과 단점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네 개의 눈을 가진 한 사람'이라고 자신들을 표현해 왔던 형제는 역시나 영화를 만들 때 갈등이나 다툼없이 늘 같은 방향으로 진행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토리와 로키타'/ⓒChristine Plenus

'토리와 로키타'/ⓒChristine Plenus

"우리는 처음부터 항상 둘이 같이 작업해 와서 비교 대상이 없어요. 이미 이렇게 같이 일한지 30년이 넘었어요. 이견에 대해서도 어떻게 해결하느냐고 질문도 주셨는데 이견이 없습니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스토리를 시작하게 되면 둘이 같은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경험을 해요. 누구는 이 쪽, 누구는 저 쪽으로 해서 방향이 다른 게 아니라 항상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매일 싸우고 이견이 있다면 뭐하러 같이 하겠어요? 일하지 말아야지.(웃음) 영화에서 이견이 정말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장 피에르 다르덴)

거장의 스타일은 이미 완성됐다. 두 사람은 언제나 벨기에의 작은 도시 세랭을 배경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인 기법으로 표현한다. 이처럼 일관된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늘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다르덴 형제는 앞으로도 여러 장르를 시도한다거나 세트장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등의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자신들만의 비결을 밝혔다.

"우리가 영화를 자주 찍는 지역이 광산으로 유명한 지역이에요. 우리는 그래서 두명의 광부처럼 작업합니다. 항상 광산을 캐내는 작업을 하죠. 여기서 조심할 부분이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무너지는 것, 또 하나는 그 안에서 가스가 새서 터지는 것. 너무 동일한 스타일의 영화를 자주 찍는 것만은 저희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장 피에르 다르덴)

eujenej@news1.kr